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자기들끼리 속고 속이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

  • 허완
  • 입력 2015.07.13 04:05
ⓒAlamy

“얼마 전 저를 때리고 도망친 사람을 방금 봤는데요. 지금 출동해서 붙잡아주세요.”

5월18일 오후 4시께 서울 잠실지구대에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은 곧장 송파구의 한 은행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창구에서 현금 2400만원을 인출해 나오던 최아무개(25)씨를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그러나 최씨가 폭행사건을 전혀 모른다고 하고, 신고자의 전화도 꺼져 있어 경찰은 결국 최씨를 풀어줘야 했다.

경찰을 골탕 먹이려는 허위 신고 정도로 생각했던 이 일은, 경찰조사 결과 보이시피싱 조직원들이 돈을 서로 차지하려고 경찰을 끌어들여 연출한 ‘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인출과 통장 명의 대여 등을 맡은 이른바 ‘통주’(통장주인)인 최씨가 수금책에게 건네야 할 돈을 빼돌리려고 국내 총책 강아무개(31)씨와 미리 짜고 마치 자신들의 보이스피싱 범행이 경찰에 발각된 것처럼 수금책을 속인 것이다. 최씨 등은 이후 조직원들에게 “범행이 모두 들통 나 인출한 돈은 전액 압수당했다”고 속이고 피해 금액을 독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의 수사·홍보 강화로 예전보다 ‘여건’이 나빠지자 보이스피싱 조직원들끼리 돈을 차지하려고 서로 속고 속이는 ‘내부 피싱’이 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또다른 통주 김아무개(49)씨가 서울 역삼동의 한 은행에서 수금책 박아무개(40)씨 등을 따돌리고 통장을 갖고 달아났다가 수금책에게 붙잡힌 일도 있었다. 또 5월에는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끼리 10억원을 놓고 칼부림을 벌여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중국 총책의 지시를 받아 검찰청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으로 지난 3월부터 두달여간 11명에게서 약 2억5천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통주 최씨 등 5명을 구속하고,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최근 대포통장을 이용한 출금이 어려워지자 통장 명의를 빌려주고 돈까지 인출해주는 통주 8명을 직접 고용했다. 인출액의 5~10%를 수수료로 받는 통주들이 조직에 들어오면서 서로 속고 속이는 인출금 ‘먹튀’ 시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 #보이스피싱 #피싱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