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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과 인종차별의 놀라운 '과학'

  • 김도훈
  • 입력 2015.07.02 13:12
  • 수정 2016.03.21 05:41
Barbara Lloyd, of Charleston, S.C., cries during the singing of
Barbara Lloyd, of Charleston, S.C., cries during the singing of ⓒASSOCIATED PRESS

무엇이 인종 차별을 유발하는가? 편협함과 증오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국인들은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비극적인 교회 총기 사건 이전부터도 이런 기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 애써 왔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이런 물음은 인간 안에는 다른 종들이 존재한다는 믿음에 기반하는데, 과학자들은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인종과 인종 차별에 대한 통념 중에는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것이 많다.

사실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허핑턴포스트는 세인트 루이스의 워싱턴 대학교의 저명한 자연 인류학자 로버스 서스만 박사의 조언을 구했다. 그는 ‘인종이라는 근거없는 믿음: 고질적인 비과학적인 생각 The Myth of Race: The Troublesome Persistence of An Unscientific Idea’의 저자이기도 하다. 조금 편집한 그의 답변을 여기 싣는다.

Dr. Robert Sussman

다른 인종이라는 개념은 과학적 타당성이 있는가?

생물학에는 아종, 변종이라는 개념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 종의 동물이 갈라지며 다른 유전자 빈도를 지닌 다른 집단으로 갈라질 수 있다.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난다면, 유전자 차이 때문에 다른 집단들끼리 번식하기가 어려워지고, 두 개의 서로 다른 종으로 발달하게 된다. 차이점이 크겠지만 과도기에는 다른 집단끼리도 번식이 가능하다. 그래서, 예를 들어 다른 종의 포유류는 서로 아주 다를 수 있지만 함께 지내게 된다면(예를 들어 동물원) 번식이 가능하다. 아프리카에는 침팬지의 아종, 변종들이 좀 있다. 그들은 생물학적으로 특정한 차이점이 있고, 각 집단 별로 유전자 차이가 몇 가지 있다.

생물학자들은 이제 이러한 생물학적, 유전적 차이를 측정할 수 있다(기본적으로 변종은 지리적, 형태상, 유전적으로 다르지만 서로 번식할 수 있는 집단들이다). 예를 들면 다른 포유류 집단들을 측정하고, 두 집단이 유전적으로는 얼마나 가까운지 볼 수 있다. 집단들끼리, 그리고 각 집단 내부의 유전적 다양성의 패턴과 양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 집단 간의 유전적 차이는 다른 여러 포유류 집단 간의 차이와 유사하지 않다. 현대 인류(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에 등장한 지 20만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긴 시간 동안 서로 떨어져 있었던 적이 없다.

인간들 사이에 일어났던 분리를 수량화할 수 있는가?

구체적인 측정법을 사용해 유전학자들은 다양한 포유류 집단들 사이의 차이를 측정할 수 있다(Fst 스코어라는 단위가 있다. 0부터 1까지에 이르며, 1은 완전히 다른 종을 의미한다). 유전학자가 어느 포유류 집단을 진정한 변종으로 간주하려면 Fst 스코어가 0.30은 되어야 한다. 서로 다른 코요테들은 0.40이며, 침팬지 집단들은 0.70 정도의 유전자 분화를 보인다. 인간들의 스코어는 0.156에 불과하다.

인종이라는 개념의 기원은 무엇인가?

인종이라는 개념은 스페인 이단 심문(1480년 무렵)에 시작되었다. 피의 순수성에 대한 법이 제정되고, 기독교로 개종하는 사람들(혹은 그 반대 경우)이 자신들의 기독교 뿌리를 입증해야 했던 때였다. 인종 차별은 조금 후에 식민지화와 함께 더 강화되었다.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왜 외모와 행동이 유럽인들과 다른가를 설명하는 두 가지 이론이 생겨나던 때였다. ‘타인들’은 신이 창조하였으나 퇴보한 사람들이라는 인류 일조설, 신이 아담을 창조하기 전부터 있었다고 하는 다원설 또는 아담 이전의 인간설이 그것이다. 인류 일조설에 따르면 그들은 퇴보하긴 했으나 전도나 적절한 교육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다원설에 따르면 그들은 환경적 요인으로는 결코 개선될 수 없다.

각 인종에 대한 오늘날의 생각은 데이비드 흄, 임마누엘 칸트, 요한 블루멘바흐 같은 18세기 서구 철학자들로부터 시작된 긴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이지만, 그 학자들 역시 인류 일조설과다원설의 영향을 받았다.

과학자들은 대부분 인종이라는 개념을 폐기했는가? 만약 그렇다면, 왜 인종 개념은 지속되고 있나?

대부분의 생물학자, 유전학자, 인류학자들은 인종이라는 개념을 폐기했다. 우선 한 인종의 특성을 설명하기가, 그리고 누가 무슨 인종인지 구분하기가 언제나 어렵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실제로 유전학 연구를 해보면 인간 집단들 사이에 유전적 차이점보다는 유사점이 더 많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서구에서 생각하는 인종의 개념은 아주 오래되었고 확고하며, 인류 유전학의 현대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인종은 그들의 ‘세상’의 일부였다.

