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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통영에서 맛봤으면 하는 6가지 음식

  • 원성윤
  • 입력 2015.07.07 12:46
  • 수정 2015.08.02 10:50

통영은 전형적인 어촌 도시다. 시내 어디를 가도 강처럼 굽이굽이 들어와 있는 바다가 도시를 감싸고 있다. 그런 바다에선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들이 올라온다. 오밀조밀한 수십 개의 섬 주변에는 각종 양식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렇기에 예로부터 먹을 것이 풍성했다. 통영은 임진왜란 당시에도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순신 장군이 전초기지로 삼았던 곳이다.

당시 통영은 한양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상평통보를 만드는 주전소(최근 주전소 터가 발견돼 발굴 중이다)가 유일하게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번창했다. 세병관 '십이공방'에서는 총, 화살, 칼, 창 등 무기를 비롯해 갓, 나전칠기 등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전국에 내로라하던 솜씨 좋은 기술 장들이 모였고, 이들은 사시사철 바다와 밭에서 먹을 것이 올라오는 통영에 매력을 느껴 눌러앉았다고 전해진다. 그런 풍성함은 일본강점기에는 수탈의 역사로 점철되기도 했지만,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통영을 풍성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나는 통영에서 태어나 초중고 시절을 보내며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이곳에서 보냈다. 그리고 해마다 2~3번씩 통영을 가서 이 음식들로 허기진 마음을 채우곤 한다. 그래서 지극히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골랐다. 당신도 맛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1. 돼지국밥 : 육수와 국물의 감칠맛으로

돼지국밥이 왜 부산 경남 지역에서만 유행하게 됐는가. 일본의 라멘은 돼지 육수를 가지고 국물을 내게 되는데 이것이 지리적으로 일본과 인접해 있던 부산 경남과 상호 영향을 받았다는 설이 유력하다. 한국 특유의 '다대기'와 '부추' '된장'과 결합하면서 '돼지국밥'이 됐으리라.

그러나 모든 음식이 그렇듯, 돼지국밥이라고 해서 무조건 맛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돼지 특유의 잡내를 잡아내지 못하면 비리기 마련이다. '잡내'를 잡는 것과 더불어 수육의 부드러움과 양이 '좋은' 돼지국밥을 결정짓는다. 통영에 내려갈 때마다 가는 '제래토종국밥'은 '좋은' 돼지국밥에 속하는 곳이다. 돼지국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한번 꼭 먹어보길 권한다. 가격도 7000원으로 저렴하다. 통영IC에서 차로 5분 거리다.

꼽사리로 한 곳을 더 넣으려고 한다. 통영 중앙시장에 가면 활어를 주로 팔지만, 오른쪽에 길게 늘어선 순댓집들을 볼 수 있다. 그중에 한 가게인 '짱구족발순대'는 매번 통영에 내려갈 때마다 먹는 곳이다. 1만 원에 '돼지머리 눌림'을 한가득 주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통영엔 크고 작은 조선소들이 있는 탓에 조선소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이 중앙시장의 이 골목을 자주 찾아 저렴한 가격의 안주와 술로 고단한 하루를 달랜다.

2. 고등어회 : 고소함은 '한우 등심' 저리가라

고등어회의 고소함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좀처럼 알기 어렵다.

돌멍게의 모습이다. 멍게를 비워낸 뒤 소주를 따라 마시면 멍게의 향긋한 냄새와 어우러진 소주 향을 맛볼 수 있다.

통영 사람들은 감성돔, 광어, 우럭처럼 생선회를 먹거나 물메기, 복어 등을 가지고 맑은 국물을 내서 해장하곤 했다. 혹은 서대, 가자미 등을 말린 뒤 조리해서 먹는 것이 대개의 방식이었다.

고등어 역시 육지 사람들이 먹듯 찌개나 조림으로 먹었다. 고등어는 본디 양식이 불가능한 어종이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유년 시절에도 고등어회를 맛본 적은 없었다.

그런 고등어가 양식이 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었다. 중앙일보 2014년 9월 6일 기사에서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에 있는 경남도 수산자원연구소가 2008년에 성공했다"며 "양식 고등어가 횟감으로 인기를 끌면서 현재 고등어 양식장이 통영과 제주에 20여 곳으로 늘었다. 참다랑어 양식 기술 전 단계로 시작한 틈새 양식 기술이 양식 어민들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2년 전쯤 통영 욕지도를 갔을 때였다. 벼르고 별렀던 고등어회를 먹었다. 입안을 감도는 고소함이 한우 등심의 그것과 비슷했다. 서울에서 비린 고등어회를 먹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욕지도를 2시간 넘게 산책하고 '해녀김금단포차'에서 맛본 고등어회와 돌멍게 등의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또 욕지도에는 한양식당의 해물 짬뽕이 맛집으로 손꼽힌다. 명성은 자자한데 그때 방문했을 당시(평일이었다)에는 줄이 너무 길어서 먹기를 포기했다.

3. 바닷장어 : 수족관이 있는 집에서 먹어라

싱싱한 바닷장어는 손질해놓으면 뽀얀 살갗을 드러낸다.

'붉은' 장어탕.

장어는 민물장어가 대체로 맛있다. 갯장어, 뱀장어, 붕장어 등 다양한 장어가 존재하지만, 통영의 바다장어는 어떠한 장어보다도 맛있다.

