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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던지고 열흘, 박 대통령 긴 침묵

ⓒ청와대사진기자단/한겨레

이른바 ‘유승민 정국’을 촉발시킨 박근혜 대통령이 열흘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배신의 정치”의 ‘주범’으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목해 현재의 정국 경색을 만들었다.

박 대통령 발언 이후 새누리당이 극심한 내홍에 빠졌지만, 박 대통령은 당과 거리를 둔 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당이 알아서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셈이다. 여론 역풍이 거센데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거부로 사태가 ‘예상외로’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당혹스러운 분위기도 함께 읽힌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6일 국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재의결에 불참하기로 해 이후 유 원내대표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유 원내대표와 관련해) 발언하신 이후 계속 (추가 발언을) 안 하셨고, 앞으로도 안 하실 것 같다”며 “당의 기류를 볼 사안이라, 대통령이 더 나서서 말씀하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유 원내대표 거취에 대해 지난 3일 발표한 조사에는 ‘사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36%)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31%)보다 많았다. 영남지역 여론조사 기관인 ‘폴스미스’가 지난 4일 유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사퇴 반대’가 51.1%로, ‘사퇴 찬성’(45%)보다 높았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유일하게 신경쓰는 것이 여론조사”라며 “유 원내대표 사퇴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추가로 물러나라는 발언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에서도 최근 일제히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국가 지도자가 개인과 감정적 대립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가 리더로서의 모습이 약화됐다”며 “또 발언 이후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지도 않았고 여당 내 비박근혜가 매우 폭넓게 자리잡았다는 것이 드러나, 한마디로 대통령의 ‘영’이 안 서게 됐다”고 말했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또다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더라도 곧바로 현실화되기 어려워 박 대통령이 더 이상은 말을 할 수도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국가적 현안이 많은데, 대통령이 (사퇴 요구를) 반복해서 말씀하실 이유가 없다”면서도 “다들 (사퇴 시기에 대한) 감은 있다. 국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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