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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대우 만연' 외국인노동자, 노동3권 보장 길 열렸다

  • 원성윤
  • 입력 2015.06.25 14:25
  • 수정 2015.06.25 14:26
ⓒ연합뉴스

대법원의 판결로 25일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조를 합법적으로 설립해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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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조'가 노조 설립을 인정해 달라며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05년 노조설립신고서를 낸 지 10년 만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주노동자 노조가 낸 노조설립신고서를 재검토해 신고증 교부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노조 설립이 허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노조의 합법화로 그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음에도 노조 설립 등이 허용되지 않아 차별대우와 임금체불 등에 시달렸던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노동권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주노조는 더욱 활발한 조직화의 길이 열리고, 처우개선의 가능성도 커졌다"며 "특히, 불법체류자도 노조를 결성할 권리가 있다는 판결은 국적과 신분을 뛰어넘어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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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조와 민주노총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이주노조 합법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현재 국내 15세 이상 외국인은 125만 6천명이며, 이 중 취업자가 85만 2천명이다. 여기에 법무부가 파악한 불법체류자 20만 8천여명(작년 말 기준)을 더하면 외국인 노동자 수는 100만명을 넘는다.

이주노동자 노조 합법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비전문취업자 24만 7천여명이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8월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력을 고용하는 사업자가 요청하면 정부가 그 타당성을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체류기간은 기본 3년을 보장하며, 사업주 동의하에 1년 10개월을 더 일할 수 있다. 4년 10개월을 한 사업장에서 일하면 '성실근로자'로 인정받아, 본국에 3개월 다녀온 후 4년 10개월을 더 일할 수 있다. 영주권 발급 요건인 5년 연속 거주는 허용되지 않는다.

고용허가제는 정부의 책임하에 진행돼, 이전에 민간기관이 맡았던 '산업기술연수제'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들은 아직도 차별 대우와 임금체불 등이 만연해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주노동자 노조는 부당한 대우의 근본적 원인으로 사업주의 승인이 있어야만 다른 사업장으로 옮길 수 있는 고용허가제의 규정을 꼽았다.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사업주 승인이 없는 한 사업장을 바꾸기 힘들다 보니, 휴식 시간도 없이 하루종일 일을 시키고 인간적으로 모멸감을 느끼게 하거나 임금체불 등을 하는 사업주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네팔 출신의 우다야라이 위원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이주노조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주노조는 현재 방글라데시,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 9개국 노동자 1천100여명이 가입했다. 불법체류자는 50여명이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판결에도 불법체류자가 적극적인 노조 활동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국내 체류가 허용되지 않는 불법체류자가 노조 설립이나 적극적인 노조 활동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불법체류자도 노동권을 보장했다는 점에서, 불법체류를 악용한 사업주의 인권 침해나 부당한 대우는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다야라이 위원장은 "이주노조 합법화의 길이 열림에 따라 앞으로 이주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고 정당한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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