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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논란을 부른 남부연합기가 철거되는 모습(동영상)

미국 동부시간 10일 오전 10시 9분(한국시간 10일 오후 11시 9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컬럼비아의 주 의사당 잔디밭의 9m 높이 깃대에서 펄럭이던 남부연합기가 하강하자, 의사당 주변을 가득 메운 수백 명의 시민이 환호성을 크게 질렀다.

일부는 'USA'를 연호했고, 역사의 유물이 된 남부연합기를 향해 잘 가라는 뜻으로 팝송 '굿바이'에 맞춰 일부는 '나나나나~ 나나나나~ 헤이 헤이 굿바이'를 불렀다.

또 빨리 '깃발을 내리라'며 경찰을 다그치는 이들도 있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고속도로 순찰대 소속 경찰 두 명이 내려온 국기를 곱게 접어 말고서 이를 남부연합 유적 군사 박물관 관계자에게 건넸다. 인종차별 논란을 부른 이 남부연합기는 이제 박물관의 유물이 됐다.

미국 남북전쟁(1861∼1865년)의 첫 포성이 울린 곳이자 사실상 북군(연방군)이 전쟁 승리를 선언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새 역사가 열렸다.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존치를 주장하며 북군과 맞선 남부연합군의 깃발이 마침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공공장소에서 사라졌다. 종전 150년 만이자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의사당에서 남부연합기가 등장한 지 53년 만이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고속도로 순찰대 소속 경찰 2명이 10일(현지시간) 오전 주 의사당에서 펄럭이던 '인종차별'의 중심 남부연합기를 53년 만에 내리고 있다.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고자 수많은 인파가 주 의사당에 몰려들었다.

'USA'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성조기를 휘날린 한 청년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부연합기를 이제는 내려야 할 순간이며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역사의 전환점을 맞이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흑백차별을 조장하는 남부연합기 대신 모두가 똑같은 미국 국민이라는 뜻에서 그는 성조기를 흔들었다.

지난달 17일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딜런 루프(21)라는 청년이 유서 깊은 흑인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성경 공부를 하던 흑인 9명을 살해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그가 남부연합기를 흔들고 찍은 사진이 발견되면서 평등과 인권, 자유라는 이념에 걸맞지 않은 남부연합기를 이참에 추방하자는 움직임이 미국 전역에서 일었다.

니키 헤일리 주지사의 요청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의회는 공공장소에서 남부연합기를 퇴출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주 상원과 하원은 압도적으로 이 법안을 가결했다.

헤일리 주지사는 전날 오후 4시 법안에 서명하고 이날 오전 남부연합기를 의사당에서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주 정부는 이날 역사적인 행사에서 빚어질 불상사를 막고자 전날 밤 의사당을 중심으로 반경 76m 지역을 지나는 이들에게 무기를 소지할 수 없도록 긴급 명령을 발동했다.

또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이 18일에, 과거 좌파 급진주의 흑인 단체인 블랙팬더당의 후신 격인 신 블랙팬더당이 무기를 소지하고 조만간 의사당 주변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밝힘에 따라 주 정부는 무기 휴대 금지령을 앞으로 30일 동안 계속 유지할 참이라고 일간지 USA 투데이가 전했다.

이날 행사 참석자 대부분은 미국민을 반으로 가르는 갈등의 유산이 박물관으로 가는 것을 두고 '위대한 날'이라고 평했지만, 남부연합기를 남부인의 유산으로 여기는 세력과 남북전쟁에서 사망한 남부군을 증조부로 둔 찰스 존스와 같은 이들은 '슬픈 날'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존스는 평생 남부연합기를 사 본 적이 없지만, 남부연합기의 퇴출을 기념하는 날 자신의 몸에 감싸려고 처음으로 깃발을 샀다고 설명했다.

참사 발생 후 22일 만에 남부연합기를 공공장소에서 추방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정책에 화답하고자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금주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전국 총회에서 15년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적용한 보이콧 정책 폐기를 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NAACP는 2000년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열리는 각종 스포츠 행사의 개최를 강력히 비난하고 참가를 거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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