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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서촌처럼 되지 말자 : '뜨는 동네' 성동구의 실험

  • 허완
  • 입력 2015.06.30 03:25
  • 수정 2015.06.30 03:26

동네가 뜨면 그 안에 살던 토박이가 밀려나며 공동체가 허물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서울 서촌 등 도심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 성동구가 이 현상을 막기 위한 조례 제정 작업에 나섰다.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그 지역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방식으로, 지방정부가 직접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 성동구의 실험

성동구는 29일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성동구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안)’을 25일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조례는 주민들 주도로 구 안의 특정 지역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하고, 그곳에서의 임차인 보호와 동네 입점업체 관리를 해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차인 보호는 지속가능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건물주들이 임대기간을 최대한 늘린다든지, 임대료를 크게 올리지 않겠다는 등의 자율상생협약을 이끌어내는 식으로 이뤄진다. 100억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사업을 진행중인 성동구는 어느 곳에 사업비를 쓸지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인센티브로 건물주들의 자율상생협약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율상생협약의 모델은 지난해 3월 서울 신촌 건물주 9명이 임차상인들과 맺은 ‘신촌 상권 임대료 안정화 협약’이다. 임대료를 올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말자는 취지로 소개되며 화제가 됐다.

지속가능발전구역에 들어오는 업체도 주민들이 직접 관리해나갈 수 있게 된다. 주민들은 지역공동체의 생태계나 지역상권에 중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판단되는 업체에 대해 ‘입점 거부’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성동구는 그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식으로 운영된다. 뜨는 동네로 여겨지면 대형 프랜차이즈업체나 술집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게 되면서 동네 특유의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미국 뉴욕에서 운영중인 ‘커뮤니티 보드’ 제도를 차용했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커뮤니티 보드가 심의를 통해 토지 이용 방안 등에 대해 결정을 내리면, 뉴욕시가 정책에 반영하는 식이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주민협의체’는 현행 제도상의 주민 대표 격인 주민자치위원뿐만 아니라 건물주·임차인·거주자도 포함되고, 사회적 경제 기업가·문화예술인 등 지역활동가도 참여해 관련 의사결정 전반에 관여하게 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수동이 이른바 ‘뜨는 도시’로 여겨지면서 임대료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곳에 도시재생사업으로 뭉칫돈이 들어갈 경우 자칫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가속화될 우려가 커 대안으로 조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 의미와 한계는?

성동구 조례에 대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이 나섰다는 점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에서 주민들이 모여 ‘마을공동체의 성장판을 닫는 젠트리피케이션, 정책적 대안은 있는가’라는 포럼이 열리는 등 최근 들어 젠트리피케이션의 해법 마련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장남종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장은 “도시재생 사업은 원래 ‘공동체 회복’이란 목표가 있긴 하지만,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된다는 점에서 자칫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부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있었다. 성동구 조례는 이것을 컨트롤하면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토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공공이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조례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임차인 보호를 위한 자율상생협약이 실질적으로 규제효과가 있을지는 실행해봐야 알 수 있다. 입점업체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안에 대해 입점업체나 건물주 등이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이 조례를 뒷받침할 관련 상위법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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