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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이 추도식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른 이유

  • 박세회
  • 입력 2015.06.29 13:22
  • 수정 2015.06.29 13:49

오바마 대통령이 찰스턴 총격사건의 희생자인 피크니 목사의 추도식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며 이번 사건을 통해 신이 미국사회에 내린 '은혜'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전달했다. 그것도 소울이 넘치는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며 말이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수요일 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서 총기 난사가 벌어져 9명이 사망했다. 살인 용의자인 딜런 로프는 '이메뉴얼 아프리카 감리교회'에 난입해서 예배 중이던 신자들에게 총을 쏜 뒤 달아났고 이후 붙잡혔다.

그러나 희생자의 가족들은 이 인종 증오범죄자를 용서했다. 희생자인 에델 랜스의 딸은 판사 앞에서 "엄마를 다시 안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당신을 용서한다. 당신의 영혼에 자비가 있기를 바란다"며 "당신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었다. 당신은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하나님은 당신을 용서한다. 나는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희생자인 티완자 샌더스의 어머니 역시 "내 몸이 아프지 않은 데가 없다"며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이 말한 '은혜'는 무엇일까?

오바마 대통령은 가족을 잃은 이들이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사람에게 빌어주는 그 '은혜'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아래는 오바마 대통령이 노래를 부르기 전에 한 연설의 일부다.

이번 주 내내 저는 '은혜'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의 은혜, 피크니 목사가 설교에서 말하던 그 은혜, 제가 가장 좋아하고 우리가 모두 아는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에서 묘사된 그 은혜 말입니다.

"나같은 죄인을 살리신 그분의 은혜는 얼마나 놀라운가.

잃었던 길을 다시 찾았고. 멀었던 눈으로 이제는 볼 수 있네"

(중략)신은 죄인을 구원하고 축복을 내려주시는 방법으로 역사하십니다. 신은 이 끔찍한 사건을 통해 우리가 눈멀어 보지 못하던 것을 볼 수 있는 은혜를 내려주셨습니다.

(중략) 그동안 우리는 남부연방기가 얼마나 많은 시민을 갈라놓아 고통스럽게 했는지 보지 못했습니다. 그 깃발이 이런 참사를 일으킨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회적 계급과 공화당, 민주당을 막론하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최근 이 주제에 대한 할리 주지사의 연설은 칭송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그 깃발은 선조들의 긍지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흑인과 백인 대부분이 그 깃발이 구조적인 억압과 예속을 떠올리게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후략)

남부연방기는 노예 해방에 반대한 남부지방의 연합 기로, 살인 용의자인 딜런 로프가 이 깃발 옆에서 사진을 찍은 게 알려지며 논란의 도마에 다시 올랐다.

오바마는 이렇게 남부연방기가 함의하는 가치에 눈 멀었던 미국인들에게 신이 내린 은혜가 어떻게 역사했는지를 말하며 연설을 마치고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한편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작사한 영국인 존 뉴턴은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노예를 실어나르던 배의 선장이었으나 이후 영국 성공회 사제로 개종하고 영국에서 노예 폐지론에 큰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자, 이제 그의 영혼 깊은 곳에서 나오는 찬송가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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