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평등, 사랑, 존엄을 위한 여정이 시작되다 | 한국의 첫 동성결혼 신청사건 심문기일 쟁점 4가지

민법에서 말하는 "부부"라는 법률용어는 그 자체 중립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이에 "배우자"라는 법률용어와 마찬가지로 그에 굳이 자연적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결합이라는 한정된 의미만을 부착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특정한 생물학적 성을 전제로 구성된 법률용어가 아니라, 혼인의 결과로 탄생한 한 쌍의 생활공동체를 지칭하는 의미로 우리 민법에 채택된 것일 따름이라고 밝혔다

  • 장서연
  • 입력 2015.07.13 10:04
  • 수정 2016.07.13 14:12
ⓒ연합뉴스

2015년 7월 6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한국 최초의 동성혼인 신청사건의 심문기일이 열렸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4호파1842 등록부정정,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신청인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와 대리인단인 변호사들은 레인보우 배지를 가슴에 달고 법정에 출석했다.

공개결혼식날도, 혼인신고나 소제기 기자회견에서도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는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가 심문기일 당일에 눈물을 보였다. 심문 이후에 김승환 대표는 "법제도에서의 불인정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렇게 큰지 자신도 몰랐다"고 밝혔고, 김조광수 감독은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성애자라면 그 날 처음 만난 사람과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하면 끝날 일을, 동성 커플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 자신의 존재와 관계를 법 앞에 증명해야 했다. 조숙현 변호사는 이런 상황이 "폭력적"이라고 했다.

신청인 부부의 진술뿐만 아니라, 한상희, 김승섭, 오정진 교수의 참고인 진술을 들으며, 성소수자로서 일상에서 느꼈던 소외감이나 언어로 설명할 수 없었던 모호한 감정들이, 그 법정에서 언어가 되어서 신청대리인인 나에게도 꽂혔다. 성소수자의 존재가 법 앞에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자각시키는 현장이었다.

미국연방대법원 판결이 회자되고 있고, 그 판결의 영향이 이 사건에 대한 언론의 관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류민희 변호사는 농담반조로 "마치 우주의 기운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고 했지만, 이 사건 주심 변호사인 류민희 변호사가 오래 전부터 꼼꼼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대로 일이 잘 풀린 것이다.

혼인의 자유나 평등은, 외국 판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한국 헌법재판소에서 1997년 동성동본금혼제의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혼인제도와 가족제도는 인간의 존엄성 존중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규정되어야 하고, "모든 국민은 스스로 혼인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고 혼인을 함에 있어서도 그 시기는 물론 상대방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며 이러한 결정에 따라 혼인과 가족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7. 7. 16. 선고 95헌가6등 헌법불합치 결정). 1997년은 내가 법대 1학년일 때였다.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이 나에게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심문기일 당일 최후 변론에서도 혼인제도에서의 개인의 존엄과 혼인의 자유를 강조한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과 소수자 인권 보장의 관점에서 헌법합치적 해석의 중요성을 인정하여 성전환자 성별정정을 허가한 대법원 결정을 예로 들었다(대법원 2006.6.22. 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한국 법원도 이미 법의 해석을 통해서 신청인들의 신청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최소한 신청인들의 신청을 진지하게 새겨듣고 깊이 고민해야 함을 부각시키고자 하였다.

이 사건이 형식상 가사비송사건으로 비공개 심문이어서 아쉬웠다. 2시간 3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신청인 부부와 참고인들의 진술을 들으면서 많이 느꼈고 많이 배웠다. 오정진 교수의 말처럼, "법이 문이 아니라 장벽으로 기능하지 않도록" 법을 해석하는데, 이 사건 신청이 그 도전이 될 것이다.

2015년 7월 6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주최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심문기일의 쟁점 4가지

심문기일에서 논의되었던 내용을 쟁점 4가지로 정리했다.

