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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심야식당에 게이 마담 코스즈씨가 빠져서 서운한 이유

  • 박세회
  • 입력 2015.07.03 08:02
  • 수정 2015.07.03 08:24

일본의 인기만화 심야식당이 한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된다. 심야식당은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로 브라운관을 휩쓸고 스크린에서도 한판 대승을 치른 킬러 콘텐츠라 기대가 컸다.

실패할 이유가 없을 줄만 알았다. 오히려 어떤 식으로 영리하게 한국화될지 기다렸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 7월 2일 SBS에서 실망스런 발표를 내놨다. 제작 담당인 황인뢰 PD가 심야 식당의 주요 캐릭터 중 게이 마담인 '코스즈'를 뺐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

뉴스1의 발표로는 그는 2일에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원작 만화와 달라진 점을 묻는 말에 “원작을 무시할 수도 없고, 한국적 색깔에 맞게 각색하기 위해 일본 색깔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뺄까 생각했다”고 입을 뗐다고 한다. 그는 이어서 “일단 등장인물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라며 “일본 원작 캐릭터 중에 게이 마담이 있는데 우리 드라마에선 과감히 빼버렸다”고 설명했다.

코스즈와 류의 우정은 심야식당의 주제나 다름 없다. 이 아름다운 투샷을 볼 수 없다니.

정말? 코스즈를 뺀다고?

심야식당의 가장 큰 감정선을 생각해봤다. 신주쿠의 뒷골목 어딘가, 밤 12시에 문을 열고 메뉴는 4개뿐인 '심야식당'이 주인공이다. 영업시간 때문인지, 얼굴에는 칼자국이 딱! 보기에도 사연 많아 보이는 듯한 마스터(주인)의 주변에는 사회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게이바를 운영하는 코스즈, 조직폭력배인 류, 가슴이 커 인기가 많은 스트리퍼 말릴린.

한국판에선 스트리퍼인 말릴린도 빠진다고 한다. 그런데 대체 한국 정서란 뭘까?

이들은 메뉴에는 없지만, 재료만 있다면 흔쾌히 만들어주는 마스터의 요리에 작은 위로를 받으며 이 식당에 둥지를 튼다. 그런데 둥지를 튼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기약없이 모여서 마시고 떠들며 아파서 찾아오는 '객'들을 위로해준다.

기본적으로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선한 캐릭터가 바로 48년 동안 게이바를 운영해온 마담 '코스즈'다.

코스즈를 뺀다는 소식에 SNS에선 난리가 났다. "한국인의 정서가 뭐냐"며 화를 내는 사람, "코스즈 없이 무슨 재미로 보느냐는 사람" 등등 다양하다.

어쩐지 한국 정서에 맞춘다는 얘기를 들으니, 김밥천국에서 '고등어조림' 주문했다가 미친놈 취급받고 쫓겨날 뻔하다가 결국 신라면에 김밥 한 줄을 시켜먹고 체크카드를 꺼냈는데 만 원 이하는 결제가 안 된다는 말에 아르바이트생에게 화를 버럭 냈더니 아르바이트생이 울면서 '저 시급 4500원이에요'라고 말하는 일화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같다.

SNS에선 '이정섭 씨를 섭외하라'는 말이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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