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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노키아 인수는 실패? 휴대전화 시장 철수할듯

  • 허완
  • 입력 2015.07.09 10:28
  • 수정 2015.07.09 10:35
A woman shows the new Lumia 830 smart phone during a Microsoft Nokia presentation event at the consumer electronic fair IFA in Berlin, Thursday, Sept. 4, 2014. (AP Photo/Markus Schreiber)
A woman shows the new Lumia 830 smart phone during a Microsoft Nokia presentation event at the consumer electronic fair IFA in Berlin, Thursday, Sept. 4, 2014. (AP Photo/Markus Schreiber) ⓒASSOCIATED PRESS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8일(현지시간) 발표한 휴대전화 사업 구조조정 방침은 사실상 '윈도우 폰' 사업을 포기한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이는 MS가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를 인수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MS는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을 인수할 당시 임직원 약 2만 5천 명의 고용을 승계했는데, 인수 3개월 만인 작년 7월에 1만 8천 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고 이번에 7천800명을 추가로 감원키로 했다. 감원 대상 대부분은 노키아 출신 임직원들이다.

원래 MS 임원이었으며 양사 간 업무 협력을 위해 2010년 노키아로 옮겨 최고경영자(CEO)가 됐다가 인수와 함께 친정 MS에 복귀했던 스티븐 엘롭도 지난달 퇴사가 결정됐다.

MS가 2013년 9월 인수합병 계약을 발표할 때 계약 금액은 72억 달러였는데, 이번에 발표된 손실 처리 비용은 인수 비용보다도 오히려 더 컸다. 이번 발표에서 MS는 휴대전화사업 부문 자산 76억 달러와 구조조정 비용 7억 5천만∼8억 5천만 달러 등 합계 84억 달러를 손실로 처리했다

다시 말해 MS가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를 인수한 지 1년 3개월 만에 대부분 인원을 해고했고 인수에 쓴 돈은 100% '헛돈'이 됐다는 얘기다.

MS는 공식적으로 윈도우폰 사업을 포기한다는 발표는 하지 않았으나,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발표문을 자세히 뜯어 보면 앞으로 아예 이 사업에서 철수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는 발표문에서 "우리는 자립형 휴대전화 사업을 키우는 전략에서 우리의 자체 제품군을 포함해 활기찬 윈도우 생태계를 키우고 만드는 전략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라는 제품 자체보다 PC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활기찬 윈도우 생태계'를 키우고 만드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MS 윈도우 폰 운영체제(OS)를 이용하는 휴대전화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밖에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OS 시장은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주도하고 있다.

그나마 생산·판매되는 MS 윈도우 폰들 중 97%는 옛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부가 만든 것이었는데, MS가 이번에 이 사업부를 사실상 접은 것이다.

2013년 9월3일,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부문 매각 발표 후 스티브 발머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CEO(왼쪽)가 리스토 실라스마 노키아 이사회 의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마틴 레이놀즈 부사장은 MS의 이번 발표가 "주류 플레이어에서 물러나겠다"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MS가 스마트폰을 당분간 계속 내놓긴 하겠지만 그리 적극적으로 사업을 하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기적적으로 윈도우 폰 사업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MS는 올해 가을에 윈도우 10을 탑재한 스마트폰 신제품들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상태이므로 그 후 1년간은 명목상 사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이 제품들이 큰 성공을 거둔다면 내년 이후까지 이를 끌고 갈 수도 있다.

나델라가 발표한 MS의 표면상 입장은 윈도우 루미아 스마트폰을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라 종류를 크게 3가지로 줄여 '집중'을 하겠다는 것이다.

플래그십 기기, 비즈니스에 초점을 둔 기업용 기기, 저가형 기기 등 3개 유형의 제품으로 제품 라인업을 간소화한다는 것이 MS가 대외에 발표한 향후 사업 방향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이미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윈도우 폰이 갑자기 성공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나델라 CEO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전임자인 스티브 발머 전(前) CEO가 벌여 놓았다가 실패를 거듭한 골치아픈 사업인 중 하나인 윈도우 폰을 계속 끌고 갈 이유가 없다.

노키아 사업부 인수는 발머가 CEO로 재직할 때 결정하고 발표한 사항이었으며, 나델라는 취임 후 계약 조건을 이행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나델라는 CEO로 진급하기 전에 클라우드 사업을 담당했다.

나델라를 비롯한 현 MS 경영진은 과거 발머가 애착을 가졌던 윈도우 폰 등 MS의 소비자용 제품 사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기업 대 기업(B2B) 사업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M이나 HP처럼 MS의 사업 부문별 실적 경쟁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MS는 최근 온라인 디스플레이 광고 부문을 AOL에, 지도 서비스를 우버에 매각하는 등 실적이 부진한 분야를 정리하고 있다. 이에 앞서 MS는 온라인 광고기업 '어콴티브'를 2007년에 60억 달러에 인수했다가 2012년 관련 자산 62억 달러를 손실로 처리한 바 있다.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 인수와 맞먹는 '먹튀'를 광고 사업에서 당하고 나서 아예 사업을 팔아치운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MS의 윈도우 폰 사업이 지속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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