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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삼성이 반드시 대답해야 하는 질문들

만일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의 감염의 최초 원인자라는 가설이 맞다면 삼성서울병원에 도의적 책임은 몰라도 중대 과실은 없다. 오히려 자신도 정부 방역망이 뚫린 사태의 피해자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다음과 같은 반론과 의문에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14번 환자가 내원하기 이전에 메르스 감염환자가 삼성서울병원 내부에 있었고, 정황상 그 사실을 삼성이 은폐, 정부가 비호했다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그 의심이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삼성의 책임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로만 대신하기는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다.

  • 장재연
  • 입력 2015.07.13 11:39
  • 수정 2016.07.14 14:12
ⓒ연합뉴스

들어가며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삼성은 애증이 교차하는 존재다. 자랑스럽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믿음직스럽기도 하다가도 믿을 수가 없기도 하다. 법을 어긴 것 같기도 하고 문제가 많은 것 같기도 한데 막상 구체적으로 손에 딱 잡히는 것 없이 넘어간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정부의 무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삼성서울병원은 뜨거운 감자였다.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고,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국민 앞에서 사과문을 낭독했다. 많은 대책도 약속했다. 그러나 삼성이 국민들과 환자들에게 어떤 책임이 있다는 것인지는 모호하다. 메르스 사태가 언제 있었나 싶게 잊혀가면서, 삼성의 책임도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로 묻힐 듯하다. 과연 메르스 사태에서 삼성의 책임은 어디까지이고 이대로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삼성의 책임과 약속

이재용 부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환자 분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안에서 의료진의 감염이 계속되자 결국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약속을 못 지킨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 약속만은 지켜질 수 있을까?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들에 대한 도의적,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 책임을 가리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미 일부 사망자의 유가족들은 정부, 지자체 그리고 병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메르스 환자가 불시에 내원하여 다른 환자나 가족들이 감염된 것이라면 병원이 큰 실수가 없지 않는 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병원의 의료진이나 직원들이 부주의로 또는 설사 불가피하게 감염됐더라도, 병원이 감염 사실을 은폐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다가 다른 환자나 가족들을 감염시킨 것이라면 법적 책임도 지는 것이 맞을 것이다.

메르스 환자 186명의 절반 가까운 90명이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하였는데, 중앙메르스관리 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이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되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환자를 감염시킬 수 있었던 이유로 대형병원의 응급실에서 많은 사람들과 밀접접촉이 되었다는 점, 환자가 가장 전염력이 높은 시기였을 수 있다는 점, 응급실 환자들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제시되었다.

이런 지적은 맞다. 따라서 만일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의 감염의 최초 원인자라는 가설이 맞다면 삼성서울병원에 도의적 책임은 몰라도 중대 과실은 없다. 오히려 자신도 정부 방역망이 뚫린 사태의 피해자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다음과 같은 반론과 의문에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14번 환자가 내원하기 이전에 메르스 감염환자가 삼성서울병원 내부에 있었고, 정황상 그 사실을 삼성이 은폐, 정부가 비호했다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그 의심이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삼성의 책임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로만 대신하기는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다.

5월 27일 이전에 삼성서울병원에는 메르스 감염자가 한 명도 없었을까?

14번 환자가 감염의 최초 원인자라면, 5월 27일 이전에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청정지역이었어야 한다. 다시 말해, 5월 17일 내원한 1번 환자로 인한 감염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의 송재훈 원장은 6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1번 환자가 내원했을 당시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던 환자가 285명, 의료진 등 직원이 193명이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철저한 조치를 취한 결과 '최대 잠복기인 14일이 지날 때까지 1번 환자로 인한 2차 감염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같은 기자회견에서 송원장은 14번 환자에 노출된 인원은 환자 675명, 의료진 등 직원 218명으로 파악되었고 확인 즉시 격리조치를 했으며 그날까지 감염자가 17명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 확인된 것에 따르면 기자회견 당일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의 감염자는 무려 65명이었다.