Q. 민법은 동성 혼인을 금지하고 있나?

서대문구청은 신청인들의 혼인신고를 불수리한 사유로, 민법 제815조 제1호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민법제826조 내지 834조 등에서 규정한 '부부(夫婦)'라는 용어를 근거로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심문기일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는 현재 민법에서 동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는 규정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민법 제807조는 "만 18세가 된 사람은 혼인할 수 있다"고 하고 제809조와 제810조는 근친혼과 중혼을 금지하고 있을 뿐, 같은 생물학적 성의 사람들끼리 혼인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고 민법은 혼인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결합임을 규정하고 있을 따름이지, 그것을 생물학적 남성과 생물학적 여성 사이의 결합만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민법 제826조 등에서는 "부부"라는 말을 사용하여 마치 생물학적 남성과 생물학적 여성 사이의 결합을 전제하고 있는 듯한 외관을 보이고 있으나 이 또한 같은 생물학적 성의 사람들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는 규정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고 한다.

한상희 교수는 ""부부"라는 용어의 본래적 의미는 지아비(夫)와 아내 혹은 며느리(婦)에 있다. 하지만,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자전(字典)이나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법문장 안에서의 위치와 맥락에 따른 별도의 의미가 부착되는 것이 통례이다. 우리 민법은 "부부"라는 말을 사용하면서도 그 자전적 의미에 부합하는 각각의 생물학적 성에 상응하는 별도의 규정이나 규율을 두지 않고 있다. 민법의 전체 구조는 성(性)중립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과거 의용민법에서처럼 "처(妻)"를 별도로 설정하고 이를 의사무능력자로 규정하는 등 성역할을 배분하는 규정은 아예 없다. 흔히들 "부부"나 "혼인"의 개념에 대하여 사전적 의미를 원용하면서 그 규율범위를 구성하고자 하나 이는 잘못된 추론방식이다. 사전에서 규정하는 말의 의미는 시대나 제도에 의해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는 그 용어가 그 당시 사회적으로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에 불과한 것으로 그것이 표상하는 관념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민법에서 말하는 "부부"라는 법률용어는 그 자체 중립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이에 "배우자"라는 법률용어와 마찬가지로 그에 굳이 자연적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결합이라는 한정된 의미만을 부착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특정한 생물학적 성을 전제로 구성된 법률용어가 아니라, 혼인의 결과로 탄생한 한 쌍의 생활공동체를 지칭하는 의미로 우리 민법에 채택된 것일 따름"이라고 밝혔다.

Q. 헌법 제36조 제1항의 규정은 동성 혼인을 금지하고 있나?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대문구청은 혼인신고 불수리처분사유로 헌법 제36조 제1항을 근거로 들지는 않았지만, 서대문구청의 대리인은 준비서면에서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양성"의 평등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양성(兩性)"이란 당연히 "이성(異性)"으로 해석되는 것이므로 혼인을 이성간의 결합으로 이해하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상희 교수는 "이 조항은 제헌헌법 제20조에서 "혼인은 남녀동권을 기본으로 하며 혼인의 순결과 가족의 건강은 국가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라고 한 규정의 틀이 1980년 제8차의 헌법개정을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변형된 것인데, 이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혼인과 가족생활과 관련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보다 명확한 형태로 보장함으로써 인권장전으로서의 헌법의 역할을 보다 강화하고자 하는 헌법개정권자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조항을 반대해석하여 동성 간의 혼인을 금지하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① 이 규정이 기본권보장규정이 아니라 오히려 기본권제한규정으로의 지위로 왜곡하고 있을 뿐 아니라, ②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라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나타나는 두 가치(존엄성과 양성평등성) 사이의 규범적 서열관계를 간취하지 못함으로써 기본권의 최대보장이라는 헌법의 틀을 무시하는 것이고, ③아울러 이런 주장은 헌법적인 근거도 없이 무리하게 "생물학적 성"에만 고착함으로써 존재(Sein)론적 인식오류에 의한 당위(Sollen)판단의 왜곡현상을 야기하고 사회변화에 따라 제기되는 다양한 사회적 성의 문제를 간과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판장은 추가질문으로 한상희 교수에게 "한국의 대부분의 가족법 교과서에는 '혼인'의 정의를 '일남일녀의 결합'이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한상희 교수는 "혼인을 일남일녀의 결합이라고 주장하는 이유, 그에 대한 정당화 근거, 논리적 이론을 밝히고 있는 자료나 논문을 찾아보았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일남일녀는 혼인의 하나의 형식일 뿐, 혼인의 의미, union의 의미는 미연방대법원 법정의견대로 일남일남, 일녀일녀 역시 일남일녀 못지 않게 아름다고, 인정해야 할 결합의 방식이라는 것이 보편적 인식으로 굳혀져 가고 있다." 고 밝혔다.

