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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압박 독일 비난 여론 확산 : "이건 쿠데타"

  • 허완
  • 입력 2015.07.13 11:59
  • 수정 2015.07.13 12:07

독일과 국제 채권단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사실상 ‘백기투항’ 수준의 개혁안을 내놨음에도 더 가혹한 수준의 개혁을 추가로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독일의 초강경 태도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ThisIsACoup : “이건 쿠데타다”

트위터에서는 ‘이건 쿠데타다’(#ThiIsACoup)라는 해시태그가 확산하고 있다. 이 해시태그는 13일 오전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올랐다.

이 해시태그는 유로존 정상회의가 열린 12일 저녁 트위터에 등장했다. 바르셀로나의 물리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누리꾼이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존의 제안은 그리스 국민에 대한 비밀 쿠데타다"라는 트윗과 함께 처음 해시태크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몇 시간 만에 이 해시태그는 20만 차례 넘게 사용됐다. 독일의 초강경 기조를 반영한 채권단의 요구에 대한 비난성 트윗도 수만 건이 올라왔다. (연합뉴스 7월13일)

독일 재무부 ‘한시적 그렉시트’ 검토 파문

독일에 대한 비난은 지난 주말 독일 재무부의 문서가 보도되면서 폭발했다. 독일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5년 간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탈퇴시켜야 한다’는 주장 등을 검토했다는 내용이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11일(현지시간) 일요판 기사에서 독일 재무부 자료에는 그리스 위기 해법으로 두 가지 방안이 기술돼 있다며 '한시 그렉시트' 이슈를 보도했다.

재무부 문건에 담긴 첫번째 방안은 그리스가 의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안을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행하며, 신탁펀드를 통해 500억 유로(약 62조8천억원) 규모의 국유자산을 팔아서 빚을 줄인다는 내용이라고 FAZ는 전했다.

두번째 방안은 그리스가 적어도 5년간 유로존에서 탈퇴하고 채무 구조조정을 하는 게 요지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7월12일)

이후 이 자료가 공식으로 유로그룹 회의에 정식으로 제출되지는 않았으며, ‘플랜B’ 수준으로 검토된 실무 보고서라는 후속 보도가 나왔지만 이미 파문이 커질대로 커진 후의 일이었다.

거세지는 압박 : “15일까지 개혁 법안 만들어라”

또 독일 정부를 비롯한 국제 채권단은 그리스 정부가 제시했던 것보다 더 가혹한 개혁조치를 요구했다. 관련 법안을 즉시 만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래야만 3차 구제금융을 승인할 수 있다는 것. 가디언은 ‘재정주권 포기 요구’라고 보도했다.

유로그룹이 채택한 합의문은 구제금융 협상 개시 조건으로 12개 개혁법안을 15일까지 입법을 끝내라고 요구했다.

주요 개혁법안은 ▲부가가치세 간소화 ▲과세기반 확대 ▲연금체계 지속 가능성 ▲그리스 통계청 법적 독립성 보장 ▲재정지출 자동 중단 실행 ▲송전공사 민영화 ▲부실채권 처리 ▲그리스 민영화기구 독립성 강화 ▲행정부문의 정치 간섭 배제 등이다.

특히 전날 공개된 독일 재무부 문건에서 제안한 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자산을 독립적 펀드로 설정하고 이를 매각해 부채를 상환하는 데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유로그룹은 ESM 프로그램 개시의 요건으로 그리스 정부와 신뢰를 재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리스 정부가 약속한 개혁 조치들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해야 하며 구체적인 일정과 목표 등을 설정하라고 요구했다.

유로그룹은 또 3차 구제금융이 시행된다면 채권단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의 실사와 자문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합의문은 단체교섭 축소 등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를 요구했다.

합의문은 또 시장규제 완화로 일반의약품(OTC)과 일요일 영업, 세일기간, 약국 면허, 우유, 제과점 등의 부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안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7월13일)

하지만 유로존 정상들은 치프라스 정부의 개혁 실천 의지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그리스의 입장에서 보면 ‘치욕적인 수준’의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유로존 정상회의가 내놓은 ‘최후통첩’을 “그리스 정부가 삼키기 힘든 약”이라고 지적했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역시 13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친 발상’으로 비판했다. (문화일보 7월13일)

그리스, “정권을 전복하려는 시도다”

그리스 정치인들은 ‘발끈’했다.

유럽의회 부의장으로 그리스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의원인 디미트리오스 파파디물리스는 메가 TV에 출연해 독일 등의 반대를 "그리스와 그리스 국민을 굴욕 시키거나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권을 전복하려는 시도"라고 강력 비난했다.

시리자 소속 디미트리 세바차키스 의원도 "독일 등이 제안한 것은 징벌적이다. 일종의 복수"라고 규탄했다. (연합뉴스 7월13일)

언론, ‘독일은 그리스를 고문하고 있다’

몇몇 해외 언론들도 독일 정부의 비타협적 태도를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자 1면 머릿기사로 '유럽, 치프라스에 복수하다'라는 제목을 달았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에 구제금융 대가로 재정 주권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그리스에 유럽연합(EU) 관리가 '가혹한 정신적 물고문'으로 묘사한 긴축 조치들을 보장하라고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도 13일자 1면 기사의 제목을 '독일은 무슨 장난을 치는가?'라고 뽑았다.

독일 슈피겔은 온라인판 첫 화면 톱기사 제목을 '유로그룹의 제안, 잔혹행위 카탈로그'라고 달았다. (연합뉴스 7월13일)

경제 전문 기자 맷 오브라이언은 워싱턴포스트 블로그에 올린 ‘독일은 그리스를 구할 생각이 없다. 굴욕감을 안기려는 것 같다’는 글에서 “채권단의 제안은 그리스가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식의 요구는 그리스가 제안을 거부하길 원할 때 내놓는 것들”이라는 것.

칼럼니스트 수잔 무어는 영국 가디언에 쓴 글에서 ‘그리스에게 (재산 압류) 집행관처럼 구는 유럽을 지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는 “독일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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