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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이야기 (1) 저작권이란

저작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사상이나 생각을 세상에 알릴 때에 그 노고를 보상해 주는 제도입니다. 베낀 작품은 세상에 공헌한 것이 없습니다. 베낀 대상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공헌한다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창작의 정도는 아주 낮아도 됩니다. 베끼지만 않았다면 말이죠. 다만 '베낀다', '표절한다'는 의미가 완전히 똑같이 베낀 것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개 사건마다 판단이 필요하고, 그 기준과 관련해서 어려운 이론과 논쟁들이 있습니다.

  • 함석천
  • 입력 2015.07.03 11:58
  • 수정 2016.07.03 14:12
ⓒgettyimagesbank

저작권 이야기 (1) 저작권이란

저작권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요사이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쉬운 이해'를 목표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먼저 이 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 저작권은 '표현(表現, expression)'을 보호한다.

○ 저작권은 '생각(또는 思想, idea)'을 보호하지 않는다.

저작권이 존재하는 이유는 저작물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이 생각은 1710년 영국에서 'copyright'이란 이름으로 저작권이 처음 탄생한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져 온 생각입니다. 저작자의 보호 역시 중요한 이념의 하나입니다.

왜 널리 알려야 할까요? 이 세상, 이 사회에 풍성한 볼 거리, 들을 거리, 생각 거리를 쌓아놓기 위한 배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풍성한 창작과 문화의 기반 위에서 더 풍성한 생각 거리, 즐길 거리가 나오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문화의 혜택은 상당 부분 저작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음악, 영화, 시, 소설, 회화, 서예, 조각, 방송, 뮤지컬 - 이런 형태의 작품들이 모두 저작물에 해당합니다. 여러분 손에 들린 스마트폰,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 컴퓨터를 움직이는 프로그램들도 모두 저작물입니다. 사진, 네비게이션의 지도 역시 저작물입니다. 우리 삶에서 이런 저작물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합니다. 갈수록 그 비중은 더 커질 겁니다.

저작권이 처음부터 앞에서 말한 작품 형태들을 모두 보호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아닙니다. 시대에 따라, 대중의 요구에 따라 저작권은 보호 범위를 서서히 넓혀 왔습니다. 그 첫 번째 보호 대상은 책(서적)이었습니다. 15세기 구텐베르크가 금속인쇄술을 이용해서 성경을 출판하고, 곧이어 수많은 소설과 희곡이 출판되면서 18세기까지 영국에서 출판업체, 서적 유통상과 서점 사이에 치열한 시장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저작권(copyright)은 그런 싸움을 말리기 위한 수단으로 마련된 제도였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논쟁은 19세기 후반 사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사진은 기계로 현상을 그대로 찍어내는 것인데 여기에 무슨 창작성이 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1884년 Oscar Wilde의 사진이 문제된 사안에서 미국연방대법원은 창작성을 가진 사진 역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저작권의 보호 대상으로 포섭된 분야는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입니다. 스마트폰의 앱도 물론 여기에 해당합니다.

한 가지 이해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저작권은 저작물을 담고 있는 용기(종이, 도화지, CD, 필름, 하드디스크)와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설이 담긴 원고(또는 파일)를 받았다고 해서 소설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림을 샀다고 해서 그림에 대한 저작권을 자동으로 가지는 것도 아닙니다. 저작권이 생기기 전에, 그러니까 18세기 전에는 소설이 적힌 종이 원고를 구입하면 원고에 적힌 소설에 대한 권리도 넘겨받는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가정대로라면 셰익스피어의 원고를 1파운드에 사면 그 작품에 대한 권리도 모두 가지는 셈이 되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셰익스피어는 저작권이 탄생하기 전에 이미 사망했고, 현재 셰익스피어 작품의 저작재산권은 소멸해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소설을 복제, 배포, 출판할 권리는 저작자인 소설가에게 남아있고, 그림을 복제, 배포, 전시할 권리는 화가에게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소설과 그림에 대한 저작권(복제권, 배포권 등등)을 행사하려면 별도 계약을 맺거나, 별도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런 업무는 보통 저작권신탁업체에서 담당합니다.

이처럼 '용기'에서 '권리'를 분리해낸 것이야말로 인류가 가진 특유의 추상화 능력을 최선으로 발휘한 결과입니다. 동산, 부동산이 아닌, 제3의 재산으로 '지식재산'을 만들어낸 것이죠. '지적재산'이라고도 하는데요, 저는 '지식재산'이라는 말을 더 선호합니다. 다만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이런 물체 아닌 권리를 어떻게 내 '재산'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작물마다, 나라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저작권은 사상을 보호하지 않는다, 표현을 보호한다." - 이 말은 무슨 뜻일까요? 공표되지 않은 생각이나 사상(idea)은 보호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생각, 사상만으로 세상에 공헌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사상이나 생각을 세상에 알릴 때에 그 노고를 보상해 주는 제도입니다. 베낀 작품은 세상에 공헌한 것이 없습니다. 베낀 대상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공헌한다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창작의 정도는 아주 낮아도 됩니다. 베끼지만 않았다면 말이죠. 다만 '베낀다', '표절한다'는 의미가 완전히 똑같이 베낀 것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개 사건마다 판단이 필요하고, 그 기준과 관련해서 어려운 이론과 논쟁들이 있습니다.

창작자가 창작물을 세상에 공표하게 하고, 공표된 창작을 토대로 더 좋은 창작물이 세상에 빛을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창작물을 일정 기간 보호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19세기, 20세기를 거치면서 저작권의 보호 기간이 계속 길어져서 지금은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언젠가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저작자를 일정 기간 동안 보호하는 이유는 저작물을 세상에 알리고, 그렇게 해서 대중이 저작물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보호 기간이 끝나면 저작물은 궁극에는 사회의 재산이 됩니다. 이때가 되면 저작자 허락 없이도 누구나 작품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저작물을 '공공재(public domain)'라고 부릅니다.

특허에서 '제네릭(generic)'이라는 용어 들어보셨죠? 지금은 의약품에 관한 시사용어로 굳어진 것 같은데, 사실은 특허 기간이 끝난 특허를 누구나 쓸 수 있게 된 상태를 말합니다. 상표와 관련해서 '초코파이'처럼 처음에 상표권으로 보호받다가 지금은 특정 상품을 지칭하는 보통명사처럼 바뀐 경우에도 '제네릭 상표'가 된 것입니다. 지식재산이 그 수명을 다해서 사회로 환원된 상태를 우리는 '공공재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저작권은 작가 사후 70년, 업무상 저작물은 공표한 때부터 70년 보호하게 됩니다.

쓰다 보니 방대한 분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할 이야기도 많군요.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사진에 대해 설명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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