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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사랑을 위한 자리밖에 없다

누군가 자살하면, 육체의 병일 경우와는 달리 죽은 사람에게 분노가 돌아가. 그리고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도 있지만 - 그리고 나도 분명 당신이 세상을 뜨고 나서 처음 며칠 동안은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지나서 생각해보니 우리는 당신의 가장 좋은, 가장 밝은 부분들을 기억해야 할 것 같아.

  • Poorna Bell
  • 입력 2015.06.27 10:09
  • 수정 2016.06.27 14:12
ⓒKTB Wedding Photography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영국판 주필 푸르나 벨의 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당신이 생명의 불꽃을 당신 손으로 꺼버린 지 거의 30일이 지났어.

그 후로 나는 이 세상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

힌두교 - 나는 믿음을 잃은 지 오래지만, 당신은 진심으로 알고 싶어했던 종교 - 에서는 11일과 30일을 기려.

나는 그게 왜 있는 건지 늘 이해를 못했어. 하지만 어쩌면 깨달음들을 기리는 때인지도 모르겠어.

11일이 되었을 때, 나는 당신의 죽음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걸 자각했어.

모든 게 다 달라보이고, 다른 냄새가 나고, 다른 맛이 났어. 수 년 간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나의 감정 한가운데에서는 낯선 사람 같았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들은 결코 알 수 없었어.

어디에서나 당신이 보였어. 나는 바다에서 당신을 봤어. 움직이고 변하며 소용돌이치는 물속에 있는 당신을 상상했어. 당신 무덤에서,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프리지아에서 당신을 봤어. 당신이 백과사전처럼 훤히 알던 새들에서 당신을 봤어. 우리가 당신에게 작별 인사를 하던 날 하늘에서 빛나던 쌍무지개에서 당신을 봤어.

현실의 당신은 덩치 큰 뉴질랜드 남자였지만, 나는 가장 섬세한 것들에서 당신을 봤어.

나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당신에게 이 글을 써도 될까 생각했어. 하지만 우리가 작년에 정신 질환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지, 사회에서 정신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신 질환에 대한 수치와 오명을 키운다고 우리가 얼마나 강하게 느꼈는지를 생각하면, 나는 당신이 내가 이렇게 하기를 원할 거라는 걸 알아. (나 요즘 이런 걸 많이 해. '분명 롭은 내가 저 초콜릿을 먹기를 바랄 거야.' 그밖에 다른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당신이 내가 큰 북을 울리며 우울증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는 내 능력을 절감했기 때문이야. 당신이 평생 맞서 싸워야 했던 그 우울증이라는 병.

당신이 내가 목소리를 내길 원한다는 걸 난 알아. 만약 다른 사람에게 친구나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당신과 같은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내가 그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말이야. 개인적으로든, 공개적으로든.

정신 질환을 둘러싼 침묵이 남성들에게 정말 유해한 환경을 만든다는 걸 우리 둘 다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야. 남성들은 - 당신 표현을 빌자면 - '남자답게 굴고, 말없이 고통을 겪고 버텨내야' 하는 것처럼 되어 있으니까.

당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 내가 알게 된 게 많아.

먼저, 어떤 죽음이 다른 죽음보다 더 낫다는 죽음의 서열은 없지만, 오래 사는 것이 제일 좋고 짧게 사는 게 바닥에 있다고 말해도 좋아. 자살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을 정말 불편하게 만든다는 건 과언이 아니야.

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하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어. 그리고 당신 무덤 자리와 관을 고르는(로버트가 환경친화적인 사람이었느냐는 질문도 들었어) 건 처음엔 정말 기분이 이상했어. 그때는 나는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게 행동했어.

하지만 30일째가 되니, 나는 최악의, 가장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면 어떤 속임수를 계속 유지할 에너지를 다 잃어버린다는 걸 깨달았어.

화가 나기도 했어. 당신이 암으로 죽었다면, 내가 당신의 죽음이나 그 상황을 비밀로 했을까? 당연히 아니지. 암을 물리치기 위해 모금 마련 달리기 행사도 하고, 컵케이크도 팔았을 거야.

당신의 사인이 마치 나약함을 암시하는 것 같잖아, 나는 당신이 이 세상에 머무르려고 얼마나 열심히 싸웠는지 알고 있는데.

