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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를 기록하는 간판, 스트리트 H

2009년 6월 1호를 시작으로 창간 6주년 기념호인 73호까지 매달 홍대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있다. 흥망과 자본의 탐욕, 눈물의 작별을 고한 홍대의 명소까지. 스트리트 H에 실린 지난 6년간의 지도를 비교해 보면 홍대 상권의 흥망이 한눈에 보인다.

  • 노유청
  • 입력 2015.06.30 12:47
  • 수정 2016.06.30 14:12

흥망성쇠 프로젝트 0

스트리트 H. 창간 6주년을 맞았다. 6주년 기념호 표지. (사진 출처 http://street-h.com/)

홍대 동네 잡지 '스트리트 H'의 6주년을 어떻게 축하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흥망성쇠 프로젝트로 쓰려고 마음먹었다. 현재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내가 일하고 있는 잡지(월간 사인문화)에 동시에 연재하는 흥망성쇠 프로젝트의 기원은 스트리트 H였으니. 기원이라기보다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바로 스트리트 H였다. 어느 날 스트리트 H에 실리는 홍대지도가 매년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러한 상권의 흐름을 간판의 설치와 철거를 통해 기록해보자 했던 것이 흥망성쇠 프로젝트다. 그러니 흥망성쇠 프로젝트 0번째 이야기는 스트리트 H이어야 한다. 그리고 매달 스트리트 H에 게시되는 지도를 펼쳐서 홍대 어디에다 걸어 두어도 기가 막힌 안내 사인이 되니 말이다. 홍대를 기록하고 상징하는 간판 스트리트 H의 6주년을 축하하며.

스트리트 H는 홍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문화적이고, 담담한 시선으로 기록한다. 흥망성쇠 프로젝트 원고 쓰기 위해 가끔 스트리트 H 발행인 장성환 대표에게 자문을 구할 때 의외로 담담하고 건조한 어조의 답이 조금 놀랍기도 하지만 그게 6년을 끌어온 힘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묵묵히 변화를 기록하며 꼼꼼하게 놓치지 않는 것. 2009년 6월 1호를 시작으로 창간 6주년 기념호인 73호까지 매달 홍대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있다. 흥망과 자본의 탐욕, 눈물의 작별을 고한 홍대의 명소까지. 스트리트 H에 실린 지난 6년간의 지도를 비교해 보면 홍대 상권의 흥망이 한눈에 보인다. 물론 정보수집은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월간발행인 특성상 지면을 통한 지도 업데이트 주기는 한 달이다. 그래서 발행인 장성환 대표와 에디터들은 스트리트 H를 "은하계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한 홍대앞 지도"라고 말한다. 결국, 스트리트 H는 홍대의 변화를 매일 매일 관찰하고 기록하는 잡지다.

2010년의 지도. 지금은 사라진 제니스 카페, 카페 Zari가 있다. 물론 아직도 건재한 작업실과 B-hind, 은하수 다방은 홍대를 찾을 때마다 막연한 위로가 된다.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카페 '100% 오리지널 커피'는 몇 달 전 다른 카페로 바뀌었다. 그리고 언젠가 GQ코리아 정우성 에디터가 종종 들렀다던 카페 '자리(zari)'는 2011년 즈음 추로스를 팔던 집을 거쳐 2013년에 '빠넬로(Panello)'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 또한, 수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즐겨 찾았던 공간이 사라지거나 홍대를 떠났다. 부식 철판을 활용해 만든 멋들어진 간판과 물개 박수가 절로 나오는 음식 맛을 자랑했던 제니스카페가 휑하니 떠난 자리엔 아직도 망치 소리가 퉁탕대고 있으니... 이러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동네잡지가 스트리트 H다.

물론 씁쓸함 만을 담는 건 아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거대한 현상이긴 하지만 홍대에는 그것 말고도 재미난 일들이 많이 생기니까.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라 그런지 아직도 종종 꺼내보는 건 2011년 1월에 발행된 20호다. 길고양이 이야기를 담은 홍대에 사는 길고양이들, 그리고 공존하는 캣맘, 캣대디 들의 이야기. 그리고 20호엔 국카스텐(물론 나가수에 나오기 전이다.) 인터뷰가 있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공연 소식이 실려있다. 현재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김도훈 편집장이 모시는 턱시도 냥이 한 솔로 입양기도 실려있으니 꼭 구해서 읽어보길 바란다. 특히 20호는 2011년에 표지를 리뉴얼 하며 23호까지 오버프린트 실험을 한 리미티드 에디션의 시작이니 소장가치가 충분하다.

2011년 1월, 20호에 게재된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 김도훈 편집장과 한 솔로의 첫 만남 이야기. (전문링크 풀 스토리는 이곳에서...)

6월에 73호가 발행되면 스트리트 H는 6주년을 맞는다. 보름 전 만났던 장성환 대표는 일단 10년을 해보자고 시작한 것이라며 벌써 6주년을 맞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호는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며 하나하나 설명했다. 며칠 전 스트리트 H 페이스북에 올라온 최종 편집본을 보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햄버거에 대한 인포그래픽. "5월호엔 맥주였는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뱀 주사위 게임과 세계음식 지도까지. 물론 이 모든 건 홍대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스트리트 H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페이지를 만들어 6주년을 기념했다.

6월에 발행될 창간 6주년 기념호엔 햄버거에 관련한 인포그래픽이 실렸다. 이걸 본 독자들은 홍대로 달려가지 않고 못 배길 거라 확신한다. (사진 출처 http://street-h.com/)

맘 같아서는 600주년 기념호까지 롱런하라고 응원하고 싶지만 그건 내가 죽어서 백골이 진토된 후일 테니 잘 모르겠고, 일단 살아생전엔 60주년 기념호까지는 보고 싶다. 홍대가 영화 매드맥스의 배경인 폐허의 벌판이 될지, 제5원소 같은 미래도시처럼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것이든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기록하면서 롱런하는 스트리트 H가 되길 바라며. 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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