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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무원 시험에서는 '애국가 4절을 아느냐'고 묻는다

ⓒ국제시장

공무원 면접시험에 ‘애국가 4절을 아느냐’는 질문이 등장했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는지 묻고, 태극기 사괘를 아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올해 들어 박근혜 대통령은 영화 속 국기하강식 장면을 거론하며 ‘애국심’을 언급했고, 황교안 국무총리는 법무부 장관 시절 ‘애국가 4절 완창’을 못하는 신임 검사들에게 ‘나라 사랑의 출발은 애국가’라고 질타한 바 있다.

지난 4일 경기도 수원시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는 9급 세무직 공무원 면접이 치러졌다. 응시생 2070여명 중 1595명이 최종 선발된다. 공무원인 2인1조 면접관(148개조)들 가운데 일부가 응시생들에게 ‘애국가 4절을 불러보라’,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워봐라’, ‘태극기 사괘가 무엇이냐’ 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한 응시생은 6일 “애국가 4절 가사를 안다고 답하면 ‘한번 불러보라’고 했다. 개정 이전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면 ‘바뀐 것은 모르냐’고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 유형의 질문을 받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국가관이나 공직관을 묻겠다면 헌법 관련 질문을 해야지, 이런 단순한 질문으로 국가관을 알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공무원시험 정보를 교류하는 인터넷 카페에도 ‘이런 것을 물어보다니…’라는 식의 반응들이 올라왔다. 한 공무원시험 강사는 “(군사정권 시절인) ‘쌍팔년도’에나 나올 법한 질문”이라고 했다.

‘올드한’ 질문들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인사혁신처가 올해 공무원시험 면접에 ‘공직 가치관’ 평가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앞서 인사혁신처는 “스펙 위주가 아닌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크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별해 뽑겠다”고 공언해 왔다. 최근 인사혁신처가 면접관들에게 배포한 ‘면접 질문 참고자료’에는 애국가와 태극기 등 국가 상징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인사혁신처 담당자는 “면접 문항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만들었다. 참고자료일 뿐 꼭 관련 질문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면접에서는 ‘내부 고발자’, ‘부패와 청렴’, ‘공무원 범죄’ 등 공직 가치관을 확인하려는 질문도 여럿 나왔다고 한다.

애국가 암송 등이 공직관·국가관을 검증하는 데 적절한 질문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인사혁신처 쪽은 “적어도 공무원이 되려는 이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심, 국민에 대한 봉사의식을 환기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인사혁신처는 앞으로 외교관 후보자, 5급 행정·기술직, 7급 일반직, 9급 일반직 면접에도 이런 방침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사행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교수는 “애국가나 태극기가 공직관, 국가관 강화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교수는 “미국의 경우 집단적으로 보는 시험이 없기는 하지만, 이런 질문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획일적 발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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