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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혁신위, '답정너'를 넘어라!

혁신위가 '답정너'를 넘어서 해야 하는 두번째 일은 당 청년위원회를 해산하고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원래 청년위원회가 만 42세까지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2.8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45세로 상향되었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제가 바로 두 달 전까지 만 45세였는데 저보고 '청년'이라고 부른다면 정말 기가 찰 노릇입니다. 여의도에 와보니 정치권에 여성이 모자라고, 이공계가 희소하고, 청년은 씨가 마를 지경입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심각합니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새누리당보다 높습니다. 당원 평균 연령은 자그마치 50대 후반입니다.

  • 이범
  • 입력 2015.06.26 12:47
  • 수정 2016.06.26 14:12
ⓒ연합뉴스

<나홀로 사상운동> 2. 새정치 혁신위, '답정너'를 넘어라!

새정치민주연합에 혁신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첫 혁신안이 이미 발표되었고, 앞으로도 여러 차례 혁신안이 추가로 발표될 예정입니다. 첫 혁신안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혁신위 탓이 아닙니다. 2008년 이후 여태까지 당에 여섯 번이나 혁신위원회가 구성되었고, 나올 만한 혁신안은 이미 다 나와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답정너, 즉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인 상황입니다. 언론에서는 벌써 '혁신안의 내용은 대략 예측 가능하고 다만 실천이 중요하다'는 기사를 냅니다.

하지만 저는 혁신위가 '답정너'를 넘어서야 하고, 여기에 당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의 입장에서 꼭 필요하지만 당 지도부가 하지 못하는 일들이 세 가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제기하고 추진하도록 만들 수 있는 단위는 지금 당에 혁신위밖에 없기에 제가 감히 당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가장 긴급한 것은 호남 대책입니다. 혁신위는 당이 가칭 '호남 기동대'라는 특설 기구를 조직하고 호남 지역에 대한 인재 영입 및 인재풀 관리, 그리고 호남 지역에 적용할 공천 절차를 마련하는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호남에 대한 접근은 지금까지와는 정말 달라야 하거든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호남 민심은 세 가지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첫째, 그토록 지지를 몰아주었는데도 선거마다 패배하는 당에 대한 원망. 둘째, 호남을 대표하는 변변한 정치인이 없는 것에 대한 서운함. 셋째, 호남 지역 일부 구태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 그런데 이 세가지 감정이 모든 호남인들에게 일률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이에게는 세 겹, 어떤 이에게는 두 겹, 어떤 이에게는 한 겹으로 나타납니다. 천정배 의원은 이 세 가지 갑정의 복합적인 조합을 꿰뚫어보고 이번 4.29 재보선 광주에서 '정권에는 심판을, 야당에는 회초리를' 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원망, 서운함, 실망감 가운데 하나라도 갖고 있는 호남인이라면 모두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는, 매우 위력적인 슬로건이었지요.

천정배 의원의 앞에는 '전국 정당화'와 '호남 무소속 연대'라는 두 가지 길이 열려있습니다. 저는 천정배 의원이 진정으로 영리하다면 전국정당화를 추진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천정배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에서 전국에서 후보를 내어 야권이 분열되는 상황이 되면, 4.29 재보선 관악을 선거구에서 벌어진 일이 전국적으로 나타나게 되고 이는 곧 새누리당의 총선 압승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도에서는 전략적 투표에 능한 호남인들이 선뜻 천정배당을 지지하기 어려워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호남인들의 세가지 감정 가운데 '정권심판/교체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이 가장 크기 때문이지요. 천정배당이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간에 이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가는 순간 호남인들은 천정배당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철회하거나 적어도 보류할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에서 가장 위협적인 경우는 천정배 의원이 창당할 듯하며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분란을 키우다가 결국 무소속연대 형태로 호남에서만 후보를 내는 것입니다. 형식적으로 전국정당을 만들어놓고서 호남에만 공천을 하는 편법을 구사할 수도 있겠구요. 이렇게 되면 호남 지역의 야권 지지자들은 정말 부담없이 홀가분하게 새정치연합 후보와 천정배 측 후보 사이에서 선택권을 행사할 겁니다. 이미 호남인들은 대선을 제외하고는 야당 후보의 대안으로 무소속을 선택하는 데 익숙합니다. 가장 최근인 2014년 지방선거의 경우 호남 지역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 가운데 무소속 비율이 얼마였는지 아십니까? 무려 42%였습니다.

