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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사퇴 결정한 의원총회에서 오고 간 말

  • 김병철
  • 입력 2015.07.09 10:23
  • 수정 2015.07.09 10:24
ⓒ연합뉴스

새누리당은 8일 오전 9시께부터 의원총회를 열어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문제를 놓고 약 4시간동안 격론을 벌였다.

이날 의총에는 160명 소속 의원 가운데 120명 이상이 참석했고, 모두 33명의 의원이 발언대에 서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어느 때보다 열띤 공방전이 펼쳐졌다.

특히 그간 의총에서 거의 발언을 하지 않았던 서청원 최고위원까지 이례적으로 연단에 서는 등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김 대표는 의총이 시작되자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오늘 꼭 결론을 내려야 한다"면서 "국민은 우리 새누리당의 분열을 바라지 않는다"고 당의 화합을 두 번, 세 번 강조했다.

또 "저의 경험에 비쳐보건대 정치인의 거취는 반드시 옳고 그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요구가 책임추궁 차원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어 '선당후사의 정신'을 언급하면서 "유 원내대표에게 당을 위해 희생하는 결단을 부탁하는 것"이라며 '읍참승민'의 불가피성을 호소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이날 의총 직전 일부 기자들과 만나서도 자신이 간밤에 의총에 상정될 결의안 성안 작업을 직접 했다고 밝히면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표결로 결정되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권고문 내용을 최고위원들과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내가 총대를 메야한다. 남 탓을 할 수도 없다"며 "사람들이 타협도 하고 굽힐 줄도 알고 이래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표결로서 자신의 거취가 결정되길 원하지만 "표결까지 가게 되면 우리 모두가 어려워진다고 (의총에서 의원들에게)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의 이런 호소가 있었음에도 이날 의총에서 유 전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고하자는 결론이 나오기까지 친박·비박 의원들 간의 치열한 마라톤 토론이 이어졌다.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다음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회의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은 "이(유승민 사퇴)는 당내 민주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모든 의원의 의견을 하나하나 물어야 한다. 대충 총의를 모으는 것은 안 된다"며 표결을 주장했다.

그러자 19대 국회 최다선 의원으로 7선인 서 최고위원이 단상 앞에 나서 "정치인이 사퇴하는 것은 불명예가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라며 "나도 정치를 30여년간 하면서 책임을 진 경우가 많았다"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 결단을 촉구했다.

비박계 중진인 정두언 의원은 당·청간의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대통령이 잘못 가면 잘못 간다고 해야 한다. 청와대가 여당 선출 원내대표를 나가라 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태경 의원도 "당청 소통에 있어 당도 문제가 있었지만 청와대도 문제가 있었다"며 "새누리당은 수평적인 당청관계 확립을 위한 결의를 더 강하게 다져야 하며 그런 맥락에서 청와대의 변화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재선의 조원진 의원은 "지금의 이 사태와 전직 대통령에 대한 '보복 정치'를 없앤 현직 대통령(박 대통령)에 대해 생각해보라"며 유 전 원내대표 퇴진을 단순히 박 대통령의 '보복'으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친박계 초선인 강석훈 의원도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모두 부정했다"며 유 전 원내대표의 취임 초기부터 파국이 잉태됐다고 주장하며 정상적인 당정관계 회복을 위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의총 중간에는 이른바 '유승민 사단'이자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종훈 의원이 공개 발언에 나섰지만, 한 친박계 의원이 "식구는 나서지 말라"고 외쳐 한때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용태 의원 외에도 김희국 유의동 의원 등 5∼6명이 유 전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한 표결을 주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는 표결불가 쪽으로 기울었다는 후문이다.

정오가 지나자 의원들이 한두 명씩 의총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권고 총의가 모아진 회의 끝 무렵에는 90명에 미치지 못하는 의원들이 자리를 지킨 것으로 파악됐다.

의총 직후 김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으로 곧바로 가서 의총 결과를 유 원내대표에게 전달했고, 유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의총의 사퇴권고 수용의사를 밝혀 '유승민 정국'은 일단락됐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에게 의총 결과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미안하다, 고생했다'는 취지의 말도 함께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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