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파국 임박? 그리스 사태를 제대로 전망하기 위한 5가지 포인트

  • 허완
  • 입력 2015.07.06 15:10
  • 수정 2015.07.06 15:25

6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정치지도자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의 모습. ⓒAP

그리스 국민투표가 끝났다. 채권단의 긴축안에 반대한다는 쪽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언론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그렉시트)이 임박했다’며 연신 ‘최악의 시나리오’를 들먹이고 있다.

정말 ‘파국’이 임박한 걸까? 다른 가능성은 없는 걸까?

단 하나의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협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파국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도 양측에게 존재한다.

그리스 국민투표 이후 전개될 사태를 제대로 전망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5가지 포인트를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정리했다.

1. 당장 ‘그렉시트’가 벌어지는 건 아니다.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나왔다고 해서 마치 예정이라도 되어있는 것처럼 자동으로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하는 건 아니다.

흔히 제기되는 ‘그렉시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 유럽중앙은행(ECB), 그리스 정부가 요청한 긴급유동성지원(ELA) 증액 거부

- 그리스 시중은행 유동성 고갈, 부도

- 20일까지 ECB에 갚아야 할 대출35억 유로 채무불이행(디폴트)

- 그리스 전면적 디폴트

→ 그리스 중앙은행 자금 고갈. 차용증 ‘IOU’ 발행 또는 자체 통화 발행. 유로존 이탈.

금융권에서는 그렉시트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BNP파리바와 크레딧스위스는 각각 그 가능성을 70%와 75%로 점쳤다.

그러나 앞으로 진행될 협상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국제채권단에 협상 재개를 요청했다. 채권단이 협상을 거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ECB 부채 상환일인 20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는 얘기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법률적으로도, 절차상으로도 유로존 탈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해석 상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설령 그렉시트가 진행되더라도 매우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1이 이 부분을 자세히 정리했다.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유럽연합(EU) 조약에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가입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담겨 있다. 하지만 유로존 탈퇴에 대한 구체적 규정은 없다. 규정이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1993년 발효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탈퇴 규정을 두는 것은 유로존의 정식 명칭인 경제통화연맹(EMU)를 처음부터 불안정하게 만들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그렉시트는 쉽지 않은 절차가 됐다. (뉴스1 7월6일)

2. 그 누구도 그렉시트를 원하지 않는다

그렉시트가 꼭 ‘최악의 결말’은 아닐 것이라는 반박도 있지만, 어쨌든 위험부담이 큰 상황인 건 사실이다.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그렉시트의 파장은 예상하기 힘들다.

그런 불확실성은 모두가 피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면밀히 따져보면 채권단과 그리스, 유럽 지도자들에겐 모두 ‘가능하다면 그렉시트를 피해야 할’ 각각의 이유가 있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 ⓒGettyimageskorea

우선 채권단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채권단 입장에서도 그리스가 완전한 디폴트 상태에 빠지는 것보다는 구조조정을 통해 빚 일부라도 건지는 게 낫다. 이를 위해선 협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당장 협상 타결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협상 자체는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7월6일)

그리스도 섣불리 그렉시트를 선택하거나 이를 방치할 만한 상황이 못된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그리스가 유로화를 버리고 자국 화폐를 도입할 경우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 통화가치 급락 : 최대 50%까지 평가절하. 은행예금이 드라크마화로 바뀌면서 자산가치 대폭 하락.
  • 물가상승·인플레이션 : 수입물가 폭등. 물가상승률 최대 35%(IMF 전망치). 드라크마화 대량 발행으로 인플레이션 발생.
  • 채무부담 증가 : 평가절하된 드라크마화로 ‘유로화’ 채무를 갚아야 하는 상황. 채무부담이 막대하게 증가할 수 있음.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지도자들에게도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유로존 내에서 그리스의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그렉시트가 유로존 붕괴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 경제의 문제인 동시에 정치적 문제다.

그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유로존은 정치적인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유로화를 받아들이면 기존 통화로 돌아갈 수 없다는 유럽연합(EU)의 원칙이 깨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유로존 및 EU 탈퇴를 주장하는 정치세력들에게 힘을 실어주게 된다. 일단 한번 그렉시트라는 전례가 생기면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도 언제든지 유로존을 이탈할 수 있다. 다른 유로존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이탈할 경우 통화동맹인 유로존은 붕괴하게된다. (매일경제 7월6일)

그리스 국민투표 다음날인 6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한 노인이 신문을 살펴보고 있다. ⓒAP

3. 협상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국민투표를 앞두고 중단됐던 협상은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쉽게 풀릴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그리스와 채권단 모두 협상 결렬에 따른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의 파장을 잘 알기 때문에 협상은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재신임을 받은 치프라스 총리의 위상이 높아진만큼 협상은 진통을 겪겠지만 결국 타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중략)

최대 채권국인 독일이 특히 그리스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이 상대적으로 그리스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점도 협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연합뉴스 7월6일)

