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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매년 '돈 부족하다'며 추경 편성하는 이유

  • 허완
  • 입력 2015.06.29 11:00
  • 수정 2015.06.29 11:02

2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운데)가 25일 '경제활력 강화와 구조개혁 가시화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약한 세수 기반과 낙관적인 경제전망으로 재정이 불안정하게 운용되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경 편성은 나랏빚도 애초 계획보다 크게 늘린다.

정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4조원가량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며 올해 최소 10조원 이상의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세입 경정 5조원, 경제 살리기 목적으로 세출 경정 ‘5조원+알파’ 등 10조원 이상의 추경 편성 규모를 새누리당에 제출했다. 정확한 추경 규모와 세부 사업은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2013년에도 경기침체를 이유로 17조3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세수 결손을 메우는 데 12조원,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 지출에 5조3000억원을 썼다. 지난해에는 추경을 편성하지 않았지만, 역대 최대인 10조9000억원의 세수 부족 사태가 일어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3년 내리 세수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과 실제 성장률 비교 / 세수 전망치와 실적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엉터리 경제전망 탓이다. 예산을 짤 때 경제성장률을 높게 잡아 세금이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는 2014년 예산을 편성할 때 경제성장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명목)성장률을 6.5%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3.9%에 그쳤다. 경제성장에 맞춰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를 중심으로 216조5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봤는데, 경기가 부진하면서 205조5000억원만 걷혔다. 세금이 10조9000억원이나 덜 걷히자 정부는 애초 하기로 했던 사업을 대거 포기했다. 2년 연속 추경 편성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정부지출 감소는 지난해 4분기 실질성장률을 전년 동기 대비 0.5%포인트 떨어뜨렸다.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도 정부는 경상성장률을 6.1%로 전망했는데, 지난 25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경상성장률을 3.8%로 다시 낮춰 잡았다. 2012년부터 4년 연속 ‘엉터리 경제전망→세수 부족→예산 불용→경제 악영향’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세수 결손을 메우거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추경은 대부분 국채를 추가 발행해 충당하는 까닭에 나랏빚도 애초 계획보다 더 늘리게 된다.

정부는 왜 낙관적 경제전망을 하는 것일까?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객관적 전망치보다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정책의지를 담아 경제전망을 하려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관행이 계속되다 보니 오히려 정부 재정정책이 신뢰를 잃어버려 ‘양치기 소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올해 세입은 이 정도가 들어올 것이라고 솔직하게 공개하고 부족하면 더 걷어야 할지, 씀씀이를 줄일지 사회적 논의를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세부담률 추이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빈약한 세입 기반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공약 등 정부는 국정과제를 이행하고,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끌기 위해 씀씀이(세출)를 줄이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역대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최근 몇년간 오히려 하락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비과세·감면, 지하경제 양성화 등 정부의 세입 확충 방안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저성장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증세 등 세입 확충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증세에 대해 소비나 투자여력을 줄여 경제에 좋지 않다며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증세만 하면 당연히 가계나 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세금을 더 걷어 내수를 살리는 데 돈을 쓰면 수요가 창출되고 다시 투자가 촉진돼 경기가 나아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며 “정부도 알고 있지만 ‘증세는 없다’던 대통령 공약에 갇혀서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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