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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도 걱정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주병'

  • 허완
  • 입력 2015.07.02 08:50
  • 수정 2015.07.02 08:53
Britain's Queen Elizabeth II, left  and South Korea's President Park Geun-Hye arrive at the Grand Entrance, at Buckingham Palace in London, Tuesday, Nov. 5, 2013. The president is on an official three day state visit to Britain. (AP Photo/Carl Court, Pool)
Britain's Queen Elizabeth II, left and South Korea's President Park Geun-Hye arrive at the Grand Entrance, at Buckingham Palace in London, Tuesday, Nov. 5, 2013. The president is on an official three day state visit to Britain. (AP Photo/Carl Court, Pool) ⓒASSOCIATED PRESS

박근혜 대통령이 남다른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다. 한 전직 친박 의원은 언젠가 “박근혜 대표를 대할 때 ‘나는 머슴이다’라고 생각하면 가장 편하다”고 말했으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영애(令愛)의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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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이 자의식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주간은 “여왕”이라고 정의했다. ‘여왕과 공화국의 불화’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다.

이 칼럼에는 그 정의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일화들이 소개된다. 초선 의원으로 당선되자마자 무려 ‘비서실장’을 둔 일, 당대표 시절 의원과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합석’을 거부했다는 이야기, “내가 머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누군가의 증언 등이다.

박 대통령의 ‘신비주의’도 언급된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칼퇴’ 원칙을 지켜가며 만찬 일정도 별로 잡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취임 1년 넘도록 청와대로 누군가를 불러 조찬을 한 적도 없었고, 지금도 공식일정이 없는 경우 청와대에서 혼자 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비서실장이 대통령과 독대도 못한다는 얘기도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조차 대통령의 출근 시간과 현재 위치를 모르고, 장관은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보고 한 번 하기가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양 논설주간은 “대통령과 장관의 관계가 아니라 왕과 신하의 관계라고 생각하고 이 모든 일들을 보면 이상하지 않다”고 적었다.

이 ‘여왕의식’은 어디에서 온 걸까? 칼럼에 따르면, 그건 ‘공주’처럼 살았을 뿐 공화국 시민이 되어보지 못한 박 대통령의 개인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열두 살 때 청와대에 들어가 18년간 물러나지 않을 것 같은 통치자의 딸로 살았다. 그를 ‘공주’라고 부른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없는 시대였다. 나중에는 퍼스트레이디의 역할까지 했다. 열두 살부터 서른 살까지의 생활이 사람의 인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두가 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나온 뒤 18년간은 사회와 사실상 분리된 채 살았다. 공주에서 공화국의 시민으로 자연스럽게 내려올 수 있었던 그 기간을 일종의 공백기로 보냈다. 박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 날 언론은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 됐다’고 썼지만 박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들 중에는 그때 이미 “공주가 여왕 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양상훈 칼럼, 조선일보 7월2일)

대한민국은 입헌군주제국가가 아니라 대통령제 국가다. 통치하는 대통령 대신 군림하는 ‘여왕’이 앉아 있다면 “왕과 공화국 사이의 불통”은 피할 수 없다.

양 논설주간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찍어내기’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했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다는 건 “왕이 군림하는 듯한 모습을 본 공화국 시민들의 반응”이라는 얘기다.

최근 화제로 떠오른 인터뷰가 하나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2012년 매일신문 인터뷰다. 내용은 이렇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할 때도 주군을 모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때 두 번 거절하고 세 번째 제의가 왔을 때 하겠다고 했다. 단 조건이 있다고 했다. ‘내가 대선(이회창 후보)에 지고 나서 후회가 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제대로 건의를 못 했습니다. 비서실장을 하더라고 할 말은 다 해도 되겠습니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할 말은 다했다. 지금도 나는 박 전 대표와 나의 관계가 상하, 주종, 고용주와 피고용주 관계라고 절대 생각 안 한다. 정치권에서 ‘동지’라는 말은 뜻을 같이한다는 것인데 그런 ‘동지적 관계’라고 생각했고 도와드렸다. 지금도 필요하다고 하면 어드바이스한다.” (매일신문 2012년 7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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