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낙동강 뉴트리아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버드나무 줄기를 갉아먹고 있는 뉴트리아. 이도훈 국립생태원 연구원 제공

“저기 한 마리 나왔네요.”

6월18일 오후 6시께 경남 밀양 삼랑진나들목 삼거리 옆 낙동강의 작은 지류인 미전천 하류 습지. 이상규 한국야생동물생태연구소 연구원이 쌍안경을 건네주며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멀리 수면 위에 세 토막으로 이어진 듯 보이는 동물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녀석은 머리·등·꼬리 부분만 약간씩 물 밖으로 드러낸 채 수면 위에 떠 있는 마름으로 배를 채우는 중이었다. 이후 1시간여 동안 현장에선 모두 5마리의 뉴트리아가 관찰됐다.

국립생태원은 이 습지에서 올 1월부터 뉴트리아 5마리를 생포한 뒤 꼬리에 무선송신기를 달아 움직임을 추적해오고 있다. 국립생태원 위해생물연구부 이도훈 연구원과 야생동물생태연구소 이상규 연구원 등은 뉴트리아 추적용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이날 미전천 하류 습지를 찾았다. 무인카메라까지 동원해 어떤 야생동물의 생태를 연구하는 것은 대개 그 생물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뉴트리아의 경우는 다르다. 남아메리카 원산인 이 외래종을 생태계에서 좀 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방법을 찾기 위한 기초자료 수집이 목적이다.

1980년대 모피 생산용으로 국내에 들어온 뉴트리아는 2009년 환경부가 포유류 가운데 유일하게 생태교란종으로 지정하고 2023년까지 국내 생태계에서 완전 박멸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동물이다. 뉴트리아의 처지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다르지 않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세계 100대 악성 외래생물’의 하나로,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퇴치 대상에 올라 있다. 하루에 체중의 20~25%를 먹는 대식가인데다, 습지 식물의 뿌리와 줄기 등 일부만 잘라 먹어 습지 생태계에 큰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13년 남한강 수계인 충북 충주 지역에서 뉴트리아가 공식 확인된 것을 계기로 낙동강 하류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뉴트리아의 북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조사 연구 결과들은 이런 우려가 기우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뉴트리아의 서식 범위가 확대돼온 것은 사실이지만 경북과 충북 이북 지역까지 북상해 번성할 것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일단 지역 단위 조사에서는 뉴트리아의 서식 범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립생태원의 ‘2014 전국 뉴트리아 서식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1년 부산·대구와 경남북·제주 지역 11개 시·군, 2012년 13개 시·군, 2013년 충북 충주를 포함한 16개 시·군에서 확인됐던 뉴트리아는 지난해 조사에서는 전국 24개 시·군에서 확인됐다. 2013년 이후 1년 사이에 낙동강 상류인 경북 안동·예천과 구미·칠곡·고령, 경남 사천, 충북 청주·괴산 등 8개 시·군에서 뉴트리아가 새로 발견된 것이다.

부산대 생명과학과 주기재 교수 연구팀의 조사에서도 뉴트리아는 지속적으로 서식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낙동강 집수역(물이 모여드는 구역)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뉴트리아 서식지는 2013년 45곳, 2014년 51곳, 올해는 54곳까지 늘어난 상태다. 하지만 주 교수는 “낙동강 집수역 내에서는 연간 하루 영하 4도 이하인 날이 17일 이상 되는 지역에서는 뉴트리아 서식지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경북 왜관 지역이 뉴트리아 서식의 북방한계선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낙동강 중·하류를 벗어난 지역에서 번성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다.

국립생태원 연구팀이 지난해 경북 안동과 예천 등 낙동강 상류 지역에서 뉴트리아가 발견된 것을 두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생태원이 평균 최저온도, 최저온도 지속일수 등의 환경변수를 적용해 뉴트리아의 미래 서식가능 지역을 모사해봤더니 남부권을 제외한 중부 내륙 지역에서는 뉴트리아 서식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태원 위해생물연구부 김영채 전문위원(왼쪽)과 한국야생동물생태연구소 이상규 연구원이 6월18일 오후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미전천 하류 습지 뉴트리아 서식지에 뉴트리아 생태 연구용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

국립생태원 이도훈 연구원은 “2013년 공식적으로 2개체가 확인된 충주의 사례에서 보듯이 낮은 기온은 어린 개체의 생존에 치명적이어서 점차 개체군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경북 지역에서 뉴트리아가 장기적으로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은 올 들어 낙동강과 한강 수계에서 100마리의 뉴트리아를 붙잡아 유전자 분석을 해 매우 놀랍고도 흥미로운 결과를 얻어냈다. 낙동강 수계의 경우 부산·김해 지역에 다른 지역에 있던 뉴트리아가 몰려드는 경향이 관찰된 것이다.

이 연구원은 “좁은 면적에서도 얼마든지 높은 밀도로 증식이 가능한 뉴트리아가 왜 겨울철 기온이 낮아 서식조건이 불리한 상류로 굳이 북상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유전자 분석 결과는 뉴트리아가 사실은 상류로 북상하는 것이 아니고 서식조건이 좋은 낙동강 하류 쪽으로 몰려들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석 결과는 남한강 수계의 충주와 낙동상 상류 지역에서 일부 발견된 뉴트리아가 북상한 개체가 아니라 과거 사육장에서 탈출한 뒤 잔존한 개체일 가능성을 뒷받침해 준다. 충북 충주·괴산·청주, 경북 예천 등지의 뉴트리아 발견 지역은 모두 과거 인근에 뉴트리아 사육장이 있었던 곳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뉴트리아 #낙동강 #외래종 #동물 #환경 #과학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