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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급유기를 둘러싼 4가지 이야기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공중급유기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보유한 전술기의 숫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사실 항공 전력에서 중요한 것은 몇 대나 가지고 있느냐 못잖게 동시에 몇 대나 띄울 수 있느냐이다. 전술기는 무장을 달고 떠 있어야 가치가 있지, 땅에 있는 동안에는 터무니 없이 비싼 '덩어리'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가지고 있는 기체의 숫자 자체는 똑같더라도 한 번에 띄울 수 있는 기체의 숫자를 늘릴 수 있다면 실질 공군력은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 홍희범
  • 입력 2015.07.07 07:57
  • 수정 2016.07.07 14:12

공중급유기의 기종이 드디어 6월 30일에 결정됐다. 우리 공군 역사상 처음 들어오는 공중급유기인데, 과연 기종 선정은 잘 된 것일까? 그 전에 우리 공군에 공중급유기가 꼭 필요할까? 이 의문을 한번 풀어보자.

(6월 30일에 선정된 공중급유기, 에어버스 A330 MRTT. 사진은 오스트레일리아 공군용 기체. 출처: 에어버스)

1. 공중급유기는 필요한가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매우 좁은 나라이고 해외에 원정을 나갈 일도 없기 때문에 공중급유기가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 아니다.

공중급유기의 필요가 단순히 영공이 넓고 좁고에 의해 결정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 공군이 커버해야 하는 영역이 생각만큼 좁지 않다. 북한과 전쟁이 나면 공군은 흔히 말하는 '남한'의 영토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커버해야 한다. 당장 필요한 항속거리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게다가 북한이 가만 있다 해도 독도 역시 만만찮은 거리이고, 이어도 관련으로 중국과 분쟁이라도 생기면 더더욱 거리가 요구된다. 우리 공군이 생각보다 '다리가 길어야'하는 셈이다.

거리만 문제가 아니다. 공중급유기가 있으면 같은 기체가 실을 수 있는 폭탄이나 미사일의 양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실제 전력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어떤 전술기가 최대 10의 무장을 실을 수 있다 해도 10을 다 싣기는 어렵다. 이륙은 가능하다 해도 비행 가능한 시간이 매우 짧아 작전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중급유기가 있으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하다못해 이륙한 직후에만 한 번 공중급유를 할 수 있어도 작전 범위는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원래 항공기가 가장 연료를 많이 소모하는 때는 이륙할 때다. 많게는 25~30%까지도 이륙 한번에 사라진다. 즉 공중급유기로 이륙 직후에 한번만 재급유를 해 줘도 10을 싣는 항공기가 10의 무장을 다 싣고도 정상적인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공중급유기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보유한 전술기의 숫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사실 항공 전력에서 중요한 것은 몇 대나 가지고 있느냐 못잖게 동시에 몇 대나 띄울 수 있느냐이다. 전술기는 무장을 달고 떠 있어야 가치가 있지, 땅에 있는 동안에는 터무니 없이 비싼 '덩어리'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가지고 있는 기체의 숫자 자체는 똑같더라도 한 번에 띄울 수 있는 기체의 숫자를 늘릴 수 있다면 실질 공군력은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공중급유기가 없다면, 한 번 뜬 항공기는 설령 총 한방 안 쐈다 해도 기름이 떨어지면 무조건 기지로 돌아와 재급유를 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이니, 설령 두 시간을 뜰 수 있는 전투기 10대가 있다 해도 4시간 동안 연속으로 띄울 수 있는 기체의 숫자는 이상적으로 따져도 다섯대에 불과하다. 즉 4시간 동안 실제 쓸 수 있는 전력은 보유 기체의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데 공중급유기가 있다면 시간 들여 기지로 돌아가지 않고도 재급유가 가능하니 이 숫자를 크게 늘릴 수 있다. 전투기 한 대도 새로 사지 않고 실제 전력으로 활용하는 전투기의 숫자를 현저히 늘릴 수 있는 셈이다.

공중급유기를 가진 나라의 숫자가 만만치 않은 것은 이런 효과의 증거라 할 수 있다. 브라질이나 미국, 러시아등 영토가 광대한 나라들도 있지만 네덜란드나 벨기에,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우리보다 영토가 훨씬 좁은 나라들 중에도 공중급유기를 갖춘 나라가 의외로 있다.

