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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로프봉쇄' 사건으로 언론 불화 또 도마 위에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또다시 언론과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4월 12일 대선출마 선언 이래 전통적 미디어와 접촉을 극도로 삼가며 '불통' 논란에 휘말린데 이어 지난 5일 수행기자들의 취재를 흰색 로프로 차단한 사건이 터지면서 미 언론의 뭇매를 맞는 것이다.

대통령 부인 시절과 2008년 대선 경선 등을 거치며 쌓였던 언론과의 묵은 악감정의 찌꺼기가 여과없이 표출되는 양상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 5일 뉴햄프셔 주 북부의 고햄지역에서 지지자들과 미국 탄생 239주년 기념 행진을 했다.

도중 수행원들이 갑자기 로프로 차단막을 치며 취재진의 접근을 원천봉쇄하는 장면이 CNN 등 영상에 그대로 잡혔는데 마치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친 것처럼 보였다.

비록 돌발 상황이었지만 이 사건은 힐러리 캠프와 언론과의 '불통'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부각됐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선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이 사건에 대해 "충격적"이라며 "만약 공화당 후보가 그런 일을 했다면 폭동이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클린턴 전 장관은 7일 CNN과의 인터뷰를 약속했다. 대선출마 선언 이후 첫 전국단위 언론과의 인터뷰이다. 발등의 불을 끄기위한 캠프의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사실 클린턴 전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유권자와의 직접 소통을 이번 대선 경선의 미디어전략으로 내세웠다.

이미 지명도가 탄탄하고 대세론을 구축해 기존 언론의 조명이 덜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사용과 가족재단의 불법 후원금 모금 논란 등의 비판적 질문을 비켜가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정치평론가인 데이비드 프럼이 6일 시사잡지 애틀란틱에 기고한 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공화당 유력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총 36차례 언론 인터뷰를 한 반면, 클린턴 전 장관은 6차례에 그쳤다.

미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출마 선언 이후 21일 동안 한 차례도 언론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캠프에서는 "힐러리의 연설이 곧 인터뷰"라는 취재 가이드마저 제시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지난달 4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힐러리보다 김정은(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이야기하는 게 더 쉽겠다"고까지 비난했다.

관심은 7일 CNN과의 인터뷰가 힐러리 캠프의 미디어전략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다.

힐러리 캠프의 제니퍼 팔미어리 공보국장은 지난 4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전국단위 언론에 대한 힐러리 캠프의 노출이 적어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인들은 힐러리를 더 많이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토로로 풀이된다.

특히 같은 당의 경선에 뛰어든 버니 샌더스(73·버몬트) 상원의원의 거센 돌풍도 힐러리 캠프의 미디어전략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면, 클린턴 전 장관이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미디어전략의 큰 줄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의회전문매체인 더 힐(The Hill)은 클린턴 전 장관은 기본적으로 '제4부'인 언론에 대한 불신이 있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권자들과 직접 대화하는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전략통인 데이비드 굿프렌드는 이 매체에 "전통적 언론은 바뀐 미디어 환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대중과 소통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점을 그들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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