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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27일 11시 22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27일 11시 24분 KST

'최저임금 1만 원'이 바꿀 수 있는 6명의 일상

한겨레

4860원(2013년)→5210원(2014년)→5580원(2015년)→?

찔끔 오르는 최저임금으로 사는 사람들은 ‘밥 먹고 잠자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했다. 숭숭 뚫린 ‘생활의 구멍’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29일은 내년치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하는 법정시한이다. 최저임금 언저리에서 사는 이들 6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이 꿈꾸는 ‘최저 시급 1만원’이 바꿔놓을 수 있는 일상을 물었다.

카페에서 일하는 이지은씨

“아, 좋다. 진짜 생각해 놓은 것 많은데.” 지난 3월 경남 창원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이지은(19)씨는 카페에서 시급 6000원을 받는다. 월 100만~130만원을 번다. 최저시급 1만원이 되면 월급은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식재료를 풍족하게 사보고 싶어요.” 이씨는 스스로를 ‘마산 큰손’이라고 했다. 요리를 좋아해 많이 만들어 친구들과 나눠 먹는 걸 좋아한다. 그런 그의 서울살이는 다른 생활비를 빼면 10만원 안쪽에서 한달 식대를 해결해야 한다. 출퇴근용 자전거도 사고, 17만원짜리 월세방 대신 “제대로 된” 원룸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했다. 하나 더 보탰다. “제주도 여행을 꼭 가고 싶어요.”

패스트푸드점 알바 염승원군

“부모님께 용돈 받아 쓸 형편이 아니에요. 차비, 휴대폰비, 옷값, 밥값, 다 제가 벌어요.” 부천실업고 3학년 염승원(18)군은 1년 전부터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한다. 시급 5600원, 하루 6시간씩 주 5일 일하고 한달에 70만~80만원을 번다. 학업과 병행하는 일은 고되다. 학교를 마치고 오후 5시에 일터로 나가면 밤 11시에 일이 끝났다. ‘알바’를 뛰지 않는 주말엔 쓰러져 자기 바쁘다.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어요. 시급이 오르면 주 5일 나가는 알바를 주 3회로 줄이고 주말에는 다른 생활을 하고 싶어요.” 염군은 최근 무릎을 다쳤다. 1년 만의 휴식인데 생활이 막막해졌다.

편의점 알바 박상인군

부모는 ‘스스로 자립하라’며 잠자리와 밥만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박상인(18)군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알바를 시작했다. 학교도 그만뒀다.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 관악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한다. 시급 5580원, 한달에 80만원 정도 번다. 대학 등록금으로 쓰려고 다달이 40만원씩을 저축하는 ‘성실맨’이다. “월급이 150만원이나 된다고요? 평생 알바만 해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저시급 1만원이 되면 무얼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박군이 놀란다. “영어학원에 다니고 싶어요. 영어교사가 꿈이거든요.”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한 박군은 학원까지 다닐 여유는 없다. 10대들의 바람은 비슷하다. “그래도 ‘조던’ 신발을 사고 싶은데요. 옷도 유명 메이커로 입고 싶어요. 하하.”

대형마트 초밥매장 근무 박미화씨

대형마트 초밥 매장에서 일하는 박미화(51)씨의 시급은 5800원이다. 하루 9시간씩 주 5일을 일하고 월 116만원 정도 받는다. 교통비, 식비, 통신비, 세금 등을 제하면 남는 게 없다고 한다. 치약이나 비누 사는 돈도 아깝다. 박씨는 최저시급이 1만원으로 오르면 “가족과 패밀리레스토랑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애들이 치킨 먹고 싶다고 해도 한참을 고민하게 돼요. 부모님 용돈도 조금 더 드리고 나중을 위해 연금도 들고 싶어요.” 박씨의 소박한 희망은 또 있다. 자정까지 일하는 날에는 회사에서 따로 교통비가 나온다. 박씨는 그 돈을 아끼려고 택시를 타지 않고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뜀박질을 한다. “막차 타러 뛰지 않고 여유있게 택시를 탈래요.”

광교테크노밸리 경비 권부홍씨

은퇴하고 4년 전부터 경기도 광교테크노밸리에서 경비 일을 하는 권부홍(61)씨의 시급은 5100원이다. 야근수당 등을 합쳐 월 170만원을 받는다. 아내와 아직 대학생인 자녀가 있다. 아내는 몸이 좋지 않아 하던 일을 쉰다. “모임이나 동창회에 못 나가는 처지가 됐어요. 인간관계가 많이 끊어졌죠.” 권씨는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대학생 자식 토익학원비를 대주고 싶다”고 했다. “사회생활 하던 때 만났던 사람들과의 모임에도 회비 걱정 없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이래서는 노후 대비는 언감생심이다. “나이가 들다 보니 나나 아내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비가 급해질까봐 걱정이 됩니다. 지금 버는 돈으로는 저축을 못해 많이 불안해요. 일할 수 있는 동안이라도 돈을 좀 모아둘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동서울우편집중국 근무 이중원씨

“일하는 시간 줄여 좀 쉬고 싶어요.” 동서울우편집중국 우정실무원 이중원(50)씨는 밤 9시부터 이튿날 아침 6시까지 밤샘근무를 한다. “야근하는 이유요? 낮에는 돈이 안 되거든요.” 수당은 야간근무가 1.5배 더 쳐준다. 조금이라도 더 벌려고 2~3시간 일찍 출근해 연장근무까지 한다. 이렇게 해야 월 175만~180만원을 손에 쥔다. “하루에 보통 11~12시간 일해요. 밤에 일하니 몸에 무리가 와요.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연장근무는 더 안 하고 싶어요.” 그는 아내와 대학생·고등학생·중학생 자녀가 있다. 학자금대출 2000만원이 있다. 보험은? 자동차보험 하나뿐이다. 경조사 챙기기도 버겁다. “열번 갈 거 아주 가까운 사람만 세번 정도 챙겨요. 2만~3만원 낼 수도 없으니 아예 안 가는 거죠. 인간관계가 끊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