최근에는 좀 뜸해졌지만, 한때 장어 무한리필집이 서울에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 당시 '무한리필'로 내거는 조건 중 하나는 민물장어가 아니라 바닷장어였다. 직접 무한리필 집에 가서 맛을 봤다. 역시 비린 맛과 퍼석퍼석한 식감에 오래 먹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참고로 내 기준에 해산물을 싱싱하게 먹느냐는 기준은 그 가게에 수족관이 있냐 없느냐다. 물론 그 집은 수족관이 없었다. 해산물을 파는 집에 수족관이 없다는 말은 냉동하고 조리를 한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통영에 서호시장의 해산물이다. 전복, 해삼, 멍게 등에 계속해서 바닷물을 공급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통영에는 바닷장어를 파는 곳이 많다. 대부분 수족관을 가지고 있다. 싱싱한 장어를 가지고 손질해서 내장과 뼈를 제거해 그대로 숯불에서 조리한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맛을 내는 곳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본 고장에 갔으니 본 고장의 음식을 먹어보는 게 좋다(사실 요즘에는 유통이 워낙 잘 돼서 음식 질에는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그 가운데서도 장어구이와 장어탕은 '십오야장어숯불구이' 집이 손꼽힌다. 장어는 재료만 신선하면 되지만, 빠알간 국물의 장어탕은 좀처럼 다른 가게에서 맛보기 힘든 맛이다. 가게 창밖으로 보이는 통영대교와 그 밑을 지나가는 어선들의 풍경은 이 집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4. 오미사꿀빵 : 호불호는 갈릴 수도 있다

오미사꿀빵

본래 통영이 꿀빵으로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오미사꿀빵은 구시가지에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통영이 2000년 후반, KBS ‘1박 2일’ 영화 ‘하하하’를 비롯해 동피랑마을 등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천안의 호두과자처럼 명물이 됐다. 모두가 '원조'이고 '50년 전통'이라던 '충무김밥' 가게들이 '꿀빵' 가게로 바뀌던 것도 바로 이 무렵부터다. 이제 꿀빵 종류도 다양해졌다. 팥앙금 대신 고구마나 호박 등을 넣기도 한다. 대전의 '성심당' 소보루나 군산의 '이성당' 야채빵과 같은 위치를 아직 확보하지는 못했다. 꿀빵의 찐뜩찐뜩한 질감과 단 성분 때문에 호불호는 명확하게 갈린다. 그럼에도 맛볼 가치는 아직 충분하다.

5. 다찌집 : 풍성한 해산물을 골고루 맛보는 집

한라실비식당의 다찌 구성이다. 풍성한 해산물들이 눈에 띈다.

이렇게 구성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통영에는 횟집의 구성도 다양하다. 손님을 접대할 때 비싼 횟집으로 분류되는 횟집은 '스페셜모둠'이라는 명목으로 15, 20, 30만원으로 세분화된다. 반면, 시장에서 장을 봐 초장과 자리값만 받는 '노량진'식 횟집도 있다.

이런 횟집 가운데 통영에만 있는 '다찌집'이 있다(비슷한 형태로 마산의 통술집 등이 있다). 다찌집에서는 통영에서 나는 해삼, 멍게, 고동, 소라, 게 등 풍성한 안주들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독특하게도 음식 값을 매겨 돈을 받는 방식이 아니다. 맥주 3병에 3만원, 소주3병에 3만원. 이런 식으로 돈을 받고, 술을 더 시키면 시킬 수록 안주가 더 늘어난다. 제철 마다 다른 신선한 음식을 공급하는 덕분이기도 하거니와 술을 잘 마시는 뱃사람들이 많은 통영의 사회적 환경이 결합된 탓이기도 하다.

'다찌'의 어원은 여러 갈래로 추정된다. 통영문화원 김일룡 향토사연구소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선술집을 뜻하는 다찌노미(立(ち)飲み)에서 왔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상인들은 '다(있)찌'라는 말에서 왔다고도 한다. 아직 유력설은 없다.

다찌집도 유행을 탄다. 항상 일관된 퀄리티를 유지하기 힘들다. 다찌 집에 올라오는 안주들은 매일 주인의 안목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기 때문이다. 한라실비식당 이실금 사장은 "새벽 수산시장에 나가 그날 딱 손님들이 먹을 수 있는 양만큼만 사 온다"며 "밤늦게 오면 재료가 다 떨어져 공급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저녁 때 맞춰 가는 게 좋다는 뜻이다.

6. 고구마 빼때기죽 : 허기진 아침 식사대용으로

통영 사람들도 할아버지 세대가 아니고서는 생소하게 느끼는 음식이다. 고구마를 이용해서 만든 죽인 '빼때기 죽'은 먹을 것이 곤궁하던 옛적에 먹었던 음식이다. 바닷가 지역임에도 통영에는 고구마가 의외로 유명한 음식 중의 하나다. 특히 '욕지도 고매(고구마의 방언)'는 육지에서도 공수해 먹을 정도로 유명했다. 포장을 해갈 수도 있으니, 입맛이 없을 때 먹거나 아침 식사 대용으로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맛은 어디든 비슷하다)

남망산공원에서 내다 본 '강구안'의 모습 (※ 클릭하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다음편에는 '당신이 통영에 가면 꼭 가봐야 할 O곳'을 소개하겠다.

** 충무김밥은 이제 널리 알려진 음식이 됐기에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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