결국 송원장은 불과 26%만의 감염자를 파악하고 기자회견에 나와서 '현재 격리관찰 중인 노출자들에게서 증상이 있는 사람은 없고, 병원의 다른 부서로 감염의 전파는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럼 송원장이 확인한 17명을 제외한 나머지 74%에 해당하는 48명의 감염자들은 그 시간 어디에 있었다는 말일까.

이 사실은 당시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감염의 전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삼성서울병원의 노출자 확인, 격리 조치 등이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노출가능자의 확인 및 추후 조치가 비슷했던 1번 환자의 경우에 감염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14번 환자가 정말 '슈퍼전파자'인지 모르겠으나 1번 환자도 14번 환자 못지않게 평택성모병원을 비롯하여 이동한 경로마다 주변인들을 감염시킬 정도로 감염력이 큰 환자였다. 따라서 삼성서울병원이 1번 환자로 인한 감염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절차가 있어야 했다. 478명의 노출가능성이 있는 인원 모두에 대해 신분을 확인해서 발병여부를 확인했고, 그중 한 명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또한 노출된 사람이 명단에 누락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에서의 환자 발생을 감시 모니터링한 결과 6월 2일까지 감염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은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어서 설명하겠지만 1번 환자 노출로 인한 잠복기 14일인 6월 2일 이전에 무려 30여명의 감염환자가 발생해 있었다. 따라서 '1번 환자로 인한 최대 잠복기인 14일, 즉 6월 2일까지 환자는 한 명도 없다'라는 송원장의 발표는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5월 27일 이전에 메르스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삼성 측 주장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이다.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의 메르스 감염자 30명이 모두 14번 환자에 의해 감염되었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1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있던 기간이 5월17일에서 19일 또는 20일까지이므로 최대 잠복기는 최소 6월 2일까지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메르스대책본부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이때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의 감염자는 30명이었다. 14번 환자는 5월 27일부터 30일까지 내원했기 때문에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발생한 이들 환자들은 1번 환자에 의해 감염된 것인지 14번 환자에 의해 감염된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30명이 모두 14번 환자로 인해 감염된 것이라고 주장하려면, 이들이 1번 환자 또는 1번 환자로 인해 감염되었을 수 있는 사람과는 전혀 접촉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1번 환자와의 접촉이 없었다는 것은 대책본부가 검토했는지 모르겠으나, 1번 환자로 인해 감염되었을 수 있는 제 3의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 가능성은 그 가능성을 아예 전제하지 않은 지금의 역학조사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왜 이 많은 환자가 전부 14번 환자에 의해서 감염된 것이고 1번 환자와는 무관하다고 단정 지었을까? 메르스 유전자 검사 결과가 1번 환자로 인한 감염인지 14번 환자로 인한 감염인지 알려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알려지지 않은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아직까지 구체적 역학조사 자료가 아직 공개되지도 않았고 학술적인 판단이 공개적으로 이뤄진 것도 아닌데 정부가 감염경로를 단정적으로 발표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삼성서울병원에서의 최초 감염자들의 잠복기가 짧고,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먼저 발병한 것은 우연인가?

외부에서 메르스 환자가 와서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가 최초 발생할 때까지는 며칠의 잠복기가 있다. 가장 빠르면 감염 후 이틀부터 발병하기도 한다지만,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의원에서의 감염사례를 종합해 보면, 빨라도 4일, 오래 걸리면 열흘이 지나서 첫 환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유독 삼성서울병원은 5월27일 첫 노출이 이뤄지고 3일 차에 7명이나 환자가 발생했다. 모든 병원 중에서 가장 빠른 시점에 첫 환자들이 다수 발생한 것이다. 처음에는 35번 환자가 5월 29일 첫 증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경우는 2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당사자 주장대로 그게 아니더라도 삼성서울병원의 최초 환자들이 발생할 때까지의 기간은 3일이고, 여전히 가장 빠른 것이다.