일단 그리스 정부의 목소리는 더 커지게 됐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국민투표 결과가 확정된 직후 일부 부채탕감을 포함한 ‘채무재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공개된 ‘IMF 보고서’도 그리스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IMF는 그리스에게 추가 자금지원과 만기연장, 일부 부채탕감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MF는 지난달 26일 작성해 채권단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유럽중앙은행(ECB)과 공유한 보고서에서 그리스의 부채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만기연장과 부채탕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MF가 공식문서에서 채무탕감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7월6일)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지난 1일 자신의 '애마' 오토바이를 타기에 앞서 헬멧을 쓴 모습. ⓒAP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투표결과 발표 직후 사임한 부분은 협상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그리스 정부를 대표해 온 ‘강경파’로 꼽힌다. 그랬던 그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스스로 물러난 것. 협상 재개의 명분을 쌓고 상대방을 압박하는 전략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일단은 ‘양보’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는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일부 참가자들이 자신의 '부재'를 원하는 것을 알게 됐으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도 채권단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이같은 방안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중략)

AFP통신은 치프라스 총리가 국제채권단에 양보의 의미로 바루파키스 장관의 사퇴를 택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7월6일)

시간이 충분한 건 아니다. ECB 채무 만기일인 20일이 ‘데드라인’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그 때까지 협상 타결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된다고 해서 곧바로 ‘그렉시트’가 전개되는 건 아니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해법도 거론된다.

반면 즉각 구제금융협상이 개시된다면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협상 타결 시까지 긴급자금을 수혈해주면서 시간을 벌어줄 수 있어 일단 당장의 파국은 막을 수 있다. 다만 이후에도 여전히 생사의 갈림길이 여러 차례 발생할 수 있다. 최선은 협상 테이블에서 인내심을 갖고 점진적으로나마 새로운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 안을 그리스 국민들이 지지한다면 최종 타결돼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 (서울경제 7월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0일로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이 마무리 됐고 3차 구제금융 합의는 채무 만기가 돌아오는 이달 20일까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합의 전까지 그리스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브릿지 프로그램'이 작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뉴스 7월5일)

4. 메르켈의 딜레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독일은 채권단 안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고, 이번 그리스 구제금융 재협상을 주도해왔다.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는 쉽지 않은 선택지를 메르켈 총리에게 남겼다.

머니투데이가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메르켈의 딜레마’는 이런 것이다.

메르켈 총리의 선택지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에게 굴복해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완화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강경론을 고수하는 것이다.

문제는 둘 다 위험천만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그리스에 대한 양보는 반(反)그리스 정서가 만연한 독일에서 정치적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자신이 주도해 유로존이 지난 5년간 다음 위기를 막기 위해 애써 마련한 엄격한 규율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기도 하다.

반대로 강경론을 고수하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를 촉발할 수 있다. 그리스는 대혼란에 빠져들게 뻔하지만 그렉시트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욱이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 "유로존이 실패하면 유럽이 실패한다"며 공개적으로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지지해왔다. (머니투데이 7월6일)

메르켈 총리와 대연정을 이루고 있는 정당의 주요 인사들은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강경한 어조로 그리스를 비난했다.

독일 대연정 정당 인사들이 국민투표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협상안을 압도적으로 반대한 그리스를 성토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앞으로 그리스와 협상 재개 시 국내 정치권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도 커졌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5일(현지시간) 일간지 타게스슈피겔 인터뷰에서 이제 그리스와 수십억 유로의 구제금융 협상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7월6일)

5. ‘유럽’의 위기는 계속된다?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주요 회원국 정상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그리스 협상 진행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이 문제는 앞으로도 한동안 중요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1) EU 회의론 확산 : 브렉시트, 포렉시트...?

그리스가 EU의 균열에 불을 댕겼다면 이후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다.

지난 5월 영국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EU 회원국과 EU 협약 개정 협상을 벌인 뒤 이를 토대로 2017년까지 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U 역내 이민자에 대한 복지혜택 제한 등을 비롯해 영국이 EU 탈퇴를 무기 삼아 관철하고자 하는 협약 개정 내용은 EU의 통합 움직임에 역행하는 것들이다.

EU로서는 협상안 수용도, 브렉시트도 저지하고 싶은 부분인 것이다.

포르투갈의 유로존 탈퇴, '포렉시트'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9∼10월 예정된 포르투갈 총선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사회당이 집권하면 포르투갈도 그리스와 비슷한 길을 갈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반 EU 정서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시리자)를 비롯해 프랑스의 국민전선(NF), 영국의 UKIP 등 반EU를 기치로 내건 정당이 돌풍을 일으켰고, 폴란드 대통령 선거와 스페인 지방선거에서도 반EU 정서가 표출됐다. (연합뉴스 7월6일)

EU 탈퇴를 추진하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AP

2) 기로에 선 유로화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에 따른 장점이 분명 있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유로존이 지속될 수 없다는 점 또한 명확해졌다”고 분석했다. 유로존 개혁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현안이 됐다는 지적이다.

유로존 개혁에서 가장 큰 난관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개별국가 중심주의가 꼽힌다. 많은 전문가는 유로존 위기를 해소하려면 과감한 부채 탕감과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IMF도 최근 그리스에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한국경제 7월5일)

회원국 간 불균형에 약체국 더 열악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단일 통화체제인 유로존의 구조적 결함이 도마에 올랐다. 재정 통합 없이 화폐 통합만으로 출범한 태생적 한계 탓이다. 유로존에선 회원국들이 통화와 기준금리 정책을 공유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무부 같은 기구가 없다. 나라마다 경제 사정이 제각각이지만 환율이나 이자 정책을 펼 수가 없어 열악한 국가는 더 열악하게 된 것이다. 또 유로존은 역내에서 경상수지 격차 확대 등 회원국 간의 불균형 해소가 어려운 기형적 구조를 띠고 있다. (서울신문 7월1일)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