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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안 떠난다'는 다음카카오의 애매한 해명

  • 허완
  • 입력 2015.07.02 13:45
  • 수정 2015.07.02 17:31

업데이트 : 2015년 7월2일 21:30 (다음카카오 측 설명 추가)

다음카카오가 제주도를 떠난다는 보도가 나왔다. 직원 대부분을 철수시킨다는 것. 다음카카오 측은 곧바로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제주 이전 실험’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는 2일 “다음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의 제주 이전 프로젝트 ‘즐거운 실험’이 11년 만에 막을 내린다”고 보도했다. “현지 근무가 불가피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인력 등 소수만 남기고, 제주 본사 직원 약 400여명 대다수를 경기도 판교의 다음카카오 통합사옥으로 이동시킨다”는 것.

2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카카오는 최근 다음 출신인 최세훈 공동대표 명의로 2017년까지 판교사옥으로 직원 통합을 마무리짓는다고 사내 공지했다. 제주 근무 직원에게만 주던 특별 수당인 '제주 마일리지'는 올 12월까지만 유지키로 했다. (한국경제 7월2일)

다음은 2004년 본사를 제주도로 옮기는 ‘파격’을 선언한 바 있다.

다음의 제주이전 프로젝트는 2004년 4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재웅 창업자는 2007년까지 전체 인력의 20%만 서울에 남기는 제주이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대기업도 힘든 본사의 지방 이전에 대해 독일 소도시에서 세계적인 미디어그룹으로 성장한 베델스만을 예로 들었다.

베델스만은 인구가 2만명도 안되는 독일 소도시 쿼터슬로에 본사가 있다. 당시 이재웅 창업자는 “좁은 곳에 있어야 자꾸 밖으로 나가려한다”며 “베델스만 같은 경우 뭔가 하려 하면 전부 출장가야해 글로벌 마인드가 자연스레 생겼다”고 말했다. 제주 이전은 서울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IT업체다운 글로벌DNA를 체질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조선비즈 2012년 4월22일)

2005년 3월31일, 제주도에서 '다음 미디어연구소 착공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다음이 본사 이전 절차를 모두 마무리한 건 2012년이다. ‘한국의 구글’을 연상시킨다는 신사옥도 지었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제주도 인력 대부분을 철수한다는 것.

다음카카오는 보도자료를 내고 “다음카카오가 제주 인력을 철수한다는 일부 기사는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이어지는 해명은 다음과 같다.

다음카카오의 본사는 제주이며, 현재 본사 이전 계획은 없습니다. 또한, 제주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가치있는 아이템을 발굴해 영속 가능한 수준의 실제 사업을 벌여 나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향후 제주 기반 사업을 더욱 더 확대 강화해 나갈 예정이며, 전사 차원의 제주사업추진협의체를 구성해 추진 중에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다음카카오는 1) 모바일 O2O 플랫폼을 구축하고 2) 제주 관광 촉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며 3) 제주 사옥 부지 3만 8천여평을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제주 농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카카오프렌즈 테마 뮤지엄을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제주 지역 특색 사업이 성공할 경우, 전국 또는 아시아로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다음카카오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는 조직은 동일 근무지로 통합한다는 큰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제주 근무자 중 판교와 협업이 많은 인력은 판교로 이동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며, 반대로 판교에서 제주로 이동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입니다.

다음카카오는 이를 통해 제주에서의 또 다른 10년을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카카오 7월2일)

그러나 다음의 ‘제주 프로젝트’가 끝났다는 사실은 오히려 더 분명해 보인다. 다음카카오는 ‘본사 이전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애초 한국경제 기사의 핵심은 ‘본사 이전’이 아니라 ‘인력 철수’였다. 주요 사업 부문의 인력들이 결국 제주도를 떠난다는 것.

2006년 2월, 제주시 오금동에 위치한 다음 '글로벌미디어센터'의 모습. ⓒ한겨레

다음카카오의 해명에서 주목할 대목은 제주도 본사의 향후 사업 계획이다.

1) 모바일 O2O 플랫폼 구축

2) 제주 관광 촉진을 위한 사업 추진

3) 제주 사옥 부지 활용 사업 추진

결국 제주도에는 미디어다음도, 주요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인력도 남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다음카카오는 합병 당시 통합사옥을 제주도에 두지 않기로 결론 내린 바 있다.

다음카카오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제주도 권역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개소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일할 다음카카오 직원은 제주도에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주도에 뿌리를 내리고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다음의 실험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사업 및 공헌 활동은 지속하지만 다음만의 기업 문화였던 '제주 이주' 정책은 중단한다는 선언이다. 옛 다음이 제주에 본사를 두고, 신선한 환경에서 포털 서비스를 기획·개발하려 한 '즐거운 실험'은 종료되는 것이다. (한국경제 7월2일)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 측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다음카카오의 '제주 이전 실험'은 끝난 것이 아니며 새로운 2막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본사 직원 400명을 판교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전략에 따른 조직 재배치를 통해 현재 수준의 제주 인력 규모를 유지해 나갈 것입니다. 제주 기반의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결과에 따라 전국 또는 아시아로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제주에 뿌리를 내리고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다음카카오의 실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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