(콜롬비아 공군의 KC-767급유기. 콜롬비아 정도의 나라도 공중급유기를 갖추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2. 급유만 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공중급유기는 기름만 넣어주는 물건이 아니다. 그에 못잖게 인원과 화물을 나르는 역할도 중요하다. 거의 대부분의 급유기가 수송기나 여객기를 개조해 만들면서 상당한 수송능력을 그대로 남겨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우리 공군이 선택한 에어버스의 A330 MRTT같은 경우, 급유기로 쓰지 않을 때는 최대 45t의 화물을 실을 수 있고 여객기처럼 쓸 때에는 330여명을 태울 수 있다. 현재 우리 공군이 보유한 가장 큰 수송기인 C-130J도 잘해야 20톤의 화물 혹은 128명의 승객을 나르는 것이 한계인 것을 감안하면 수송능력의 차이는 역력하다.

하지만 이런 화물-인원 수송의 양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속도'와 '거리'다. 사실 현재는 우리나라가 해외에 구호물자를 보내거나 해외에서 국민을 대피시킬 때 공군기를 활용하는데 제약이 적지 않다. 가장 크고 비행거리가 길다는 공군의 C-130J도 순항 속도가 기껏해야 640km/h, 비행 거리도 아무리 용을 써 봐야 최대 5,250km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것도 구호물자같은 화물과 인원을 대량으로 실으면 크게 줄어드는 만큼, 최근의 네팔 지진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는 도중에 몇 번 착륙해 급유를 받아야 갈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네팔 지진 사태 당시 공군 수송기가 아니라 민간 여객기를 이용해 우리 국민을 귀국시킬 수밖에 없었다.

A330 MRTT는 어떨까. 순항 속도, 즉 계속 비행이 가능한 속도가 무려 860km/h다. 게다가 비행 거리는 최대 14,800km에 달한다. 네팔 정도는 민간 여객기와 마찬가지로 중간 기착 없이 직항으로 날아갈 수 있을 뿐더러 내부에 상당한 화물과 인원까지 실을 수 있다. 즉 사건 터지면 곧바로 구호물자를 가득 싣고 날아간 다음 물자를 내리고 곧바로 우리 국민들을 수백명 태워 돌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시나리오는 사실 공중급유기를 보유한 다른 나라들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다. 일본만 해도 보유한 공중급유기(KC-767)를 이용, 작년 발생한 필리핀 태풍 사태 당시 신속하게 구호물자를 나르고 자국민을 대피시켰다. 콜롬비아 역시 2011년에 일본의 지진 사태 당시에 보유한 공중급유기(KC-767)을 이용해 일본의 자국민을 대피시키는데 활용한 바 있다.

즉 공중급유기는 단순한 '나는 주유소'만이 아니다. 공군에 여객기나 상용 화물기급의 수송능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서 언급한 자국민 대피나 구호물자 운반은 물론 군대의 해외 파병이나 기타 다양한 임무에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전쟁 때 아니면 써먹을 일 없는 전투기보다 훨씬 돈 값을 하는 셈이고,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 공군 같은 경우 공군 규모 자체는 우리보다 상당히 작은데도 공중급유기는 우리보다 많은 5대(기종은 우리와 같은 A330 MRTT)이고 두 대를 추가로 도입할 궁리까지 하고 있다. 심지어 공군에 전투기라고는 30대도 채 안되는 콜롬비아 공군조차 공중 급유기를 한 대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이번 기종 선정에서 탈락한 미국의 KC-46A. 출처: 보잉)

