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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을 둘러싼 황교익 노정태 박은주의 갑론을박, '엄마냐 선생이냐?'

  • 박세회
  • 입력 2015.07.13 10:54
  • 수정 2015.07.13 14:52
ⓒtvN

백종원을 둘러싼 미식 평론가와 저널리스트들의 논의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주된 키워드는 '엄마'와 '선생'이다.

백종원 씨에 대해 먼저 언급한 것은 황교익 씨로, 미식 전반에 걸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음식 지형을 움직이는 대표적인 권력자로 이영돈, 백종원 씨가 꼽히는데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백종원 씨는 전형적 외식 사업가다. 그가 보여주는 음식은 모두 외식업소 레시피를 따른 것이다. 먹을 만한 음식 만드는 건 쉽다. 백종원 식당 음식은 다 그 정도다. 맛있는 음식은 아니다. -한국일보 (6월 30일)

‘국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백종원은 7월 9일 열린 ‘집밥 백선생’의 기자간담회에서 황교익 칼럼니스트의 인터뷰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백종원은 '황교익씨의 글을 좋아했다. 나를 디스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그의 일을 했을 뿐이다'라는 취지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전부터 황교익씨의 글을 많이 읽었고, 좋아했다. 비평가로서 생각을 밝혔을 뿐, 나를 디스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음식이 세발자전거라면, 셰프는 사이클 선수다. 자전거 박사들이 볼 때는 내가 사기꾼처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나는 자전거를 보급화하는 것처럼 요리도 보급화하고 싶을 뿐이다. 세발자전거로 시작해서 두 발 자전거, 산악자전거, 사이클 자전거도 타보시기를 바란다.”

황교익도 백종원의 입장발표에 화답했다. 황교익은 문화일보의 지면을 통해 ' 그를 까고, 디스할 이유가 있겠는가. 직업상 관찰하고 평가했을 뿐이다. 이 원고를 보낸 후 백종원 씨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내 일과 뜻을 알아준 백종원 씨에게 감사한다.'고 썼다. 여기서 일단락 되었다면 두 고수간의 멋진 지면 편지가 되었을 것이다.

백종원 '엄마' 논란

그러나 문제의 불씨는 같은 글에 이어진 '백종원의 인기 비결'에 있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첫번째 키워드는 '엄마'였다. 황교익씨는 같은 글에서 백종원의 인기 비결을 '엄마'라는 키워드로 풀었다. "방송에서 백종원을 ‘백주부’라고 한다. 집안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사람이 주부다. 주부는 대체로 엄마다. 백주부를 ‘백종원 엄마’라고 풀면 백종원에 대한 대중의 열광이 어디서 비롯했는지 알 수 있다.(중략) (백종원에게 열광하는) 1980∼1990년대생에게 발견되는 결핍은 엄마다. 엄마의 사랑이다. (중략) 텔레비전의 백종원은 ‘대체 엄마’이다."라며 백종원 신드롬의 요인을 분석했다.

자신이 '백종원을 디스했다'고 오도한 팬들에 대해서 일침을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칼럼의 말미에 "백종원 엄마의 음식을 두고 내가 '맛없다'했으니 화가 날 만도 할 것이다"라고 썼다.

이 글에 대한 반박으로 자유기고가 노정태가 '황교익이 백종원을 향한 대중의 열광을 분석하는 시선은 잔인하다'는 논지의 글을 경향신문에 올렸다.

자녀들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지만 시간도 없고 경제력도 부족한 엄마들의 죄책감을 부추긴다는 면에서, 무심하고 또 잔인하다. “맞벌이로 바빠 내게 요리 한 번 가르쳐준 적이 없는 엄마와 달리 부엌의 온갖 인스턴트 재료로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백종원의 인기 비결이라고 황교익은 말한다. 그런 논리라면, 아이가 집밥을 못 먹고 자라는 것은 엄마가 맞벌이를 안 해도 될 만큼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아빠 탓 아닌가? (중략) ‘집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엄마’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구시대적, 여성차별적 세계관은 더더욱 현실 적합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7월 12일)

이에 황교익 씨는 노정태 씨의 칼럼을 언급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재반박 글을 올렸다.

(노정태 씨는) '맞벌이를 했다, 그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기 힘들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만으로 죄책감을 부추긴다고 지레짐작을 하고 있다. 그러면, 그때의 그 상황을 누구든 말하면 안 되는 것인가. 맞벌이는 언급하면 안 되는 금기의 영역인가. 짐작을 넘어 나더러 무심하고 잔인하다는 억측의 말까지 붙인다.

예를 들어보자.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위안부는 일본군에 의해 성적 폭력을 당하였다"하고 쓰면 조선인 위안부의 죄책감을 부추기는 일이 되는가. 그 글을 쓴 사람은 무심하고 잔인하다 해야 하는가. -말하지 않은 것도 말하였다 하는가(7월 12일)

이렇게 논란은 '백종원'과 '미식'이란 키워드를 벗어나 '엄마', '맞벌이', '세대론', '먹거리와 양성평등'에 대한 거대한 논란의 양상을 띄며 번지게 되었다.

백종원 '선생' 논란

백종원의 '엄마' 논란과는 또 다른 방향에서 그가 과연 '선생'인가라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이 논란에 가장 큰 불을 붙인 것은 조선일보의 박은주 부본부장. 그는 대세남 백종원에게서 이상하게 '돈냄새'가 난다며 그가 요리로 자신이 운영하는 체인점의 '맛'을 호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기 식당 상호를 은근히 드러내는 PPL(간접광고)을 하는 ‘하수’가 아니다. 대신 자기 식당이 만들어내는 가벼운 음식에 대해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듯 보인다. ‘프로’다. “이건 너무 달아” “이건 맛이 너무 가벼워” 같은 비평 대신 “뭘 그리 까탈스럽게 굴어” “요즘 설탕이 대세잖아” 같은 평가 말이다. 조선일보(7월 8일)

이어 그는 "‘집밥 선생’ 컨셉으로 지나치게 많은 방송에서 ‘유일한 음식 훈장님’처럼 대접받는 건, 좀 부당한 일이다. 그 와중에 ‘백종원식 음식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는 일도 개운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 역시 노정태가 말한 것과는 부딪히는 양상이다. 노정태는 아까의 글에서 "백종원은 정말이지 좋은 선생이다. 학생의 수준에 맞춰 아주 기초적인 내용부터 가르쳐준다. 이렇게 만들면 무슨 맛이 날지 상상해보라고 한 후, 당장 실습부터 해서 출연자들의 결과물에 대해 리뷰해주고, 문제점을 스스로 찾아내도록 유도한다. 그러니 시청자들 역시 손쉽게 따라해볼 용기를 낼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자, 백종원이 엄마인가 아닌가. 백종원은 좋은 선생인가 아닌가. 의외로 이 두 질문에는 우리나라 사회과학과 미(철)학이 중요하게 다뤄야 할 쟁점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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