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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귀요미'에서 '금빛 요정' 된 손연재(화보)

ⓒ연합뉴스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한국에 리듬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손연재(21·연세대)는 리듬체조의 변방인 한국에 기적처럼 내려온 선물이다.

손연재는 6살 때 체조를 시작했다. 소녀는 질투심이 강했다. 또래나 언니들이 어려운 기술을 소화하며 칭찬을 받는 모습을 보면 자기도 그 기술을 반드시 해내야 직성이 풀렸다.

손연재가 어렸을 때 그를 가르쳤던 지도자들은 손연재의 소질보다는 뭘 시키든 쉽게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하고야 마는 '악바리 근성'을 더 높이 평가했다.

광장중 시절부터 메달을 싹쓸이하며 차세대 유망주로 발돋움한 손연재는 광장중 3학년 때인 2009년 슬로베니아 챌린지대회 주니어 부문 개인종합에서 우승을 차지해 국내 리듬체조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주니어 무대를 평정한 손연재는 2010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서 시니어 데뷔전을 치렀다. 개인종합 32위에 그친 손연재는 상위 24명이 겨루는 개인종합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손연재는 몇 달 뒤 광저우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한국 최초로 동메달을 따냈지만, 세계선수권에서의 충격은 사라지지 않았다. 손연재는 국내 훈련만으로는 한계를 절감하고 리듬체조의 본고장인 러시아로 떠났다.

러시아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외롭고 힘들어 운 적도 많았다. 손연재는 그때마다 이를 악물었다. 러시아의 낯선 훈련 환경에 적응하려 했고, 세계적 기량의 러시아 선수를 뛰어넘으려 노력했다.

한 달에만 2천만~3천만 원에 달하는 러시아 훈련비는 한국에서 찍은 CF 광고비로 충당했다. TV 광고 속의 손연재는 언제나 밝게 웃고 있지만, 그가 그 이면에서 얼마나 독하게 훈련했는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했다.

한증막 같은 더위로 악명 높은 크로아티아 전지훈련에서 훈련 태도가 가장 좋다고 칭찬을 받은 손연재였다.

손연재는 열정적인 옐레나 리표르도바 코치와 전설적인 트레이너 이리나 비네르의 지도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갔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고독한 환경이었지만 손연재는 세계 최고의 코치와 함께 최상의 환경에서 훈련하는 것에 감사해 했다.

2011년 몽펠리에 세계선수권에서 단숨에 11위로 올라선 손연재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리듬체조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개인종합 결선에 진출해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손연재는 2013년 월드컵 파이널에서 후프 은메달, 리본 동메달을 따냈고, 지난해 터키 이즈미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후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해에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에 리듬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선물했다.

지난달 제천 아시아선수권에서 개인종합을 포함해 3관왕에 오르는 등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간 손연재는 이번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 멜리치나 스타뉴타(벨라루스), 마리아 티토바(러시아) 등 세계적인 동유럽 강자들을 제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손연재의 잇따른 쾌거는 사실 따지고 보면 많은 것을 희생한 대가다. 손연재는 2010년 이후 지금까지 5년째 러시아에서 '인간 손연재'가 아닌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로서 살아갔다.

리듬체조 종목에서는 누가 실수하지 않고 자신의 프로그램에 최고로 집중하느냐가 관건인데, 자신을 제어하는 능력에서는 손연재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혹한을 겪으며 밀도가 높아지는 '겨울나무'처럼 손연재는 러시아에서 외롭고 힘들어도 혼자 이겨내면서 더욱 단단해졌고,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차분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선수가 됐다.

귀여운 외모로만 주목받았던 손연재는 이제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가장 큰 목표로 잡은 손연재는 정점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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