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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계 뛰어넘은 에어비앤비

  • 김병철
  • 입력 2015.07.06 08:11
  • 수정 2015.07.06 08:14
ⓒairbnb

숙박 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가 전통 호텔업계 강자들까지 위협하고 있다. 공유경제에 바탕을 둔 우버가 전통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듯이 에어비앤비의 성장은 기존 숙박업계의 견제를 부르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최근 실시한 자본조달에서 15억달러를 새로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단 한차례의 자본조달로 에어비앤비보다 많은 돈을 모은 곳은 역시 공유경제에 바탕을 둔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28억달러)와 중국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2011년 기록(16억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페이스북도 기업공개(IPO) 전인 2011년 자본조달로 모은 돈이 15억달러였다.

이번 자본조달 흥행 성공으로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255억달러로 치솟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에어비앤비의 현재 기업가치는 중국의 휴대전화 업체인 샤오미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 다음이라고 전했다. 여행업계 전체로 봐도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전통 호텔업계의 강자인 메리어트(209억달러)나 쉐라톤 브랜드로 유명한 스타우드(144억달러)보다 커졌다. 여행업계에서 에어비앤비보다 기업가치가 큰 곳은 숙박 및 항공권 예약업체인 프라이스라인과 호텔업계 1위인 힐튼 정도에 불과하다.

에어비앤비는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가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회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룸메이트로 만난 체스키와 게비아는 당시 실업자들이었고 돈도 없었다. 그런데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산업디자인콘퍼런스가 열려 호텔 방이 부족한 사태가 벌어지자, 이들은 자신들 거실에 매트리스 3개를 놓고 잠자리를 제공해서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 웹사이트도 만들고 이름을 ‘매트리스와 아침 식사’(Air Bed and Breakfast)라고 지었다. 여행자에게 빈방이나 침대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형식인 에어비앤비의 시작이었다.

처음부터 사업이 잘됐던 것은 아니다.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은 2008년 당시가 미국 대선 기간임을 이용해 대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캐리커처를 그린 시리얼을 판매했다. 시리얼을 도매로 사온 뒤 캐리커처를 그려놓은 박스에 넣어 파는 방식으로 두달 만에 3만달러어치를 팔았다. 이후 에어비앤비는 전통 호텔 산업과 카우치서핑(현지인이 여행자들을 위해 무료로 자신의 소파를 제공해주는 등 잠자리를 내주는 것) 사이의 틈새 영역을 파고들어 성장한다.

돈을 내지만 호텔보다는 저렴하면서 현지인들의 사는 모습도 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현재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방이 세계 190개국에 140만개가량에 이른다. 에어비앤비는 방을 내놓은 이들에게는 수수료 3%, 그리고 방을 빌린 이들에게는 수수료 6~12% 정도를 취해 매출을 발생시키는 구조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에어비앤비가 거액의 자본을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 회사의 빠른 성장세가 있다. 신문은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에어비앤비 매출이 2013년에는 2억5000만달러 정도였는데, 올해는 9억달러 이상으로 급증할 듯하다고 전했다.

전통 호텔업계 강자들도 에어비앤비의 급성장에 자극을 받아 다른 숙박 공유 사이트를 비롯한 관련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최근 전했다. 하얏트호텔은 영국에서 시작된 고급 주택 공유 사이트인 ‘원파인데이’의 4000만달러 자본조달에 투자한 기업 중 하나로 참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라마다 같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윈덤호텔은 서로 집을 바꿔 묵어보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러브홈스와프’라는 스타트업의 지분을 취득했다.

보유 객실 기준으로 따지면 세계 최대 호텔 기업인 인터콘티넨털호텔 그룹은 지난 4월 노르웨이 여행정보 사이트인 ‘스테이닷컴’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시장 조사업체인 애트머스피어리서치의 창업자인 헨리 하트벨트는 “에어비앤비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말은 가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텔업계가 숙박 공유 업체와 협력해 숙박 공유 사이트에 호텔 방을 내놓는 것도 좋은 전략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 사이트에 대한 우려의 눈길도 많다. 에어비앤비는 주택 소유자가 아닌 임차자가 방을 다시 단기 임대하는 전대 형식으로 빌려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불법이며 탈세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뉴욕주는 집주인이 없는 집을 30일 이하로 임대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에어비앤비 영업이 불법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에어비앤비가 최근 실리콘밸리의 다른 유망 스타트업 기업들처럼 지나치게 많은 돈을 끌어모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엔엔 머니>는 시장 조사기관인 프리브코를 인용해, 에어비앤비가 지난해 1억5000만달러 적자를 냈고 올해도 2억달러 적자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프리브코의 최고경영자인 샘 하마데는 “실리콘밸리의 모든 이들이 사모 시장에서 미친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런 일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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