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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세번째로 긴 터널: 50.3㎞ 율현터널

  • 김병철
  • 입력 2015.07.11 12:09
  • 수정 2016.01.30 07:45
ⓒ연합뉴스

그날, 바다 밑은 뜨거웠다.

지난 1월 영국과 프랑스 사이, 도버해협을 해저로 잇는 길이 50㎞의 ‘유로터널’ 안에서 불이 났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도 소개됐던 이 터널 속에서 일어난 화재로 시속 300㎞로 운행하던 고속열차 ‘유로스타’는 운행을 중단했다. 2009년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몰아친 한파와 폭설로 승객 수천명이 터널 안에 16시간 넘게 갇힌 적도 있다. 1994년 개통한 유로터널은 그간 크고 작은 화재와 한파 등으로 운행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유로터널보다 긴 지하 터널이 우리나라에서도 내년 상반기 개통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관통 행사를 한 ‘율현터널’(50.3㎞)은 스위스 알프스를 지나는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57㎞)과 일본의 혼슈~홋카이도를 연결하는 세이칸 해저터널(54㎞) 다음으로 길다. 3년5개월 동안 공사비 3조605억원을 들여 완공했다. 유로터널로부터 ‘세계에서 세번째로 긴 터널’이란 타이틀을 빼앗아온 우리나라도 이제는 ‘터널 안 사고’에 본격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수도권고속철도 ‘율현터널’ 내 안전시설 현황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율현터널은 서울 수서와 경기도 평택을 잇는 수도권고속철도의 일부로 통복터널(3.1㎞)과 이어진다. 21분 만에 지나는 전체 운행 구간 61.1㎞ 가운데 두 터널이 거의 대부분인 93%를 차지한다.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수서 지역)와 경부고속도로(동탄 지역) 아래 지하 39~72m 지점에 파인 터널 주변으로는 하천과 주거지가 밀집한 도심 구간이다. 게다가 균열에 취약한 단층대까지 존재한다.

율현터널 수직탈출로 단면도(※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이 때문에 율현터널 안에는 불이 나면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늘로 솟은 구멍이 여러 곳 있다. 터널 안에는 1~3㎞ 간격으로 17개의 방화문이 나 있다. 터널 천장에는 열차에 고압전기를 공급하는 케이블이 지나기 때문에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를 갖출 수 없다. 이런 사정 탓에 터널 안에는 454개의 소화기가 비치된다. 또 터널 옆에 비상대피공간도 마련된다. 방화문을 열면 대피로가 나오고, 그 길 끝에 지름 12m의 구멍이 있어 지상으로 연결된다. 계단뿐 아니라 24인승 엘리베이터도 있다.

터널 안에는 초속 15~20m로 공기를 뽑아내는 송풍기가 100대나 달린다. 이 가운데 65대의 ‘배연 송풍기’는 터널 내부온도를 자동 감지해 외부와 4℃ 이상 차이가 나면 공기를 밖으로 뽑아내는 역할을 한다. 나머지 35대의 ‘제연 송풍기’는 대피 공간으로 외부 공기를 불어넣게 된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는 “터널 안은 불에 잘 타지 않는 전선을 시공했고, 불이 나면 관제실을 통해 기관사에게 통보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불이 나면 승객들은 기관사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게 된다.

율현터널은 성남~평택 구간의 신갈단층대를 지난다. 화재뿐 아니라 균열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공단 쪽은 콘크리트를 더 두껍게 보강하고,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로부터 싱크홀·지반침하위험에 대한 분석도 받았다고 한다. 터널이 침하하거나 기울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필요한 여러 계측 장치도 설치했다. 개통하면 수서·동탄역에서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터널 안을 감시하고 외부에 터널 관제실을 둔다. 오세영 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고속철도건설단장은 “화재가 나면 가까운 역에서 비상열차를 들여보내 승객들을 구조할 수도 있지만 그 전에 이미 대피로로 빠져나올 수 있을 걸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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