3. 기종 선정은 올바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잘 된 편이다. 보잉의 KC-46A도 선정되면 우리 공군력에 꽤 도움이 되었을 기체이지만, 기왕 양자택일을 한다면 에어버스의 A330 MRTT가 낫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 크고 더 많이 싣기 때문이다. KC-46A는 현재 미 공군에 제안된 사양대로면 승객 114명을 싣는 수준이고 화물 탑재량도 29.5t으로 인원 330명 탑승에 45t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A330 MRTT보다 열세다. 어차피 급유 외의 다른 목적으로도 자주 쓰일 가능성이 높은 기체이고 보면 화물 및 인원을 더 실을 수 있는 A330 MRTT가 가격만 맞으면 더 낫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유지보수라는 측면에서도 A330 MRTT가 좀 더 유리하다. KC-46A도 A330 MRTT도 모두 민간 여객기(보잉 767과 에어버스330)을 기초로 개조된 기체들이다. 다만 KC-46A의 베이스가 된 보잉 767(아시아나에서만 7대)보다는 에어버스 330쪽이 훨씬 더 많이 쓰이고 있다(아시아나와 대한항공 합계 40대 이상). 아무래도 국내에서의 정비라는 면에서 운용 기체가 많은 에어버스 쪽이 좀 유리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KC-46A도 미 공군 제식으로 채택됐고 국내에도 어쨌든 767여객기가 운용은 되는 만큼 정비면에서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뭐가 더 유리하냐고 하면 에어버스의 손을 들어줘야 할 것 같다.

A330 MRTT가 KC-46A보다 더 크고 무거워 유지비용도 많이 들고 국내에서 운용 가능한 비행장도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도 그렇게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공중급유기 운용이 예정된 비행장들 중 A330도 운용 못할 곳은 사실상 없다시피 한 상황이고, 유지비용 역시 이미 국내에 많은 기체가 여객기로 운용중이라 생각보다 절약할 여지도 많은데다 더 많은 연료/화물 탑재량을 통한 '가성비'를 생각해야 하니 말이다.

미 공군의 기체가 아니므로 미국제 기체를 많이 쓰는 우리 공군이 공중급유하는데 제약이 있는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미국제 기체 일변도의 싱가포르 공군과 오스트레일리아 공군도 구입한 상황이다. 특히 싱가포르는 우리 공군과 같은 F-16과 F-15계열이 주력이다. 미국으로서도 주요 우방국인 이 두 나라까지 A330 MRTT를 산 상황이니 공중급유시의 호환성 문제에 협력을 안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에어버스 A330MRTT의 좌석. 여객기 수준의 많은 좌석을 확보하고 있다. 출처: 월간 플래툰)

4. 문제는 기종이 아니라...

사실 이번 공중급유기 선정은 무슨 기종을 샀느냐 보다는 우리 공군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면이 더 크다. 우리 공군 정도의 조직이 1995년도 아니고 2015년이 되어서야 공중급유기를 샀다는 것이다.

우리 공군은 지나치게 전술기 위주로 편제된 면이 강하다. 수송기나 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 등의 지원기 전력에 대한 투자는 아무리 남북 대치 상황이라고 해도 전술기에 비해 지나치게 밀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공중급유기 같은 경우는 전술기 숫자를 늘리지 않고도 전력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전력이라 콜롬비아 같은 나라에서도 갖추는 실정인데 우리나라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선정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전술기 가격의 상승과 조종사 확보의 어려움 등을 감안하면 예전처럼 많은 전술기를 운용할 수 없는 앞으로의 상황에서는 지원기 전력이라도 충분히 갖춰야 할 판인데 그걸 미적거리다가 지금까지 미뤄진 것이다.

이번 공중급유기 도입은 우리 군의 전력 규모를 봐도 결코 넉넉하지 않다. 우리 공군의 전술기 중 공중급유가 가능한 기체는 KF-16및 F-16계열 기체 약 170여대, F-15K 60대 등 총 230여대이다. 그런데 보유 전투기 수량이 우리 공군과 비슷한 영국은 공중급유기만 무려 11대를 갖추고 있으며 가용 전투기 댓수가 100대도 안되는 오스트레일리아 공군은 이미 5대를 보유하고 2대를 추가 주문한 상황이다. 싱가포르 공군도 보유 전투기 대수가 151대로 우리 공군의 공중급유 가능 기체보다 상당히 적지만 이미 공중급유기(KC-135R)를 4대 보유하고 있고 우리와 같은 A330 MRTT를 6대나 주문해놓은 상태다. 이웃 일본 역시 공중급유기(KC-767)를 4대 운용 중이고 몇 대를 추가 주문할 것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

즉 우리 공군은 규모에 비해 공중급유기 숫자가 상당히 적은 편이다. 앞으로는 전투기 자체의 숫자 못잖게 이런 부분에도 투자를 아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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