심문기일 직전 법정 앞에 있는 참고인들과 변호사들

Q. 헌법이나 민법이 동성 혼인을 금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법의 해석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상희 교수는 "기본권의 최대보장이라는 맥락에서 바라볼 때 헌법 제36조제1항의 "양성의 평등"이라는 법문의 의미와 민법상 혼인제도의 의미는 동일하여야 하며, 이는 반대해석을 통한 혼인금지규정으로 변용될 것이 아니라 보충해석 혹은 확장해석을 통한 혼인허용(혹은 방임)규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청인들의 혼인신고를 수리하는 것이 기본권의 최대보장을 규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에 합치되는 합헌적 법률해석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심문기일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오정진 교수(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법철학)는 "(이 상황에서 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우리가 현재 이 법정에 있는 이유이다. 신청인이 혼인신고를 했으나 거부당했다. 법 앞에 나섰으나 거부당했다. 법이 그동안 이런 당사자를 보지 못했으므로, 제도가 당사자가 없는 것처럼 취급한 것이다. 법의 태도는 모든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인데, 신청인들을 법이 보지 않는 존재로 취급한 것은, 법이 문이 아니라 장벽으로 기능한 것이다. 법의 바람직한 태도는, 법이 장벽으로 작동하지 않아야 한다.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동성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세상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법도, 사회도, 국가도 세상을 축소시킬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Q. 동성 혼인의 금지가 개별당사자의 건강이나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은?

심문기일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승섭 교수(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는 지난 10년 동안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주에서 '동성결혼의 불인정'과 관련해 제도적 변화가 나타나면서 진행된 과학적 연구들을 소개했다. 김승섭 교수는 "Wight 박사는 2009년도에 행해진 '캘리포니아건강인터뷰연구(California Health Interview Survey)'를 분석하여, '법률혼'을 한 성소수자(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커플과 '법률혼'을 하지 못한 성소수자 커플, 그리고 법률혼을 한 이성애자 커플의 정신건강 상태를 비교하였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2008년 6월에 법원에서 동성결혼이 인정되었다가 2008년 11월 주민투표(주민발의)로 동성결혼이 금지되는 상황이 2013년까지 지속되던 사회적 상황 속에서 '법률혼'을 한 성소수자 커플과 그렇지 못한 성소수자 커플이 함께 존재하는 점을 이용하여 비교연구를 한 것이다. 연구 결과, '법률혼'을 한 성소수자 커플은 결혼을 한 이성애자 커플과 매우 유사한 정신건강 상태를 보였고, 그렇지 못한 성소수자커플과 비교했을 때 정신건강 상태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양호한 상태로 나타났. 즉, 법/제도적으로 인정받는 '법률혼'을 할 경우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에 비하여 더욱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나아가 "Hatzenbuehler 등이 2010년 미국공중보건학회지에 출판한 논문은 1996년도에 미국연방의회가 '결혼보호법(Defense of Marriage Act, DOMA는 2013년 미국연방대법원에서 위헌결정으로 폐지됨)'을 통과시킨 이후에,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적 움직임이 있었고, 그로 인해 2004년과 2005년에 16개 주에서 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이 금지되었는데, 동성결혼이 금지된 16개 주에 거주하는 성소수자와 나머지 30개 주에서 거주하는 성소수자들에서 1차(2001/2002)와 2차(2004/2005) 서베이에서 어떻게 정신질환 유병율이 변화되었는지를 봤는데, 동성결혼을 금지한 주에 거주하는 성소수자들은 1차 서베이에 비해 2차 서베이에서 정동장애(any mood disorder)가 36.6% 증가하고, 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가 248.2% 증가했다. 반면에 동성결혼을 금지하지 않은 주에 거주하는 성소수자들의 정신건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악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승섭 교수는 "성소수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사회적 차별은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개개인들과의 관계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동성결혼 불인정'과 같이 그 자체로 차별일 뿐 아니라 개개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차별을 강화시키는 왜곡된 사회적/제도적 장치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그리고 그러한 차별은 성소수자 본인의 삶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는 가족, 동료 모두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으로 주며, 결과적으로 사회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gagoonetpage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