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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장마'를 선언했지만 비가 오지 않는 이유

ⓒ한겨레

장마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해 가뭄이 유독 심했고 녹조도 번지는 와중이라 그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런데 중부지방은 보슬비 정도가 잠시 내릴 뿐 비다운 비가 아직 안 오고 있다. 기상청이 장마철을 공식 선언했는데도 왜 비가 주룩주룩 내리지 않는 것일까.

여기에 바로 학술적인 의미의 이른바 '기상청 장마'의 착시 현상이 있다.

우리나라는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한 달가량 많은 비가 내리거나 날씨가 궂다. 장마다. 장마철에는 장마전선이 형성돼 그 범주에 속한 지역에 비를 뿌린다.

우리나라 남쪽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에는 오호츠크해 고기압(또는 대륙 고기압)이 자리 잡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따뜻한 공기를, 오호츠크해 고기압은 찬 공기를 각각 머금고 있다. 이 두 고기압이 만나면서 장마전선이 형성된다.

더울 때 컵에 찬물을 부으면 컵 주변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두 고기압이 만나는 지점에 비구름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 따뜻하고 차가운 공기 간의 세력싸움에 따라 비가 내리는 지점이 결정된다.

초여름까지는 오호츠크해 고기압이나 대륙 고기압이 한반도 전체를 덮고 있고, 북태평양 고기압은 저 멀리 남태평양으로 밀려나 있다. 그러다 서서히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장마전선이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장마전선의 북상은 절대적이진 않지만, 태풍의 영향도 있다. 올해도 북서태평양에서 생긴 3개의 태풍이 전선을 위로 올리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북상하는 장마전선이 올해는 지난달 23일 제주부터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지금은 남부지방에 장마전선이 걸쳐져 있는 모양새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세력싸움에 따라 장마전선이 북상했다 남하했다를 반복한다. 이를 장마전선의 '남북진동'이라고 한다.

지금 이 순간 장마철인데 중부지방에 비가 오지 않는 데 대한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록 장마철이긴 하지만 장마전선이 어디에 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김용진 기상청 사무관은 8일 "현재 장마전선이 제주와 남부지방을 덮고 있어 그 지역에 비가 내리고 있고, 북으로 갈수록 강수량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장마전선은 7월 중·하순으로 갈수록 북상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남북을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비가 오거나 오지 않는다.

장마철인데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른바 '마른 장마'다.

따뜻한 공기를 품은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확장해 북쪽으로 완전히 올라가면 우리나라는 햇볕이 쨍쨍한 무더운 한여름이 된다.

거꾸로 장마철이 끝났는데도 큰 비가 내릴 때도 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기상청 예보가 잘못됐다고 하기도 하는데, 이는 장마의 개념을 알면 이해할 수 있다.

장마철이 아닐 때 큰 비는 장마전선이 아닌 열대성 저기압 탓이다. 그래서 장마철처럼 장기간 궂은 날씨를 보이는 게 아니라 국지적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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