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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 클리토리스 프로젝트] 5. 왜 우리는 아직도 여성의 몸을 모르는가

  • 남현지
  • 입력 2015.07.03 14:06
  • 수정 2024.03.22 11:10
 

75%나 되는 여성이 질 삽입만으로는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다. 연구 결과로 추정하면, 이 방법으로 확실하게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은 겨우 8%에 불과하다.

이것이 섹스 연구자들과 성과학자들이 ‘오르가슴 갭’이라고 부르는 현상, 즉 섹스를 할 때 이성애자 남성이 이성애자 여성보다 2~3배 더 자주 오르가슴을 느끼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유일한 사실일 수 있다.

클리토리스에 무지한 사람이라면 이런 정보가 여성은 남성만큼 성적이지 않다거나 여성의 신체가 쾌감을 느끼기 힘들게 되어있다는 중거라고 치부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성 관계를 갖는 여성들은 남자들과 비슷한 빈도로 오르가슴을 느끼고, 이성애자 남성과 섹스를 가질 때도 상대 남성과 비슷하게 극치에 도달한다. 여성이 자위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여성의 몸이 아니다. 우리 대부분이 여성의 몸이 작동하는 방식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클리토리스 퀴즈

 

우리는 길에서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들이 페니스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 그들이 클리토리스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 당신은 알아볼 수 있는가?

The Clit Quiz from The Huffington Post on Vimeo.

 

이 동영상이 클리토리스에 대한 무지가 널리 퍼져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물론 아니지만, 열심히 찾아 헤매지 않아도 증거는 흔히 눈에 띈다. 대중 가요를 듣든, TV 쇼를 보든, 영화를 보거나 잡지를 읽든, 인간의 성적 쾌감은 질에 페니스를 삽입하는 것만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섹스 테라피스트이자 저자인 이언 커너는 이런 현상을 ‘삽입 담론’이라 부른다.

“삽입 담론은 페니스를 클리토리스 위에 두는 헤게모니를 지지합니다. 남성의 성적 반응에 잘 맞아 들어가는 직선적 섹슈얼 내러티브를 강요하고, 결과적으로 여성의 오르가슴을 성적 쾌감의 변두리로 격하시킵니다. ‘여성은 남성만큼 강하게 오르가슴을 원하지 않는다’, ‘여성은 남성과 비슷한 즉흥적인 욕구를 경험해야 한다’와 같은 프로파간다가 여기에서 생깁니다.”

Photo courtesy of Sophia Wallace

우리의 문화는 전반적으로 다음 공식 아래에서 작동하는 것 같다.

페니스 + 질 = 섹스, 오르가슴, 성생활, 관능, 행복

그리고 이 등식이 잘 맞지 않으면, 자동으로 추정하는 것은 ‘이 공식이 잘못됐나 봐’가 아니다.

“나한테 문제가 있나 봐. 나한테 부족한 게 있어.”

사람들은 자기가 결함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말없이 고통받고, 그들에게 제시된 유일한 공식에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오래 전에 틀렸다는 것이 밝혀진 가정에 동의하는 척하면서 말이다.

"섹스 테라피스트로 이제까지, 여성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제가 뭘 잘못하고 있죠?'였습니다... 저는 여성들에게 계속해서 아무것도 잘못된 건 없다고, 당신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 섹스 테라피스트, 이언 커너(Ian Kerner)

커너에 의하면 이런 가정의 영향은 널리 퍼져 있다.

“삽입 담론은 클리토리스 자극을 중시하지 않기 때문에, 파트너와 하는 섹스에서 꾸준히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그 결과, 많은 여성들이 섹스를 가능한 만큼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섹스를 할 유인도 적어지고, ‘성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삽입 담론의 힘이 워낙 강해서, 여성들은 거기에 도전하는 대신 어쩔 수 없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시늉을 합니다.”

‘태양의 서커스’ 출연자 정도로 몸이 유연해야 할 수 있을 것 같은 온갖 체위를 자세히 담은 책들이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신경 말단이 8,000개나 있는 장기를 활용하라’는 아주 간단한 충고를 강조하는 것은 너무 외설적이거나 무서운 일인 걸까.

 

클리토리스 지식 매트릭스 The Cliterate Matrix

 

문화 스펙트럼에 카메오 출연한 클리토리스들을 모았다. 성공적인 사례도, 실패한 사례도, 어정쩡한 사례도 있다.

드라마 ‘더 오피스’

드와이트가 인사팀에 가서 사무실에서 하기엔 부적절한 충고를 한다. "클리토리스가 어디있어요?"