발병시점이 삼성서울병원처럼 빠른 병원이 유일하게 하나 더 있기는 한데, 바로 건양대병원이다. 건양대병원도 3일 만에 두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대신 모두 70대 고령이고 추후에 모두 사망하였다. 다른 병원들도 최초 환자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고령자이거나 기존에 이미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었다. 건양대 병원의 사례는 상식에 부합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점에서도 독특하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처음 메르스 환자가 발병한 5월 30일, 총 7명이 발병하였다. 그 중에 입원환자는 나중에 사망한 1명(50번) 뿐이다. 나머지 6명은 두 명의 의료진과 가족 1명, 그리고 정확한 신분이 제시되지 않은 응급실 체류자(직원이거나 방문자일 가능성이 높음) 3명이다. 더구나 이들 6명의 연령은 30대가 3명, 40대, 50대, 60대가 각각 1명이었다. 60대인 112번 환자는 응급실 체류자로 분류되어 있었지만, 이분도 (추후 사망한 것을 감안하여) 내원 환자였다고 가정하더라도, 7명 중 환자는 2명이고 나머지 5명은 30대가 3명, 40대와 50대가 각각 한명씩이다,

어떻게 분석하더라도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가 발병한 대부분의 병원의 경우와 달리 매우 빠른 시기에 환자가 발생했고, 동시에 유독 젊고 입원환자가 아닌 사람들이 다수 발병했다는 결론이다. 이를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이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필요하다. 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6월2일이 되어서야 그때부터 삼성서울병원의 경우도 환자들의 감염이 일반인보다 많아진다.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진과 직원들이 다른 병의원에 비해 유난히 감염이 많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메르스 환자는 의사(35번 환자)로 시작해서 의사(185번 환자)로 끝났다. 특히 6월15일 발병한 162번 환자로부터 164, 169, 181, 183번 환자와, 발병시기가 모호한 184, 185번 환자까지 사태 후반부에 발병한 감염자는 모두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들이다. 의료진들의 감염이 삼성서울병원에 치명타를 안겼다. 이로 인해 메르스 종료시점도 늦어지고,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그룹 책임자의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자기 환자들이 당국에 의해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는 수모를 겪었다.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전국적으로 수십 명의 환자가 확산되었고 그로 인해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이 무려 100여개다. 초기에 평택성모병원에서 다른 병의원으로 환자가 옮겨 간 일부 병원에서 의료진 감염이 발생했지만, 메르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이후에는 극소수 사례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병원에서 의료진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삼성서울병원만 유독 의료진 감염이 마지막까지 계속 되었을까? 일부에서 보호구 미지급, 보호구 착용 미숙 등의 이유를 제시하지만, 삼성서울병원 수준이 그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들이 메르스를 가볍게 보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가능성, 그들이 메르스 환자와 접촉하지 않고 있어 경각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을 때 다른 메르스 감염자(예를 들어 동료 의료진이나 직원)를 통해 감염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삼성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이 초기에는 몰라도 나중에는 그룹의 대표와 병원장까지 사과하는데도 메르스를 가볍게 보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역학조사에 확인된 메르스 환자들 이외에 혹시 밝혀지지 않은 제 3의 감염경로를 통해 의료진들이 감염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무리한 추정은 아닐 듯싶다.

또 다른 가설 '5월 27일 이전에 삼성서울병원에는 이미 메르스 환자가 존재'

