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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29일 13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6월 29일 14시 12분 KST

실패한 이념의 도덕적 파산

끝내 그들 서구 마르크스주의자들 중 프랑스 출신의 대표격이었던(그리고 우리나라에도 널리 소개되었던) 알튀세르는 1980년 어느 날 아내의 목을 졸라서 살해-_-하였음을 고백하고 정신병원에 갇히기까지 한다(프랑스 좌파 중에서도 그의 부인 살해를 쉴드친 이들이 있었을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현실과 유리된 고담준론이나 내세우고 최소한의 윤리조차 지키지 못했던 주제에 변혁을 감히 입에 올렸던 어느 이념이 완벽하게 파산하는 순간이었다.

ASSOCIATED PRESS

얼마 전 남한 좌파에서 잘 나가던 두 논객이 그저 여자 친구들에게 폭력이나 휘두르던 이들로 밝혀진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었다. 그 사건을 지켜 보며, 이들이 영향을 받은 서구 마르크스주의도 실은 시시하고 타락한 이념에 지나지 않았다고 통렬히 비판했던 페리 앤더슨의 [서구 마르크스주의 연구(Considerations on Western Marxism)]를 읽은 일이 떠올라서 소개해 보기로 한다.

페리 앤더슨은 영국의 좌파 사상가이다. 1970년대 영국의 좌파에는 혁명적 전통이 아무래도 부족하다고 느끼던 그는 유럽 좌파들의 글들을 영국에 소개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뭐랄까 혁명전통이나 마르크스주의 연구가 앞서 있는 유럽대륙의 좌파들의 문헌을 연구한다면, 그러한 전통이 부족하고 계급 간의 협조 분위기가 만연한(마르크스조차도 생전에 영국에서는 어쩌면 사회주의로의 평화적 이행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믿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사회인 영국에서도 좌파적 혁명의 전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페리 앤더슨은 기대한 것이다.

아아 그러나 선진혁명전통을 배워 보겠다던 영국 좌파 학도 페리 앤더슨의 야무진 꿈은 서구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무참히 깨진다. 이들 서구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실은 서유럽의 학문과 언론의 자유 덕분에 주로 대학 강단을 통해 안온한 분위기 속에서 학문연구활동에나 종사한 이들로서, 일찍이 레닌이 비아냥거렸던 '거세된 마르크스주의자들'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현대 사회의 가장 치열한 문제인 정치와 경제의 현실을 분석하기 보다는 미학(웃음)이나 철학, 역사 연구 같은 것에 매달렸다. 그리고는 (뭐 페리 앤더슨은 트로츠키주의자에 가까운 이니까ㅋ) 이들 서구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마르크스 원전보다 마르크스를 보다 더 잘 이해하는 길이라 강변하면서, 마르크스가 아닌 헤겔, 스피노자, 마키아벨리, 프로이트 같은 다른 철학자, 사상가들의 연구에나 매달린다. 결국 영국에 부족한 혁명전통을 보충해볼까 하고 유럽대륙의 좌파 사상가들을 연구하던 페리 앤더슨은 이들 서유럽좌파들의 위선과 비겁함에 치를 떨게 되기에 이른다.

영국 런던에 있는 칼 마르크스의 무덤.

이들 서구 입진보 좌파들은 운명의 해인 1968년에 큰 타격을 입는데 그들이 대학강단에서 가르친 입발린 혁명전망을 진실로 믿고 거리로 뛰쳐나간 당시 서유럽의 젊은 대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새로운 진보운동에 이들 낡은 진보의 위선이 낱낱이 까발려진 것이다. 특히나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일원으로 음악 연구에 일가견이 있으셨다던 아도르노의 사연이 참으로 웃펐는데, 아도르노의 강의실에 어느 날 시위 중이던 여자 사람 대학생이 쳐들어 왔다고. 그녀는 웃통을 벗어부치고ㄷㄷㄷ 아도르노에게 돌진;;하면서 "네가 가르친 대로 대학생들이 지금 체제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중인데 네 놈은 지금 이 강의실에서 편안히 뭐하는 짓이냐"면서 문자 그대로 들이받고 육탄(응?)공격을 한 것ㄷㄷㄷ 아도르노는 그 황홀한(틀려) 체험 후 그 충격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고 한다-_-(정운영 선생님의 칼럼 중에서).

페리 앤더슨은 좌파와 진보의 이름을 횡령한 것이나 다름 없던 그러한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타락과 위선을 딛고 1968년 혁명이 새로운 진보의 전망을 제시해 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또한 그 와중에 자신이 밀었던 트로츠키주의를 에른네스트 만델 같은 이를 소개하며 은근 영업하기도 했고. 물론 페리 앤더슨의 서구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비판이 오늘, 여기의 좌파에 대한 비판에 그대로 원용될 수는 없겠지만 그가 비판했던 서구 마르크스주의가 정치나 경제 현실을 기껏해야 조야한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든지 상아탑 속의 외국 이론 소개에 급급하다든지 하는 모습은 솔직히 남한 좌파의 작금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끝내 그들 서구 마르크스주의자들 중 프랑스 출신의 대표격이었던(그리고 우리나라에도 널리 소개되었던) 알튀세르는 1980년 어느 날 아내의 목을 졸라서 살해-_-하였음을 고백하고 정신병원에 갇히기까지 한다(프랑스 좌파 중에서도 그의 부인 살해를 쉴드친 이들이 있었을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현실과 유리된 고담준론이나 내세우고 최소한의 윤리조차 지키지 못했던 주제에 변혁을 감히 입에 올렸던 어느 이념이 완벽하게 파산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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