만화 ‘사우스 파크’에 나오는 거대한 말하는 클리토리스.

클리토리스를 공경하는 점은 좋았지만 애니메이터들이 해부학 공부를 좀 더 해야 할 듯.

피카소의 '남자와 여자와 고양이'

Credit: Pablo Picasso / pablo-ruiz-picasso.net

침대 머리판의 여성 성기 그림을 보라. 클리토리스가 나와 있다.

'섹스 앤 더 시티'

캐리: 키스할 땐 정말 좋았어. 그런데 침대에선 잘 안 맞았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그는……

사만다: 네 클리토리스를 못 찾아?

성 칼럼니스트 댄 새비지의 은밀한 목표

댄 새비지

토크쇼 '콜버트 리포트'에서 댄 새비지는 자신의 진정한 목표는 남자들이 클리토리스가 뭔지 이해하는 걸 돕는 거라고 했다.

비버 까기

저스틴 비버와 피트 데이비슨, 코미디 센트럴에서

'코미디 센트럴'에서 서로 험담을 하는 꼭지에서, 피트 데이비슨은 이렇게 저스틴 비버를 깠다. "나랑 SNL에 같이 나오는 케이트 맥키넌은 저스틴 흉내를 완벽하게 내요. 클리토리스까지 똑같아요."

프로이트

콧수염을 기른 19세기 오스트리아 신경과 의사는 아마 의도는 좋았겠지만 ‘클리토리스 선망’을 극복하지 못했다.

'멘즈 헬스'

2015 3월호 미국 멘즈 헬스

그녀가 G-스팟보다 더 흥분하는 성감대 네 곳’이라는 기사에서 ‘A-스팟’, ‘O-스팟’, ‘자궁경관’, ‘골반 근육’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클리토리스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는다.

'플레이보이'

플레이보이는 센터폴드(잡지 중간 사진 페이지) 모델의 클리토리스나 소음순을 보여주지 않는 경향을 오래 전부터 보여왔다. 휴 헤프너(플레이보이 사장), 이유가 뭐죠?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다음 주가 '세계 클리토리스 인식 주간'으로 지정되었지만, 달력에는 안 나오던데요." – 세스 마이어스(코미디언)

남자들, 정말인가? 그렇게 찾기 어렵나?

'멘즈 헬스'

"여성 페니스라고 불러라"고 어느 필자가 조언한다. 그냥. 페니스를 '남성 클리토리스'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좋든 싫든, 베스트셀러 소설로 변신한 이 에로틱 팬픽에서는 클리토리스를 10번 언급한다.

이 매트릭스에 성공적인 사례를 더 추가해 보고자 우리가 직접 클리토리스 인식 문화를 만들었다.

 

클리토리스 vs. 페니스: 랩 배틀

 

경쟁을 할 일은 아니지만, 만약 맞붙는다면 클리토리스는 당신 생각보다 더 강할 것이다. 신경 말단이 두 배 가까이 더 많고, 연달아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도록 혈액 공급이 되기 때문에, 클리토리스는 막강하다.

Clit vs. Penis: A Rap Battle from The Huffington Post on Vimeo.

 

의사나 박사가 아니라도 클리토리스에 대한 무지가 왜 문제인지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는1998년에 최초로 클리토리스 구조를 차악한 오스트레일리아 비뇨기과 의사인 헬렌 오코넬 박사의 통찰력을 빌렸다.

그녀의 연구가 사실을 분명히 밝힌 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문화적으로 클리토리스와 여성 성생활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다.

“나는 의사, 교수, 연구자입니다. 문화는 내 전문 분야가 아니죠.” 그녀가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덧붙였다. “아무 헐리우드 영화나 골라서 보세요. 끊임없이 삽입을 하는 남성의 시각으로만 관계를 갖는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여성들은 삽입을 통해 일종의 성적 충만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컨셉에 동의하는 척하죠. 그 거짓말을 해체하고 여성의 현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한, 우린 그러한 근거없는 믿음을 계속 끌고 갈 겁니다. 그건 여성들에게 좋지 않고, 남성들에게도 좋지 않아요.”

Graphic by Kate Widdows

"기쁨에 도달하는 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권리다"

[허핑턴포스트 클리토리스 프로젝트]

*제목을 클릭하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1. 진작 알려졌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모르는 클리토리스 이야기

2. 사라진 클리토리스, 사라진 역사

3. 클리토리스와 해부학

4. 당신이 성교육에서 배우지 않은 것들

5. 왜 우리는 아직도 여성의 몸을 모르는가

6. 당신이 찾던 클라이맥스

영어 원문기사는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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