1번 환자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진이나 직원 일부가 감염되었고, 그들에 의한 감염이 14번 환자에 의한 감염보다 며칠 빨리 응급실과 병원 내 다른 장소에서 시작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앞에서 검토한 대로 1번 환자로 인한 감염이 삼성서울병원에서도 일어났을 가능성은 그렇게 무리한 가설은 아니다.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5월 30일 이전에 발병한 환자들은 발병자체가 은폐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럴 리는 없다고 믿는다. 단지 당국의 조사에서 누락되었거나 또는 발병일이 다르게 파악되었을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감염자들의 발병일이 왔다 갔다 하고 나중에 발병일 자료가 비공개가 된 것과 연관이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 가설에 의하면 5월 30일부터 6월 2일 사이에 발병한 30명의 환자는 물론, 그 이후에 발생한 환자들 모두 여러 명의 메르스 환자에 의해 감염된 것이 된다. 그렇다면 14번 환자가 혼자 무려 80여명의 환자를 감염시킨,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다는 슈퍼전파자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삼성서울병원에서의 메르스 감염이 지금까지의 당국의 발표와 달리 여러 감염경로를 통해 동시에 일어난 것이라면, 그 동안 감염경로가 분명하지 않았던 여러 환자들의 경우도 설명이 가능하다. 또한 환자가 모두 철저히 격리된 이후에도 끝까지 유난히 의료진과 직원들이 감염이 많이 일어난 것도 설명할 수 있다. (다만 그런 경로가 있었다 해도,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모두 감염의 고리는 끊겼을 것으로 예상돼서 앞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

또한 현재 정부가 발표한 삼성서울병원 감염자들의 초기 발생양상 자료는 실제와는 다른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에서 살펴 본, 첫 감염환자들의 발생이 유난히 빠른 것처럼 보이고,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먼저 발병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해명이 된다. 즉 감염환자의 일부가 누락되었거나 역학조사 과정 중에서 첫 증상 발현일이 정확하게 기록되지 않았을 수 있다.

폐렴환자를 비롯한 호흡기 질환 환자들의 경우 메르스 증상을 구분해서 첫 증상이 나타난 날짜를 정확하게 진술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14번 환자 이전에는 감염자가 없었다고 가정하고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보건당국은 환자들이 5월 27일 이전에 초기 증상이 있었다고 진술했더라도 그럴 리가 없다면서 재검토하거나 환자들에게 다시 잘 생각해 보라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랬을 경우 5월 27일 이전에 발병한 환자도 그 이후에 발병한 것으로 뒤바뀌고 모두 14번 환자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결론지어졌을 수 있다.

물론 이런 가설은 현 단계에서는 추론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발표하던 발병 시점 등의 정보도 어느 순간부터 비공개로 바뀌었고 정밀 역학조사가 실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아무런 자료도 외부로는 공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는 소설을 쓴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모든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환자를 14번 환자에 연결시키는 것도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그에 못지않은, 오히려 더 억지 같은 소설이다.

마치면서

정부와 삼성은 메르스 사태 내내 은폐와 비호의 의혹에 시달려 왔다. 이를 벗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여러 의문에 대해 분명하게 해명하고 모든 역학조사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삼성 역시 이재용 부회장이 약속한 대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명쾌하게 책임져야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이 증명된다. 의문이 제기됨에도 조사하지 않고 묻어버렸다가 훗날 진실이 확인되면 그때는 실수가 아니라 고의였다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 그때는 도의적 또는 민법상의 책임이 아니라 '범죄'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정부와 삼성이 직접 조사를 한다 해도 국민들이 믿어 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삼성서울병원의 거의 모든 메르스 환자가 14번 환자에 의해 감염되었다고 발표해 왔고,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로 인한 감염자는 단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상당수 전문가들도 이미 중앙메르스대책본부의 역학조사와 분석 및 결과의 평가에 깊숙이 개입해 왔기 때문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국민들이 신뢰할지 의문이다.

국회에 의한 조사가 이뤄지겠지만, 그간의 실적을 보면 과연 실효성 있는 조사가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따라서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삼성이 자료를 제공하되, 이들로부터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회적 기구를 만들어 이들에 의해 조사를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끝으로 따로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건양대병원의 사례이다. 건양대 병원은 16번 환자가 폐렴환자인줄 알고 6인실로 입원시켰다고 했다. 그런데 같은 병실 환자 5명과 환자의 간병인, 보호자 등 7명이 훗날 모두 사망하였다. 이번 사례가 만들어낸 여러 비극 중 하나이지만, 이 사례는 메르스에 특별하게 취약한 요인이 무엇인지 찾아나갈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당국의 상세한 역학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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