당신은 불운했지만 정말 많은 것들을 이뤘고, 정말 깊이 사랑했고, 온화하고 친절했고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도와주었고(심지어 당신이 우리 집 소파에서 자게 해주고 싶어했던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의 노숙자까지도), 당신은 내가 만나 본 가장 지적인 남자였어. 내가 그걸 기리고 싶어하지 않을 이유가 있어?

그리고 어쩌면 사람들에게 정신 질환은 암과 똑같다는 걸 알리기 위해 우리가 넘어야 할 산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말해주는 상황인 것 같아. 정신 질환은 심장 마비와 똑같아. 불치일 경우 얼마나 사랑, 치료, 돈을 들여도 막을 수가 없는 병이야.

누군가 자살하면, 육체의 병일 경우와는 달리 죽은 사람에게 분노가 돌아가. 아무도 "아, 래리가 암으로 죽었다니 믿을 수가 없어, 그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고 말하지는 않잖아.

나에게 "난 그에게 화가 나요."라고 말한 사람들이 많았어. 그런 분위기가 팽배했어. 당신이 그런 선택을 해서 우리를 이렇게 깊은 비탄의 수렁에 빠뜨렸다는 식이었지. 당신이 포기한 생명, 당신이 남긴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있었어.

그리고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도 있지만 - 그리고 나도 분명 당신이 세상을 뜨고 나서 처음 며칠 동안은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지나서 생각해보니 우리는 당신의 가장 좋은, 가장 밝은 부분들을 기억해야 할 것 같아.

내가 다 이해했다고 말하는 건 아니야. 나는 목숨을 끊기로 한 당신의 결정을 100% 이해하는 날이 과연 올지 모르겠어.

내가 마침내 용기를 내서 마지막으로 당신 가슴에 손을 얹어봤을 때, 나는 당신이 얼마나 차가운지 느꼈고, 당신의 영혼은 증발했고, 당신의 눈은 다시는 뜨이지 않을 거라는 걸 느꼈어. 나는 이게 끝이라는 걸 이해했어. 나는 어떤 바보라도 생명을 만들 수 있지만 - '리틀맘 다이어리(16 and Pregnant, 미국 티비쇼)' 에피소드 하나만 보면 알 수 있지 - 한 번 주어지고 나면 생명은 선물, 귀중한 선물이라는 걸 이해했어.

나는 우리가 배급을 받는다는 걸 모르기 때문에 분노가 온다고 생각해. 우리 모두가 느낀 죄책감이 분노를 부채질하고.

우린 당신을 더 많이 안아주고, 당신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당신의 모든 면을 기억하고, 우리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해줬어야 해. 하루만 더 같이 있을걸. 왜냐하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는 만약 그렇게 했다면 당신은 자살하지 않았을 거라고 느끼기 때문이야.

내가 하려는 말은, 이해한다는 뜻이야. 자살의 경우, 다른 사람들에겐 선택의 문제로 느껴지는 것이 당신에겐 선택이 아니었어. 우리의 사랑 -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바다를 이룰 정도였는데 - 은 당신이 가능성도 희망도 없다고 느꼈을 때 당신을 이 세상에 잡아둘 닻이 될 수 없었어.

내가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때의 당신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그들 중 일부는 그런 끔찍한 최후의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고, 일부는 할 거야. 그리고 나는 아직 답을 모르지만(30일이 더 지나면 알지도 모르지) 나는 우리가 병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건 알아.

암흑이 사람들을 통째로 삼키려고 위협할 때 남들에게 알리기 쉽게 만들어야 해. 우리는 남성들에게 공간과 목소리를 줘야 해. 겁을 먹고 취약해진다 해도 그게 나약함은 아니라는 걸 이해하게 해줘야 해. 정신 건강을 위한 기금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해야 해. 비만이나 암 치료만큼이나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해.

이런 것들이 있었으면 당신을 구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나는 당신을 분노와 수치 속에서 기억하기를 거부한다고 말하고 있어. 우리가 가진 건 한없는 사랑이었어.

로버트 오웬 벨을 위하여, 1975년 12월 23일 ~ 2015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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