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20년 전 프리드먼의 경고 : "유로화는 정치분열의 길"

  • 허완
  • 입력 2015.07.09 14:21
  • 수정 2015.07.09 14:26
** FILE ** Milton Friedman, winner of the Nobel Prize in Economics 1976, speaks at a press conference in a Stockholm file photo from Dec. 10, 1976. Friedman, the Nobel Prize-winning economist who advocated an unfettered free market and had the ear of Presidents Nixon, Ford and Reagan, died Thursday. He was 94. (AP Photo/File)
** FILE ** Milton Friedman, winner of the Nobel Prize in Economics 1976, speaks at a press conference in a Stockholm file photo from Dec. 10, 1976. Friedman, the Nobel Prize-winning economist who advocated an unfettered free market and had the ear of Presidents Nixon, Ford and Reagan, died Thursday. He was 94. (AP Photo/File) ⓒASSOCIATED PRESS

그리스 위기의 책임을 놓고 이해당사자들이 저마다 상대를 지목하는 가운데 애초 그리스의 경제 여건상 유로존에 가입한 것 자체가 문제의 출발이었다는, 유로 단일통화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관련, 20세기 경제학계 거장으로 `통화주의의 대부'라고 불린 노벨 경제학 수상자 밀튼 프리드먼(1912-2006)이 1997년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유로: 통화 통일은 정치 분열의 길'이 그리스 위기와 이를 둘러싼 EU의 정치적 긴장을 예언한 글로 다시 회자되고 있다.

관련기사 : The Euro: Monetary Unity To Political Disunity?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프리드먼은 국가 등 경제단위마다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 경제 충격의 조절에 변동환율제가 매우 효과적인 장치라는 기본 입장에서, 유럽연합(EU)의 공동시장은 단일통화에 부적절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억지로 "정치적 동기에 의해 유로 단일체제를 도입할 경우, 변동환율제라면 쉽사리 흡수할 수 있을 나라별 경제충격이 분열적인 정치이슈로 변해서 역내 정치적 긴장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그는 예언했다.

"정치적 통일은 통화통일의 길을 닦을 수 있지만, 단일통화체제에 불리한 여건에서 강요된 통화 통일은 결국엔 정치 통합의 달성에 장애물이 되고 말 것"이라는 것이다.

EU의 단일통화체제 추진자들은 독일과 프랑스를 긴밀하게 묶어서 장차 유럽 대륙에서 전쟁 재발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종국엔 '유럽합중국(USU)' 건설을 목표로 한 것이겠지만, EU 내부 여건상 도리어 정치적 통합을 해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EU를 내세운 정당들이 돌풍을 일으켜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NF), 영국의 극우 성향 영국독립당(UKIP),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각각 자국에 배정된 의석을 가장 많이 가져갔다.

지난 5월 실시된 폴란드 대통령 선거 및 스페인 지방선거에서도 반EU 정서가 표출되는 등 유럽 경제 위기 속에서 경제충격을 심하게 받는 EU 국가들에서 반EU 정서가 퍼지고 있다.

프리드먼은 영국이 유로존 가입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던 2002년 8월 한 영국 매체와 인터뷰에서도 "유로존은 외부의 경제충격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하다"면서 영국의 유로존 가입에 반대했다. 영국은 파운드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2001년엔 이탈리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유로화가 EU 회원국간 단일 정치체제를 뒷받침해주기는커녕 차이점만 부각시키게 될 것"이라며 유로체제가 앞으로 유럽 수개 국가들에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당시 아일랜드는 긴축 통화정책을 도입해야 하지만 이탈리아는 통화확대 정책이 필요한 상황인데, 유로화 단일체제론 국별 특성에 맞는 통화정책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1997년 기고문에서 미합중국은 주(州)마다 재정정책이 다르긴 해도 중앙 정부의 국가적 재정정책에 비하면 그 차이가 미미하고, 국가 정부의 조세 수입과 지출이 주정부를 비롯한 각급 지방정부의 것을 모두 합친 것의 2배에 이르는 등으로 인해 달러 단일통화가 훌륭한 통화체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아직 유럽합중국이 멀기만 한 목표인 EU는 EU의 중앙정부라고 할 수 있는 브뤼셀의 유럽집행위원회(EC)의 지출이 보잘 것 없고 EU 회원국간 산업·고용 제도의 차이는 미국 주 정부간 차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EU 회원국 주민들은 언어와 관습이 서로 다르고 유럽 공동시장이나 '유럽'이라는 개념보다는 자국에 대한 충성과 애착이 더 크며, 자유무역을 표방하기는 하지만 자본과 상품의 이동이 한 국가 내에 비해선 자유롭지 못하다고 그는 EU의 현실을 지적했다.

관련기사 :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경제 #그리스 #유로 #유럽연합 #밀튼 프리드먼 #유럽중앙은행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