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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프라스의 승리가 '피로스의 승리'가 되지 않길

"이런 승리를 한 번 더 거두면 우린 끝장이다." 그리스의 피로스 장군은 기원전 280년에 로마를 무찌르고 이렇게 말했다. 그의 군대가 엄청난 고통을 겪고 희생자를 너무나 많이 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명한 '피로스의 승리'라는 표현이 생겼다. 중요한 시기인 이번 주에 유럽 역시 공포를 정복하고 한때 유럽이 가졌던 위대함의 징후를 보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치프라스의 승리가 피로스의 승리가 되지 않길 바란다. 모든 유럽인이 공유할 수 있는 승리, 즉 신성한 긴축정책의 종말이길 바란다. 유럽을 두 동강 내고 있는 것은 이런 정책이지 그리스인들이 아니다.

ⓒAP

이 그리스인들은 얼마나 용감한가. 그리고 얼마나 어리석은가.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들은 아테네의 신타그마 광장에서 시르타키를 추고 있다. 강력한 EU에 맨주먹으로 맞선 직후다. 그리고 그들이 춤을 추는 동안, 쉬드도이체 자이퉁 같은 독일 신문들은 벌써 명백한 메시지가 담긴 신문을 찍어내고 있다. "그리스에게 출구를 보여주라!"

그리스의 'NO'에 대한 런던과 파리의 첫 언급이 유럽 '올리가르히'의 패배에 기뻐하는 유럽 공동시장주의 반대자인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젤 파라지 대표와 프랑스 국민전선(FN)의 마린 르 펜 대표한테서 나왔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가.

투표 당일 밤의 침묵 이후, 유럽의 공식적인 반응은 무엇일까?

협상은 물론 아직 가능하다. 치프라스 정권과 채권자들 사이의 합의서는 아직 논의 중이고, 7월 2일에 공개된, 그리스의 채무 상환은 불가능하다고 밝힌 IMF 보고서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기술적인 문제도, 전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도 아니다.

그리스의 'NO'는 너무나 확정적이고 감정적이어서, 꼭 필요한 신뢰가 협상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도덕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안전부절 못하게 했던 이번 주 - 당시 재무장관 바루파키스가 EU를 테러리즘이라고 비난하는 등 - 의 변증법적 칼날은 그리스 사람들을 일어나게 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그 부메랑 효과 때문에 새로운 대화로 이어질 다리를 놓는 모든 방법이 파괴되었다.

그리스인들은 투표를 통해 자존심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베를린과 브뤼셀의 상처받은 자존심, 신용 연장 요구를 받는 동시에 모욕감을 느끼는 채권자들의 자존심은 어떻게 하나?

그리스인들은 공포에 저항했다. 하지만 유럽 정부들은 공포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특히, 시리자의 반항이 빛의 속도로 전염될 수 있는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리스 투표는 흠 없는 민주주의의 발현이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를 피곤해 하고, 유로존에서 추방해야 할 짐으로 여기는 점점 늘어나는 유권자들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이건 독일에서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런 승리를 한 번 더 거두면 우린 끝장이다." 그리스의 피로스 장군은 기원전 280년에 로마를 무찌르고 이렇게 말했다. 그의 군대가 엄청난 고통을 겪고 희생자를 너무나 많이 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명한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너무 많은 희생을 치르고 얻은 이익 없는 승리)'라는 표현이 생겼다.

중요한 시기인 이번 주에 유럽 역시 공포를 정복하고 한때 유럽이 가졌던 위대함의 징후를 보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치프라스의 승리가 피로스의 승리가 되지 않길 바란다. 모든 유럽인이 공유할 수 있는 승리, 즉 신성한 긴축정책의 종말이길 바란다. 유럽을 두 동강 내고 있는 것은 이런 정책이지 그리스인들이 아니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스페인에 처음 게재된 글로, 허핑턴포스트US에 실린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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