천정배 의원의 입장에서 최상의 결과는 내년 총선을 통해 그가 호남의 맹주가 되고,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전국 총선 실적은 저조한 경우입니다. 그러면 그에게 2016년 4월 총선과 2017년 12월 대선 사이의 18개월 동안 다양한 형태의 야권 정계개편을 시도할 기회가 오겠지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안철수 의원과의 조합, 혹은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대선주자로 호출하면서 제2의 DJP연합을 만드는 걸 꿈꿀지도 모릅니다.

왜 이런 시나리오를 그려보냐구요?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이를 미연에 강력하게 틀어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친노는 과거에도 호남과 악연이 있었고 지금도 호남 민심에 대한 이해도와 감각이 낮은 수준입니다. 사람이 못하던 걸 갑자기 잘하게 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을 못하던 학생이 갑자기 수학을 잘하게 되기란 불가능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특별한 노력을 하면 따라잡을 수 있기는 한데, 문제는 지금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어물어물 하는 사이 천정배 의원이 주도권을 쥐고 인재영입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면 호남에서 당의 입지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진짜 '리틀 DJ'들이 천정배 의원 쪽으로 가버릴 가능성을 차단해야 합니다.

현재로서 당 지도부가 취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태도는 어정쩡하게 '하던 대로 하자'는 겁니다. 실제로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제가 문재인 대표를 만나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왜 천정배 의원을 광주에 공천하지 않았냐고. 그러자 돌아온 답은 "주변에서 하도 규칙대로 경선을 하면 된다고 해서..." 였습니다. 하던 대로, 규칙 대로, 정해진 대로... 수학을 못하던 학생이 계속 그저 주어지는 방식대로 공부하는 셈이죠. 그래서는 학습부진에서 헤어날 길이 없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수학공부를 '예전보다' 더 많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수학 점수가 '남보다' 높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특단의 조처가 필요한 거죠.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에 부딪히면 흔히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외주를 주는 겁니다. 제가 제기하는 가칭 '호남 기동대'는 당내 기구이므로 엄밀히 말해서 외주는 아니지만, 기존 당의 호남 조직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외주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기존 호남 조직을 활용하지 않느냐구요? 상당 수준의 호남 물갈이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는 사람들은 '친노 전횡'이라며 반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호남 지역 대규모 물갈이가 불가피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천정배 의원 측과의 인물 경쟁력 다툼에서 이겨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가칭 '호남 기동대'의 첫번째 임무는 인재 발굴입니다. 절반은 암행하며 은밀하게 공천 후보자 풀을 만들어나가고, 절반은 일종의 인물탐구 콘텐츠를 시리즈물로 만들어 오프라인/온라인으로 공개하되 그 기획 단계에서부터 호남인들과 소통하자는 겁니다. 상당한 인력과 돈과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해야 합니다.

두번째 임무는 호남지역에 적용할 공천 절차를 만드는 일입니다. 국민참여경선, 혹은 요새 얘기되는 오픈 프라이머리로 하면 되지 않냐구요? 이러한 경선은 얼핏 보기에 좋은 제도인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하는데, 이는 그가 진보적이어서가 아니라 현재의 당내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자신의 대권 도전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즉 오픈 프라이머리를 포함한 각종 국민참여경선은 진보적 제도인 듯하나 한국의 정치문화 속에서는 보수적인 기능을 하는 제도라는 거죠.

따라서 다양한 보완책이 필수적입니다. 단수공천/양자경선/다자간경선 여부의 결정, 단수공천 시 공천절차 및 경선 시 후보자 선정 절차, 경선 세부규칙, 공천심사위원 선정 등에 있어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첫 혁신안에 포함된 '현역교체지수' 등도 이러한 보완책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이 점에 있어 호남 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취급되어야 합니다.

