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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 앞둔 그리스 국민은 혼란스럽다

ⓒgettyimageskorea

그리스는 1974년 군주제가 무너질 당시 국민투표를 했다. 왕이냐 공화제냐의 분명하고도 간단한 선택이었고 국민은 공화제를 택했다.

41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국민투표는 사정이 달라 보인다. 국제채권단의 제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것이라 간단해 보여도 그리스 국민은 투표를 불과 사흘 앞두고 혼란에 빠져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채권단 제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국가의 향방을 좌우하게 됐지만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틀에 기초한 채권단 제안은 이미 30일로 구제금융이 종료되면서 무효가 돼버린 상태다.

연금 및 조세 개혁에 대한 채권단 제안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관료적 문구로 가득 차 있어 상세 내용을 알기 어려운 데다 투표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여기에 그리스 정부는 반대를 찍으라고 촉구하고 유로존의 다른 정상들은 찬성을 찍으라며 엇갈린 신호를 주고 있다. 투표용지에는 채권단안에 대한 찬반만 기입하게 돼 있지만 유로존 잔류에 대한 투표나 마찬가지라는 야당의 주장까지 뒤섞인 상태다.

아테네 시민 에리카 파파미찰로폴로(27)는 "누구도 국민투표가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다"면서 "찬성을 찍으면, 혹은 반대를 찍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말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행보도 그리스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채권단안을 대부분 수용할 것처럼 하다가 국민투표를 강행한다면서 반대표 독려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에게 제대로 이해할 시간도 주지 않고 속사포같이 국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치프라스 총리가 그리스 국민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면서 민주적으로 결정하자고 나서고 있지만 사실 집권여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에서 총의를 모으는 데 실패해 정치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국민투표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그리스에서는 '노'(NO)가 가진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점도 국민의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그리스는 1940년 10월 28일 전략거점을 내놓으라는 베니토 무솔리니에게 그리스어로 NO를 뜻하는 '오히'(Oxi)로 대응한 뒤 이를 국경일로 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스타시스 칼리바스 예일대 교수는 "그리스에서 'NO'는 아주 상징적인 울림을 가진 말로, 흔히 애국심과 저항, 국민적 자부심과 동일시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국민투표를 목전에 둔 그리스에서 치프라스 총리를 대신할 인물로 이아니스 드라가사키스 부총리 등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됐다고 전했다. 드라가사키스 부총리는 시리자 내에서 실용파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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