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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동영상 : 유로화는 어떻게 그리스 위기를 촉발시켰나

  • 허완
  • 입력 2015.07.03 11:48
  • 수정 2015.07.03 11:59

많은 전문가들은 그리스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유로화’를 꼽는다. 그리스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그리스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전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유로화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는 뜻도 아니다.

다만, ‘유로화가 그리스 위기를 촉발시켰다’는 건 이런 얘기다. 그리스에게는 위기에 대처할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없었다는 것, ‘유럽 공동의 화폐’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는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가 제작한 이 동영상을 보자. 복스는 우선 유로화를 ‘저녁 식사 파티’에 비유했다. 이런 상황이라는 얘기다.

  •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 혼자 먹는 경우라면 그냥 내가 먹고 싶은 걸 준비하면 된다.
  • 누군가를 초대해 파티를 연다면? 채식주의자? 글루텐프리? 콩 알레르기? 고려할 게 많다.
  • 여러 유럽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유로화)를 쓴다는 아이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 유로화를 쓰는 유럽 국가들의 경제 사정은 제각각이다.
  • 그리스는? 최악이다. 실업률, 국가부채비율...
  • 그리스 = 바베큐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들 중 유일한 채식주의자
  • 그 많은 사람(국가)들이 저녁 식사 파티에 왔는데, 메뉴(통화)가 하나뿐이라고?

애초부터 유로화는 정치적 프로젝트에 가까웠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평화로운 유럽 대륙, 더 긴밀하게 협력하는 유럽, 유로화로 하나 되는 유럽 같은 아이디어가 이 구상을 지배했다.

반면 경제적 차원에서 모든 회원국들이 같은 통화를 쓴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려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이 영상이 설명하는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다.

1. 그리스는 자체적으로 통화정책을 쓸 수 없다. 이럴 땐 돈을 더 찍어내야 하는데...

= 금리, 통화량 같은 통화정책은 유럽중앙은행(ECB)가 모두 결정한다. 각 나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모두를 만족시키는 통화정책은 나오기 어렵다. 유럽의 약소국이자 경제가 최악인 그리스는? 아웃 오브 안중

2. 유로화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의 경제가 더 긴밀하게 통합되어야 한다. 같은 돈만 쓰는 게 아니라...

= 미국을 보자. 모든 주가 같은 통화(달러)를 쓴다. 어떤 주에서 적자가 발생한다면? 일반적으로 연방은행이 다양한 방식으로 적자를 메꿔준다. 또 복지제도, 의료보험 같은 장치들을 통해 돈(세금)이 부유한 주에서 가난한 주로 흘러들어가기 마련이다. 어쨌든 ‘같은 국가’이기 때문에. 유럽에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유로존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사실은 유로화가 ‘경제적’인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 아니라 철저히 ‘정치적’인 산물이라는 점이다.

(중략)

그러나 경제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유로화 시스템은 ‘바보 같은 자해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 유로존 국가들은 모두 자신들의 통화정책 주권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ECB에 넘겨야 한다. 유로존 국가들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ECB가 각 국가를 대신해 통일된 금리를 결정하고 화폐 유통량을 정한다. 문제는 19개의 유로존 국가들이 모두 너무나 이질적이고 처한 상황도 크게 다르다는 데서 발생한다.

(중략)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의 경제위기 때문에 유로화가 출렁거리는 것이 아니라, 유로화 때문에 유럽의 경제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지적한다. ECB로 금융통제권을 ‘아웃소싱’한 탓에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이 2008년 경제위기 당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제대로 방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주간경향 제1110호, 1월20일)

유럽의 금융과 실물 경제는 급속하게 통합됐지만, 재정의 지휘부는 따로따로인 게 유럽의 재정 위기를 풀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예컨대 유럽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유럽재정안정기금의 가용 대출 규모를 기존의 2554억 유로에서 4400억 유로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흥청망청 돈 쓰던 나라를 우리 세금으로 도와주느냐'는 독일·핀란드의 반발로 여전히 각국 의회의 승인을 못 받고 있다.

유로의 신용을 이용해서 그리스 등은 국채를 마구 발행해 돈을 끌어 썼고 결국 빌린 돈을 못 갚게 됐지만, 독일 등 다른 유로 국가들은 전폭적인 재정 지원에 난감해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라면 캘리포니아가 재정 위기에 빠졌다면 연방 정부가 도와줄 것이다. 비유하자면 유럽은 유로란 밧줄로 선단을 느슨하게 묶어 놓긴 했지만, 배마다 선장이 따로 있어 저마다 다른 길로 항해하는 형상이다. (조선비즈 2011년 8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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