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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 클리토리스 프로젝트] 3. 클리토리스와 해부학

  • 남현지
  • 입력 2015.07.03 14:06
  • 수정 2024.03.22 11:11

당신이 여성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을 수 있다. "내 파트너는 내가 지도를 그려줘도 내 클리토리스를 못 찾을 거야." 하지만 당신이 지도를 그릴 수는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당신이 그릴 지도가 정확할지는 생각해 봤는가?

만약 우리가 성적 해부학적 구조에 있어 완전히 부정확한 지도를 보고 있었다면?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려면 당신은 먼 곳에서 봐야 한다. 당신 자신에서 벗어나라. 당신의 동네에서 나와라. 당신의 나라 국경을 넘고, 당신의 대륙에서 나와라.

이제 눈을 감고 온 세상을 상상해 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지구 자체가 아니라 지구의 지도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바로 이 지도.

1569년에 이 기법을 처음 창안한 지도 제작자 게라르두스 메르카토르(Gerardus Mercator)의 이름을 따 메르카토르 투영 도법 지도(the Mercator projection)라고 부르는 이 지도는 전국, 전 세계의 교실에 걸려 있다.

교실 벽에 붙은 두꺼운 종이 지도는 권위를 가진다. 이 지도에서 경도와 위도를 읽을 수 있고 몇 킬로미터가 1cm 안에 압축되어 있는지 볼 수 있다. 파란 바다가 녹색과 갈색의 대륙과 만나는 곳, 산이 높아지고 낮아지는 것을 표현한 선 등은 물론 정확하다.

하지만 당신이 그린란드가 아프리카 대륙과 같은 크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결국 당신은 메르카토르 투영 도법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지도는 비율을 왜곡한다. 메르카토르의 방법론은 적도에서 먼 것들을 크게 보이게 만든다.

우주인들은 우주선 뒤 창문을 통해 지구의 사진을 찍었다. 위성들은 정기적으로 하늘에서 지구의 사진을 찍는다. 우리에겐 메르카토르가 비율을 크게 왜곡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의 도법은 지금도 권위를 유지하고 있다. 오늘날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리를 배울 때는 비율이 잘못된 메르카토르 도법의 지도를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스크린에서 메르카토르 지도를 보게 된다. 심지어 구글 맵조차 메르카토르 지도를 쓴다.

세계의 지리 비율을 좀 더 잘 보여 주는 지도를 만들려는 시도가 수 세기에 걸쳐 있었다. 최근에는 피터스 도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누군가 눈을 감고 세상의 모습을 상상할 때, 이런 모습을 떠올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인체의 해부적 구조는 곧 인체의 지리를 담은 지도이다. 그리고 1998년까지 세상 사람들 대다수는 부정확한 지도에 의지해 클리토리스의 구조를 생각해 왔다.

의학계에서는 자신들이 틀렸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그들의 교육의 기반이 된 해부학적 ‘지도’는 메르카토르의 지도처럼 든든하고 변함없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모든 장기가 다 나와 있고 모든 신경 말단에 다 주석이 달려 있으니까.

그 지도에, 특히 클리토리스처럼 작고 하찮아 보이는 장기에 대해 의문을 품을 이유란 거의 없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기에 젊고 진취적인 의사가 의문을 품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비뇨기과 의사 헬렌 오코넬(Helen O’Connell)은 남성 환자가 전립선 수술 등을 받을 때 의사들이 남성 성 기관의 신경 말단을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사용하는 온갖 기계와 기구들에 주목했다.

그녀는 수술 중 여성 성 기관을 보호하는 장치는 왜 없는가 하고 의문을 품었다.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의사들이 자궁 절제술과 같은 일반적인 시술을 할 때 클리토리스 신경을 베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나?

그녀는 자신의 책들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외과 교육을 받으면 해부학 책들을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남성의 몸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자세히 밝혀져 있지만 여성의 몸에 대해 기록된 내용은 별로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가 허핑턴 포스트와 인터뷰하며 한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누락된 자세한 내용을 직접 알아내기로 결심했다.

1998년에 오코넬은 자신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녀는 클리토리스는 체내와 체외 구조로 되어 있으며, 전체 모습은 아래와 같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클리토리스는 아래처럼 생기지 않았다.

클리토리스는 사실 이렇게 생겼다.

그림 캡션(위로부터): 치구(Mons Pubis), 클리토리스 본체(Body of clitoris), 요도(Urethra), 왼쪽 전정구(Left bulb), 질(Vagina), 항문(Anus)

헬렌 오코넬이 진실을 밝혀냈다.

오코넬은 연구를 계속했다. 2005년에 그녀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질벽은 사실 클리토리스다. 질 옆쪽의 피부를 들어내면 클리토리스의 전정구가 나온다.’

오코넬의 연구는 획기적이었지만, 아직 대중 문화와 성교육에 유의미하게 스며들지는 못했다. 해부학적 ‘지도’는 아직 새 발견을 받아들여 업데이트되지 못했다.

해부학, 혹은 지리학 지도의 부정확함이 중요하지 않다고 묵살하기란 쉽다. 하지만 지도는 그저 우리가 길을 찾아갈 때 사용하는 가이드일 뿐인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지도에 의지해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개념화하고 이해한다. 그리고 우리는 지도의 권위를 믿는다.

우리가 여성의 신체와 쾌감을 생각할 때면 우리는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고통받는다. 우리는 아직도 낡은 구식 지도, 업데이트가 꼭 필요한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

 

 

 

클리토리스 구조 애니메이션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작은 돌기’라는 말은 잊어라. 클리토리스는 체내와 체외에 걸쳐 이런 모양으로 존재한다.

Animated Anatomy Of The Clitoris from The Huffington Post on Vimeo.

 

 

클리토리스의 구조: 토막 지식

 

• 클리토리스는 질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질'이라는 것은 생식구이자 관에 불과하다.

• 클리토리스의 전체적인 구조를 보면 사실 페니스와 크기가 거의 같다.

• 발기조직이 있어 흥분하면 더 커진다.

• 페니스보다 신경 말단이 두 배 더 많다.

• 계속 혈액이 몰릴 수 있어, 클리토리스가 있는 사람은 오르가슴을 여러 번 느낄 수 있다.

• 인체에서 오직 쾌감만을 위해 존재하는 유일한 장기이다.

[허핑턴포스트 클리토리스 프로젝트]

*제목을 클릭하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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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라진 클리토리스, 사라진 역사

3. 클리토리스와 해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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