정당의 꽃은 국회의원이고, 그 공천 절차는 정말 중요합니다. 당에 혁신위원회가 꾸려질 때마다 공천 절차의 혁신이 가장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가능한 공천 절차를 만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경선 규칙만 놓고 봐도, 경선에 참여할 후보와 표를 행사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날 호남 지역과 썰렁할 가능성이 높은 TK 지역에 동일한 규칙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호남에 적용할 별도의 절차와 규칙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호남 지역에서는 전원 호남 출신으로 구성된 별도의 공천심사위원회를 꾸려서 정교하고 세심하게 공천해야 합니다. 당 규정상 이것이 어렵다면 공천심사위원회 산하에 호남 출신으로 구성된 '호남 소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거기서 결정한 내용을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그대로 추인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혁신위가 '답정너'를 넘어서 해야 하는 두번째 일은 당 청년위원회를 해산하고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원래 청년위원회가 만 42세까지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2.8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45세로 상향되었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제가 바로 두 달 전까지 만 45세였는데 저보고 '청년'이라고 부른다면 정말 기가 찰 노릇입니다.

여의도에 와보니 정치권에 여성이 모자라고, 이공계가 희소하고, 청년은 씨가 마를 지경입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심각합니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새누리당보다 높습니다. 당원 평균 연령은 자그마치 50대 후반입니다. 제가 작년 10월 문희상 비대위 시절 혁신위원으로 위촉되고 나서 보니 당시 혁신위원들 가운데 제가 막내였습니다. 이래서는 당에 희망이 없습니다. 제가 나름 알아보니 청년위원회 연령 상한이 45세로 상향된 데에는 특정한 인물의 악의가 작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누군가 사과를 할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분명 중대한 실책입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비웃고, 청년들이 비웃습니다.

치열한 경선 끝에 당 청년위원장으로 선출된 정호준 의원에게는 너무나 미안한 일입니다. 공개리에 이런 주장을 하게 되어 더더욱 미안하지만, 정호준 청년위원장은 정치 명문가의 후예답게 대승적으로 자진사퇴하고 당은 청년위원회 연령 상한을 39세로 낮춘 후 청년위원장 선거를 축제리에 새로 해야 합니다. 이것은 당의 변화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겁니다.

혁신위원회가 해야 할 세번째 일은 야권 연대를 위한 기본 원칙을 세우는 일입니다. 지금 진보정당 계열은 정의당을 중심으로 통합을 추진중인데, 통합된다 할지라도 예전과 같은 기대와 지지를 회복하기 어려울 겁니다. 야권 후보단일화가 안 될 경우 진보정당은 지역구에서 전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심상정 의원은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야권 후보단일화 상황에서도 150표 차이로 겨우 당선된 바 있습니다. 제가 가장 가까이 지내던 정치인이었는데, 당시 제가 계약직 공무원 신분이어서 선거운동을 돕지는 못하고 개표할 때 엄청나게 마음 졸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진보정당이 지역구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 곧 진보정당을 무시해도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전히 적지 않은 선거구에서 새누리당을 당선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여력이 있습니다. 이들의 생존능력과 전투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들 중에는 선거연대나 후보단일화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는 분도 적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정치는 현실이고 선거는 표 계산입니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절실하게 느껴질 겁니다.

문제는 곽노현 교육감 사건 이후로 '단일화'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악화되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야권 선거연대에 대하여 아무런 원칙도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허겁지겁 후보단일화를 하다 망하는 것, 이미 작년 7.30 재보선 노량진에서 경험한 바 있습니다. 결국 노회찬이라는 스타 정치인을 내놓고도 낙선하면서 게도 구럭도 다 잃지 않았습니까? 이제 충분한 명분 축적과 절차적 준비 없는 단일화는 금물입니다.

혁신위원회가 최소한의 선거연대 규정을 제안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 지역구의 몇 % 이하에서 할 수 있다든가, 양자가 합의하는 핵심 정책을 적어도 선거 얼마 전까지 확정하도록 한다든가 등의 최소 규정을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특히 정책연대가 중요합니다. 일반 대중에게는 예를 들어 '탈원전' 정도의 선명하고 미래지향적인 명분이 있어야 선거연대가 납득될 겁니다.

호남 기동대 발족, 청년위 새출발, 야권 선거연대 준비. 이 세가지 외에도 당이 해내야 하는 일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세가지는 모두 현 지도부가 하기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혁신위원회 말고는 당 내에 이를 의제로 제시할 단위도 없고, 최소한의 추동력을 갖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이 정도는 해내야 당이 회생할 수 있고, 총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생기며, 혁신위원들도 '답정너'에서 벗어나 한국 사회의 진보에 기여했다는 보람이 있을 겁니다.

다음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오해하고 있는 청년과 일베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나홀로 사상운동>

1. 계파인듯 계파아닌 계파같은 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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