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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대통령 발언의 엄중함을 안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김병철
  • 입력 2015.06.26 10:07
  • 수정 2015.06.26 13:31

[업데이트: 6월 26일 오후 5시 24분]

청와대는 26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문제와 관련, "유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며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날 새누리당이 의원총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표결을 하지 않기로 당론을 정하는 동시에, '유 원내대표 재신임'으로 결론내리자 "당과 유 원내대표가 대통령 인식의 엄중함을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배신정치 국민심판론'을 언급하면서 유 원내대표를 향해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다. 자기 정치철학에 정치를 이용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자기 정치' 행태를 단호하게 비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책임을 져야 하고, 책임을 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며 "어떻게 책임을 질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 원내대표가 이날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청와대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마음을 푸시라'고 했는데 대통령은 화가 난게 아니다"며 "화가 났다면 사과로 풀어질 수 있지만 박 대통령은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정치인은 안 된다는 단호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유 원내대표가 당정청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 등을 언급했지만,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거부권 파동을 겪으면서 국무회의에서 유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한 것 자체가 "함께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마음이 (유 원내대표를) 떠났다. 사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정부·여당이 국정을 운영하는데 유 원내대표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관련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전날 의총에서 "청와대 식구들과 함께 (당청)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 얼라'라고 하더니 이제 식구로 격상시켰다"며 "유 원내대표가 대통령 뜻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으로 당정협의가 일부 가동되고 있지만, 유 원내대표 체제 아래에서 청와대까지 참여하는 당정청 협의는 불가하다는 회의론도 여전히 청와대 내에 팽배해있다.

이와 함께 청와대 관계자들은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 폐기로 당론을 모으면서 위헌성에 대한 입장 등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뜻을 잘 모르고 있다"며 "여당이 찬성해서 정부로 이송했던 개정안을 폐기하기로 했으면 위헌성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내놨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의 '배신정치' 발언으로 대통령 탈당론 등이 불거지는 것과 관련, "소설같은 얘기"라고 일축하면서 "여당이 정부를 도와 국민에게 약속했던 사항을 실천해나가야 한다는게 대통령 뜻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여야의 구태정치와 당리당략 정치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국민을 상대로 직접 여론정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탈당론 등이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만큼 당청갈등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을 경우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도 동시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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