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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피해자가 먼저 오는 장소는 산부인과다" : 만화 '투명한 요람'의 오키타 하나 인터뷰

  • 김도훈
  • 입력 2015.07.14 11:55
  • 수정 2015.07.14 11:59
ⓒ「透明なゆりかご」

초등학생 때 학습 장애(LD), 주의력 결핍과 과잉 행동 장애 (ADHD),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던 만화가 오키타 하나. 3개의 발달 장애를 겪은 그녀의 반생은 전작인 '니트로 짱' 등에 자세히 묘사되고 있지만, 최신작 '투명한 요람'은 견습 간호사를 하던 시절의 실제 체험에 근거한 산부인과 소재의 만화다.

처음 직면한 낙태 시술의 현장, 불륜 상대의 아이를 낳은 여성의 이야기, 봉투에 넣어 버려진 아기 등, 오키타 하나가 가까이서 목도한 진실들이 이 만화에 들어있다.

그러나 이 만화에서 보여지는 건 그저 임신과 출산 에피소드 뿐만은 아니다. 성폭력과 강간 피해자가 가장 먼저 뛰어드는 장소, 그것 역시 산부인과의 또 다른 얼굴이다. 허핑턴포스트재팬이 오키타 하나를 만났다(고단샤에서 발간한 '투명한 요람'은 아직 한국에 번역, 출간되지 않았다).

-'투명한 요람'의 1권에서는 성적인 학대를 받은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가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성적인 학대를 받은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강합니다. "내 탓이야" "내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거야"라고 생각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에 성적인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그게 훈육인지 벌칙인지 뭔지 잘 모릅니다. 그런데 성인이 된 이후에야 그것이 성적인 학대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 사람도 많습니다. 게다가 가해자들은 좋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성인일 경우가 많아서 아이가 자신이 당한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산부인과에서만 해결을 하고 경찰에 강간을 통보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만화 속에서는 결국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시골이었고, 또 사실을 밝혀도 결국 상처를 입을 뿐이므로 그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었던 것입니다. 대단히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병원에서 일하던 당시, 간호사들끼리 성폭행을 당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모두가 팀을 짜서 일치단결하는 분위기가 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아이를 도우려면 우리가 뭘 해야 하지?"라고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움직였습니다.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낙태나 강간 등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산부인과의 일면을 가까이서 본 경험은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임신이라는 것 자체에 매우 예민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아직 독신이고 아이도 없습니다. 그런데 산부인과에서 경험한 것들을 보고는 "절대 임신하지 말자"고 다짐한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발달장애를 겪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제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네요. 갖고 싶지만 아이를 만들 수 없다는 건 아니고, 그저 (아이가 있는) 미래가 전혀 떠오르질 않습니다. 내년에는 37살이 됩니다만.(웃음)

-여성 만화 잡지에서 연재 중입니다만 남성 독자들의 반응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 만화를 남자도 꼭 읽었으면 합니다.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 혹은 자신의 딸이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해 버리는 일이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물론 갑작스럽게 책임감 없이 임신해 버린 사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겠지만, 그렇다고 여자만 비난하거나 화를 내거나 하기 전에 이 책을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트위터 반응을 보면 부부가 함께 읽은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임신이나 출산의 경험이 없는 제가 이런 만화를 그려도 좋을까?라는 고민이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투명한 요람 중에서

허핑턴포스트JP의 レイプ被害者が最初に駆け込む場所――漫画家・沖田×華さんが見た産婦人科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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