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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법관' 법원 식구 챙기기로 전락하나

  • 원성윤
  • 입력 2015.06.29 14:06
  • 수정 2015.06.29 17:05
ⓒShutterstock / Kuzma

대법원이 처음 뽑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경력법관이 7월1일 임용되지만,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 로스쿨 출신 경력법관 37명 중 27명이 재판연구원 출신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민원실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 관계자들이 '부적격자 경력법관 임용취소 항의서한'을 접수하고 있다.

경력법관의 도입 한 것은 우리 사회 다양한 법조인들을 경력 법관으로 채용함으로써 사법부의 경직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그러나 실제 첫 경력법관들의 대다수가 법원 출신으로 꾸려져 '경직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음달 1일 임용되는 로스쿨 출신 경력법관 37명 중 27명이 재판연구원 출신이다. 경력법관제 도입 취지 중 하나가 사법부의 폐쇄적 엘리트주의와 관료주의 타파인데 ‘법원 식구’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경력법관 합격을 임용 6개월 전인 지난해 말 통보하면서 특혜 시비도 일었다. 경력법관에 임용되기 위해서는 법조 경력이 3년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말 기준 선발된 로스쿨 1기 졸업생들은 법조 경력이 2년6개월에 불과해 나머지 6개월을 채우기 위해 로펌 등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로펌들이 ‘예비 판사’에게 경력을 채울 기회를 제공하면서 미리 ‘관리’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이 맡은 사건은 같은 로펌 내 다른 변호사들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6월29일, 경향신문)

2, 자신이 맡은 사건, 로펌에서 사건 수임

※ 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기사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자신이 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관여했던 재판을 변호사가 된 뒤 사건으로 수임했다 뒤늦게 적발된 사례도 나왔다. 명백한 변호사법 위반이다.

다음 달 경력법관으로 임용될 로스쿨 출신 박 모 변호사. 지난 2013년 대구고등법원 민사3부에서 재판연구원을 한 뒤 대구의 한 로펌에 입사했습니다. 문제는 이후 박 씨가 수임한 사건들입니다. 법원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이 관여하던 재판부의 사건 2건을 직접 변호한 겁니다. 1심에서 패소했던 사건이 박 씨를 변호사로 고용한 뒤 2심에서 일부 승소하기도 했습니다. 사건이 2심으로 넘어왔을 당시 박 씨는 해당 재판부에서 근무 중이었습니다. 같은 로펌에서 근무한 또 다른 경력법관 내정자 김 모 변호사 역시 본인이 속했던 재판부 사건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6월26일, MBN)

3. '경력판사' 선발기준은 '비밀'

그렇다면 경력판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뽑는 걸까. 애석하게도 외부로 알려진 기준이 전혀없다. 대법원이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률이나 서류심사 기준 등 알려진 것은 하나도 없다. '경력판사'에 지원했지만 서류전형의 문턱을 넘어서지도 못한 현직 변호사들의 입장에선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원행정처의 입장은 다르다.

"서류심사는 아주 기본적인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만 보고 있으며 탈락자는 10%도 안 되는 미미한 비율이다. 검찰, 변호사협회, 로스쿨 교수 등이 포함된 법관인사위원회에서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심사를 하기 때문에 공정하다. 개인정보보호법 상 인사에 관한 사안은 비공개 사유에 해당한다. 다만 (탈락자) 본인이 그 사유를 알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객관적이고 명백한 기준의 의해 탈락되는 것은 분명하다." (6월17일, 한국일보)

'우리'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하니, '일단' 믿으라는 식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최대 조직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조차 대법원의 이 같은 조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경력법관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지원자의 수, 구체적인 심사 기준 및 탈락 사유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선발 방식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계속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구체적인 선발 기준은 물론이고 이미 지난 해 말에 선발 통보가 이루어진 임용 대상자의 명단조차도 공개를 거부하여 의혹과 불신만을 키웠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변호사시험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대법원도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존중해 임용 예정인 로스쿨 출신 경력법관 37명의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함으로써, 경력법관 선발 과정이 객관적이고 공정하였음을 국민에게 보여야 할 것이다." (6월29일, 대한변호사협회 성명)

최근엔 국정원이 경력판사 면접을 본 사실도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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