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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문제적 신간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사진)

  • 박세회
  • 입력 2015.07.06 12:15
  • 수정 2015.07.06 12:23

책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서지 디자인은 아주 중요하다. 아름다운 표지, 손에 딱 들어맞는 장정, 살짝 바삭거리는 내지의 질감 등등. 이중 무엇 하나라도 취향에서 벗어나면 화가 난다.

그러니, 옷장에 손을 넣고 아무 티셔츠나 손에 잡히는 대로 입고 출근을 할지언정 아래와 같은 표지를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문학사상사에서 낸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2015년 6월 26일에 나왔다.

게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2015년 최신간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도저히 입을 다물 수가 없다. 하루키식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계의 어딘가에선 책 디자이너들의 감각을 과거로 되돌리는 타임머신 비슷한 기계가 돌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지난 한 주간 이 책의 디자인에 관해 얘기가 많았다. 한 페이스북의 사용자(@NohXXXX)는 이 표지에 대해 '문학사상사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음..보아하니 일본에서 출간된 옛날 책표지 사진을 그대로 쓴 듯한데 문학사상사의 디자인과 만나니 절묘함!!'이라고 평했다.

게다가 항간에는 '이 책에서 하루키가 합성이다'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 정도면 노이즈 마케팅에는 성공한 셈.

허핑턴포스트는 그래서 직접 편집자에게 전화를 걸어 대체 왜 책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물었다.

문학사상사의 담당 편집자 김병우 씨에 의하면 일본 측에서 예전 책에 썼던 사진을 받은 것이 맞지만, 소문처럼 하루키를 고양이 사진에 합성한 것이 아니라 엄연히 있는 하루키 사진에 고양이가 합성된 것이라고 답했다.

그 역시 사진을 받고 나서 너무 오래된 책의 느낌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했으나 '이럴 거면 확실하게 레트로의 느낌을 살리자'는 생각에 이런 문제적 표지를 만들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그의 해명을 듣고 나니 '문학사상사는 왜 이런가'에 대해 고민하게 하였던 아래 책의 표지도 조금이나마 이해가 됐다.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역시 2015년 4월 20일 발간이다.

이 책 역시 2015년 근간으로 보는 바와 같이 세상의 어딘가에 있는 타임머신 비슷한 기계의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그렇다. 문제는 저 파란 색이다. 파란색은 사진이다. 결국, 디자인이 아니라 사진이 문제다. 문학사상사탓을 너무 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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