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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저먼' 이미지 확산 우려하는 독일 언론들

  • 허완
  • 입력 2015.07.14 13:57
  • 수정 2015.07.14 14:30

그리스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구제금융 협상 과정에서 최대 채권국인 독일이 그리스를 강하게 압박하는 역할을 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독일인들이 '어글리 저먼' 이미지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관련기사 : Germans lament diplomatic 'disaster' in Greece talks (AFP)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와의 이번 마라톤협상에서 재정적 청렴성이라는 독일의 이상을 관철하기 위해 '한시적 그렉시트'까지 거론하면서 강경노선을 탔다.

이에 따라 3차 구제금융 협상안은 그리스가 굴욕적이라고 자평할 정도로 물러난 수준에서 합의됐지만, 아테네 거리에서는 메르켈 총리를 나치 캐리커처에 사용할 정도인데다, 독일 내에서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관련기사 : 그리스 압박 독일 비난 여론 확산 : "이건 쿠데타"

독일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일제히 협상에서 독일의 강경노선이 '융통성 없고 야만적인 법집행자 역할'을 하는 '어글리 저먼'의 고정관념을 되살아나게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일 슈피겔 온라인은 "독일 정부는 지난 주말에 전후 70년 간의 외교적 노력을 한 방에 파괴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보수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의 마티아스 뮐러 폰 블루멘크론은 트위터에 "그리스를 구하는 것과 벌주는 것 사이에는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는데, 간밤에 그 차이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독일 중도좌파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메르켈 총리는 사라져가기 시작했던 추악하고 무정하고 인색한 독일인의 이미지를 되살렸다"고 꼬집었다.

SZ는 이어 "독일은 이번에 실추된 이미지를 되돌리려면 그리스를 돕는 과정에서 줄이려 했던 비용의 2~3배를 앞으로 수년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주말 합의된 3차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해 슈피겔은 "'잔인함의 카탈로그'로 '그리스를 모욕하기 위한 계획' 같다"고 평했다.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한시적 그렉시트를 거론한 뒤 SZ가 개설한 '독일이 그리스에 너무 강하게 나가나' 토론방에는 동정심이 가득한 여론으로 들끓었다.

유튜브에서는 독일 빌트를 인용한 '우리의 귀한 독일 영웅들'이라는 동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동영상은 독일인 두 명의 전화통화를 들려주는데, 한 명이 "우리 독일인에게 (그리스를 돕기 위해) 돈을 계속 낼 것인지 물어봐야 한다"고 주장하면, 나머지 한 명이 "파산한 그리스인들이여, 너희의 섬을 팔아라, 아크로폴리스도 팔아라"라고 외치는 내용이다.

콘스탄체 스텔첸뮐러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독일은 상당한 수준의 호감을 소통재앙 때문에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불과 2년 전 만에도 영국 BBC방송이 한 조사에서 독일은 전 세계 59%가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세계 최고 인기 국가였다.

경제대국인데다 부드러운 외교강국, 월드컵 우승국으로 자리매김해 성공과 사회적 양심, 쿨함의 상징이었다는 것이다.

Greece debt: Do ordinary Germans sympathise with Greeks? - B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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