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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의 처절한 반성 4가지

  • 원성윤
  • 입력 2015.07.13 11:34
  • 수정 2015.07.13 11:41
ⓒShutterstock / hxdbzxy

서울대 공대가 처절한 자기반성을 담은 '2015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백서(부제:좋은 대학을 넘어 탁월한 대학으로)'를 최근 발간했다.

'매일경제' 7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이 백서에는 100페이지 넘는 분량에 걸쳐 홈런(실패 확률이 높은 어려운 연구)을 치려는 노력보다 1루 진출(단기 성과, 논문 수 채우기)에 만족했던 안이한 태도를 반성하는 문구들이 가득했다"며 "'우수한 대학(excellent university) 중 하나'가 아니라 독보적인 연구성과를 내는 '탁월한 대학(outstanding university)'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고 보도했다.

'뉴스1' 7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공대의백서는 1991년 발간된 '공과대학은 발전하고 있는가? 대학의 위기/반성과 각오/전망과 대책'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의 이 같은 반성은 왜 나오는 것일까.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 자부하지만, 세계 속의 서울대는 경쟁력 면에서 초라하다. 특히 공대로 특화된 카이스트나 포스텍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뉴스1' 에 따르면 백서 발간을 요청한 이건우 공대학장은 "1991년 발간된 백서에서 제안한 내용이 현재 서울대 공대의 모습이 됐다"며 "서울대 공대의 르네상스를 재현하기 위해 백서 발간을 제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2015 서울대 백서'를 입수해 보도한 매일경제 등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백서 내용을 4가지로 요약했다.

1. 서울대 공대는 1루만 진출하면 만족하는 타자였다

백서에서 서울대는 그동안 단기 성과에만 집착해 왔다고 고백한다. 야구로 치면 주자를 루상에 채운 다음 홈런을 치기 보다는 번트라도 대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연구성과와 세계적 인지도가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는 교수가 적다. 교수들에게 단기간에 성과를 보일 것을 강요하고 연구의 질보다 양을 강조하는 시스템때문에 서울공대에서는 야구로 비유한다면 번트를 치더라도 꾸준히 1루에 진출하는 타자가 되어야 한다." (7월13일, 연합뉴스)

2. 논문은 양은 많지만 질은 낮다

지난해 4월, 서울대학교를 방문한 시진핑의 모습. (자료사진)

백서에서 서울대 공대의 가장 큰 취약점은 발표하는 논문의 양은 많아졌지만 인용횟수가 현저하게 적다는 점이 꼽힌다.

매일경제는 "전체 대학평가 순위에서는 서울대에 뒤지는 포항공대가 논문인용과 국제평가에서는 더 우수한 점수를 받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서울공대의 낮은 연구성과를 질타했다"고 소개했다.

정부 연구개발 자금 지원정책은 교수들이 '문어발식 연구'를 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통상 연구과제는 단기(보통 3년)로 지원이 되고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재정적 후속대책이 없기 때문에 교수들은 극도의 위험회피 성향을 보이고 가급적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산학협력이 대기업 의존적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이 연구를 주도하면서 서울공대는 그 일부 기술을 개발 조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외국에 비해 혁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7월13일, 매일경제)

3. 연구비 증가, 박사 과정 학생수 제한 필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1월21일 미국 보이시주립대 마이크론엔지니어링센터 연구실을 찾아 데이브 에스트라다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계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요건들도 제시했다. 바로 연구비의 양적 증가와 박사 과정의 학생 수가 제한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7월13일 보도에서 "서울대의 지난해 공대 연구비 총액은 1659억원으로 미국의 MIT(4385억원)·스탠퍼드대(3971억원) 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며 "교수당 연구비 역시 4억9200만원으로 스탠퍼드대(15억3000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4. 한국의 위기감 = 서울대 공대의 위기감

이 백서가 가슴이 아픈 것은 한국의 상황이 서울대 공대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매일경제는 "이 위기감은 서울공대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 위기상황에 대한 염려와 고민이기도 하다"며 "백서는 우리나라의 위기상황 진단으로 시작했다. 산업화 후발국인 중국이 철강·조선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바짝 추격했고 IT서비스 등의 분야에서는 우리를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공대에서 의대, 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로스쿨) 등 공대와 전혀 무관한 곳으로 진로를 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공대 경시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교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대 방문교수였던 캘리포니아대 마이클 소데르스트란드 교수는 백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서울대에서 가르쳤다. 그렇지만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학업에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었다. 미국 같으면 그런 학생들은 전과를 하든가 다른 더 흥미 있는 일을 찾았을 것이다." (7월13일, 매일경제)

또 국내외 대학은 물론 1991년에 설립된 홍콩 과기대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약하다고 지적된다. 백서 발간을 주도한 성원용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우수한 학생들이 안정적인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공무원이 되기 위해 스펙 경쟁에 뛰어든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우리에게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서울대 공대생에 대해)창업을 장려해야 한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대변되는 대기업 위주인 산업구조로는 현재 처한 국가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서울대 공대가 대기업 지원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산업혁신과 국가 문제 해결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절실해졌다." (7월13일, 매일경제)

과연, 서울대 공대는 혁신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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