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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 이러나 저러나 세상은 굴러가는데...

<소수의견>이 개봉했다. 원작자 손아람 작가는 손수 각본도 쓰고, 단역으로 출연도 했다. 원작자의 기대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무색하게도, 밀려 밀려 2015년에 개봉하게 되었다. 영화가 뭔가 잘못되었나? 흥행할 만한 요소가 전혀 없었을까? 내가 본 <소수의견>은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였다. 오히려 단점을 꼽자면, 재미를 지나치게 의식한 건 아닌가 하는 점일 정도로 말이다.

  • 허경
  • 입력 2015.07.01 07:27
  • 수정 2016.07.01 14:12
ⓒ시네마서비스

<소수의견>이 개봉했다. 원작자 손아람 작가는 손수 각본도 쓰고, 단역으로 출연도 했다. 원작자의 기대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무색하게도, 밀려 밀려 2015년에 개봉하게 되었다. 영화가 뭔가 잘못되었나? 흥행할 만한 요소가 전혀 없었을까? 내가 본 <소수의견>은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였다. 오히려 단점을 꼽자면, 재미를 지나치게 의식한 건 아닌가 하는 점일 정도로 말이다.

철거민이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경찰이 있고, 더욱 더 말이 되게끔, 철거용역이 있다. 여기서 사람이 둘 죽는다. 살해용의자 박재호(이경영)는 경찰을 죽였다는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다. 그리고 죽은 다른 한 명. 그는 박재호의 아들이다. 이 재판장은 이상하다. 죽은 사람은 둘인데, 재판 받는 사람은 하나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자. 그렇다면, 누가 박재호의 아들을 죽였으며, 박재호는 왜 경찰을 죽였을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간단한 이야기일 테다. 그러나 영화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 인과가 아니라(이것 역시 다루고는 있지만 큰 부분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서, '법'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이다.

지방 국립대를 나와 국선변호사로 2년 정도 활동한 윤진원(윤계상) 변호사는 대형 로펌이 사건을 거부하는 바람에 박재호 케이스를 맡게 된다. 박재호의 아들을 죽인 자는 철거용역으로 알려져 있었기에, 지가 빡쳐서 경찰 때려 죽이고서는 대충 끌어들여 죄를 모면하려는가 보다 하여 사부작사부작(영화 상에도 나오는 수사) 처리하려는 찰나, 기자가 하나 따라 붙는다. 아마도 유력 언론사의 기자로 보이는 수경(김옥빈)은 박재호의 아들을 죽인 범인이 용역이 아닐 가능성, 아니 거의 확신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진원은 팩트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에게 자료를 요청하지만, 기각당한다. 이상하다. 왜?

<소수의견>의 미덕이라면, 쓸데없이 장황하지 않다는 거다. 이 영화는 마치 기사를 쓰듯이 탁탁 끊어진다. 영화의 (그나마) 재미를 맡은 장대석(유해진) 변호사의 멘트들도 필요해서 있는 것이고,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있어야만 할 듯한 캐릭터인 박경철 야당 의원(곽인준) 역시도 없으면 안 되는 선에서 정리를 하고 있다. 김성제 감독은 이 이야기에 감정을 섞지 않으려고, 다시 말해 원작자의 각본에 최대한 충실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며, 원작자 역시 이 이야기를 재미난 우화로 보이길 바랐던 것 같다. 나의 추정 근거는, 홍재덕(김의성) 검사의 캐릭터다. 이 양반은 뭐랄까. 20대부터 어버이 연합을 따라다니며 영감님들의 이야기에 세뇌당하다 보니 아 얘는 이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랄까. 마지막까지 그런 사람이다. 약점이라면, 이런 부분들이 약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잘못하면 오히려 이야기의 핵심을 잘못 파악해 이도 저도 아닌 물건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르 영화의 공식을 연구하고, 이를 철저하게 분배해 적재적소에 끼워 넣는 능력. 김성제 감독은 이런 부분에서 관객에게 재미를 잘 전달했고, <소수의견>은 그저 그런 <소수의견>에 대한 지지에 '재미'를 더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시대는, 그렇게 간단한 시대가 아니다. 굉장히 다양한 층위가 쌓여있는 절망이 곁에서 벌어지고 있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잠깐 한 눈 판 사이에 스러지고 있는, 그런 시대다. 그럴 때 더 필요한 것은 어쩌면 재미를 통한 환기일지 모른다. <소수의견>은 굉장히 뛰어난 법정영화라고 부르긴 어렵다. 그러나, 법정영화가 왜 재미있을 수 있는지 정도는 충분히 알려줄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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