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라마단에 여행할 때 알아야 할 6가지(화보)

  • 박수진
  • 입력 2015.07.10 13:14
  • 수정 2015.08.03 07:59

신혜은

글쓰는 전직 승무원, '낯선 바람을 따라 떠나다' 저자

파키스탄 카라치의 사원에서 기도를 올리는 모습. 2015년 7월 8일.

지난 6월 18일. 라마단(Ramadan)이 시작되었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9번째 달로 이슬람교의 창시자, 모하메드가 코란을 받은 달이다. 또한 라마단은 이슬람교도가 실천해야 할 5가지 기둥(의무) 중 하나이다. 전 세계 모든 무슬림들은 탐욕을 버리고 가난한 이웃을 돌아보며 그들의 고난에 동참하기 위해 한 달간의 라마단 동안 금식과 금욕 생활을 한다.

이 기간에 무슬림들은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음식은 물론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하루 다섯 번의 기도를 드린다. 담배나 성관계, 음악 같은 모든 즐거움도 금지된다. 철저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침도 삼키지 않고 뱉어낸다고 한다. 어린 아이나 노인, 임산부, 산모 등 병약한 자를 제외하고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한달 동안의 금식에 참여해야 한다. 만약 장기여행을 하게 된다면 여행하느라 금식하지 못한 일수를 라마단 후에 채워야 한다.

레바논의 카페에서 해뜨기 전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는 교인들. 2005년.

따라서 이 시기에 이슬람국가를 여행할 때에는 주의하는 것이 좋다. 이슬람교인이 아닌 타종교인에게 금식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중동국가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음식을 먹는 것을 금한다. 요즘엔 소수의 카페들이 돈을 내고 커튼을 치고 영업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먹는 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라마단 기간에 중동여행을 한다면 미리 든든히 밥을 먹고 움직이는 게 좋다. 하루 종일 쫄쫄 굶지 않으려면 말이다.

라마단이면 중동이나 일부 아프리카 이슬람국가만 피하면 될 거라 생각하겠지만 전 세계 16억 무슬림 중 3억 명만이 중동에 산다. 가장 많은 무슬림이 사는 나라는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순이다. 이들 국가의 무슬림은 7억 명이 넘는다.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같은 동남아시아와 터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같은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무슬림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이슬람법인 샤리아에 따라 통치하지 않고 정교분리가 되어 낮에도 아무 문제 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무슬림들이 많은 공공장소나 무슬림 사원인 모스크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거나 음식물을 먹는 것은 삼가자. 엄격한 이슬람 국가가 아니라 해도 금식하고 있는 예민한 무슬림들에게 이러한 행동은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어찌 됐든 타국을 여행하는 이방인으로서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는 것은 여행자의 기본 태도니까.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아이들이 '이프타' 무료 식사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2015년 6월 23일.

이쯤 되면 라마단 동안 여행은 하지 않겠노라 맘을 먹는 사람도 있을 터. 그러나 라마단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으니 굳이 이 기간을 피할 필요는 없다. 낮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못하는 금식이 꽤나 고역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해가 지는 이프타(Ifatar) 시간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프타는 해 지는 시간을 뜻하는데 이 시간이 되면 음식을 먹을 수 있기에 금식 후 먹는 첫 식사를 뜻하기도 한다.

이프타 시간이 되었다 해도 빈속에 갑자기 음식을 먹으면 위에 무리가 갈 수 있기에 물과 라반(요구르트), 대추야자 등을 식전에 먹어 위를 보호한다. 그 이후부터는 해가 뜰 때까지 먹고 먹고 또 먹는 즐거운 시간이 펼쳐진다. 이프타 때 한 끼, 새벽 1시쯤 한 끼, 해 뜨기 전에 한 끼를 먹어 결국 밤 시간에 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다. 다음날이 되면 경건한 시간을 보냄은 물론이다.

라마단 기간에 여행할 때 알아야 할 6가지

1. 관공서와 은행, 병원 등 공공기관의 운영시간을 확인하자

라마단 기간엔 점심 식사를 거르고 일을 하는 대신 일찍 출근하여 일찍 퇴근한다. 아랍에미리트의 경우에는 일반 회사도 3시면 모든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라마단이 끝나면 이드 휴가를 겸해 일주일에서 열흘까지 공공기관과 상점이 문을 열지 않기도 한다.

2. 라마단의 밤 문화를 경험하자

해가 지기 시작해야 움직이는 사람들 때문에 쇼핑몰과 상점들은 늦게 열어 늦게 닫는다. 새벽 2~3시까지 문을 여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해가 뜨기 직전에 문을 닫는 레스토랑도 있다. 평소 밤 문화가 발달하여 있지는 않지만 이때만큼은 라마단의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다. 터키의 이스탄불을 여행한다면 블루모스크 주변에 라마단에만 문을 열고 이프타를 파는 야시장을 꼭 가볼 것.

3. 이프타 프로모션을 즐기자

이프타는 금식 후 처음 먹는 식사를 뜻한다. 낮 동안에는 손님이 없는 레스토랑에서는 푸짐한 이프타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일반적으로 이프타 메뉴로는 아랍 음식을 제공하지만 서구화된 입맛에 맞춰 고급 호텔에는 인터네셔널 뷔페를 선보이는 곳도 많다.

4. 이프타를 공짜로 누리자

운이 좋다면 이프타를 공짜로 먹을 수도 있다. 라마단 기간에 선행을 많이 하면 죄를 감해주고 천국에 덕을 쌓을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부자들은 불우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하거나 집 앞에 천막을 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파키스탄 라왈핀디 주민들이 이드 알 피트르 축제 기간 중 놀이공원에서 놀고 있는 모습. 2014년 7월 30일.

말레이시아의 옷감 가게에서 이드 알 피트르 축제 기간을 대비해 마련한 신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2015년 7월 6일.

인도에 사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무슬림 이민자들이 이드 알 피트르 기간을 맞아 벌인 댄스의 장. 2014년 7월 30일.

5.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를 특수를 노려라

라마단이 끝나면 성대한 축제, 이드 알 피트르가 시작된다. 라마단 동안 금욕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긴 휴가를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가족들과 모여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동안 장사가 시원치 않았던 상점들은 일제히 세일에 들어가기도 한다. 엄청난 인파를 각오할 준비가 되었다면, 각종 프로모션과 세일에 그간 참았던 욕망을 맘껏 풀어내도 된다.

6. 라마단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이다

무슬림들에게 라마단은 단지 종교적인 행사가 아니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가까운 친구와 친지들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그야말로 무슬림들의 최대 명절이 아닌가 싶다. 가족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그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에서 허핑턴포스트 팔로우하기 |

트위터에서 허핑턴포스트 팔로우하기 |

허핑턴포스트에 문의하기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