생물학적으로 인종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좋은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현대 인간 생물학 교육을 받지 못했다. 일반 교육 커리큘럼에 이런 내용은 없다.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다른 집단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민족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인간 집단들은 다른 배경, 행동, 세계관, 가치, 사회 조직 등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의 사회화, 역사, 문화 때문이지 생물학적 이유가 아니다.

인간 DNA는 집단마다 얼마다 서로 다른가?

다른 집단에 속한 인간들의 DNA가 꼭 다르리라는 법은 없다. 인종이라 불리는 집단을 DNA로 구분하는 건 불가능하다. DNA의 유사성은 한 인간 집단 내에서보다 다른 인간 집단들 사이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DNA는 환경이나 질병 등에 적응함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겸상 적혈구의 유전자 빈도는 사람이 태어난 곳과 그 지역의 말라리아 발병 빈도에 따라 달라지며,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사람과 지중해에서 태어난 사람의 DNA에서 일치할 수도 있다. 피부색을 짙게 하는 유전적 연결 통로는 인도의 타밀 나두와 나이지리아에서 다르게 나타난다. 유전 형질은 서로 관련이 없다.

왜 인간 집단들의 외모는 그토록 다른가?

심지어 같은 가족이라 해도 모든 인간은 다 다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른 적응 방식을 발전시키고, 그에 따라 외모가 달라진다. 외모에는 지리적 영향도 있다. 예를 들어 태양이 아주 강한 환경에 사는 사람들, 또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파생된 사람들은 피부암을 막기 위해 짙은 피부색을 가지는 것으로 적응한다. 다른 환경 속의 사람들은 다른 형태의 유전적 차이를 갖는다. 피부색 유전학은 혈액형, 머리카락 모양, 입 구조의 유전학과는 아주 다르다.

‘비슷한’ 피부색을 가진 집단들이 기후에 따른 다른 적응 때문에 아주 다른 코 모양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차이를 연속 변이라고 부른다. 연속 변이는 지리적 영역에서의 환경적 요인에 대한 유전적 적응이다. 다른 지역에서 다른 유전적 적응이 일어난다. 특정한 종은 없고, 연속 변이의 차이는 여러 가지로 다르게 나타난다. 인류학자 리빙스톤이 1962년에 말했듯이, 인류에게 있어 ‘인종은 없고 연속 변이만 있을 뿐이다’.

지니고 있는 유전자에 따라, 다른 집단은 다른 취약점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질병에 걸릴 위험이 다를 수가 있다. 육체적, 혹은 지적 특질을 가진 특정 집단이 있는가?

다른 집단이 특정한 육체적 또는 지적 특질이나 능력이 있다는 과학적 증거에 의한 암시는 없다. 그런 특징은 개인의 사회화나 양육(혹은 영양 공급)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농구는 흑인이 제일 잘하는 운동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수십 년 전에는 농구는 유대인의 운동이었다. 왜일까? 직업으로서의 농구는 과거에는 흑인들보다는 유대인들에게 더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육체적 특징, 체형, 시력 등은 여러 가지 능력과 관련이 있지만, 유전적으로 어느 집단이나 ‘인종’에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들은 ‘인종’을 초월한다. 농구 선수들은 보통 키가 크고, 키가 크고 피부색이 짙은 사람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흑인들이 전부 농구를 잘하는 건 아니고, 키 큰 사람들이 다 농구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우린 지금 인종이 아닌 인간 집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흑인’들이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흑인 미국인들이 심장병에 걸리는 확률이 더 높을 수는 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그렇지 않다. 미국 흑인들의 심장병에 관련된 주 요인은 스트레스이고, 이건 주로 행동 인자에 관련된 것이다. 특정 민족 집단에게 더 많이 일어나는 다른 병들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은 육체적, 환경적 인자 모두에 관련된 것들이다. 이 모든 것은 개인과 연관이 있는 것이지 일반적인, ‘인종적인’ 인자와는 상관이 없다.

우리가 다른 집단을 의심하거나 차별하도록 진화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유는?

우리가 낯선 사람들을 의심하도록 적응했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문화적 적응일 수 있다.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의심하라, 인종 차별을 하라고 가르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낯선 사람들을 개방적으로 대하라고 가르칠 수도 있다. 이건 생물학적인 게 아니라, 교육과 사회화에 달린 것이다. 우리가 뱀이나 다른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생물학적 장치는 없다. 우리는 그런 행동들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인종 차별이 사라지는 날이 올까? 그렇게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미국이나 유럽에서 인종 차별이 사라질지 나는 확신할 수 없다. 우리 문화의 아주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인구의 상당수 사이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는 있다. 그렇게 되게 하려면 우리는 어린이들(그리고 가능한 한 어른들도 많이)에게 인종의 개념과 그게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계속 가르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종과 인종 차별의 역사와 개념, 지난 500년 간의 형성 과정,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쳐야 한다. 사람들은 유전자 변이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고 실제로 이해한다. 그리고 이게 인간 집단과 개인을 위해 아주 좋은 것이라는 사실도 이해한다. 사람들은 가끔 나쁜 일도 하지만 – 나치처럼 – 이것들은 학습된 것이고(특정 동기를 가지고 발달하긴 했지만) 선천적인, 유전적으로 결정된 행동은 아니었다.

사람들의 행동은 그들의 역사, 배경, 이웃에 달려 있지, 인종의 생물학적 현실에 달린 것이 아니다! 결국 다양함이 삶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허핑턴포스트US의 The Surprising Science of Race and Racism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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