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대법원,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노조 설립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 원성윤
  • 입력 2015.06.25 12:38
  • 수정 2015.06.25 14:35
ⓒ연합뉴스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조가 노조 설립을 인정해 달라며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관련 기사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인터뷰] 알 마문 AMC 팩토리 활동가 "이주노동자는 가난하지만 불쌍한 존재는 아니다"

이주노조가 소송을 낸 지 10년, 사건이 대법원에 상고 된 지는 8년4개월 만에 내려진 판결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불법체류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노동3권이 인정되고, 노조도 설립할 수 있다.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조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노조 설립'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후 기뻐하며 법정을 나서고 있다.

대법원은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불법체류 상태라도 노조법상 근로자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만큼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라도 노조를 결성하거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조와 민주노총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이주노조 합법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조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노조 설립'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다만 노조 결성이 허용된다고 해서 취업 자격을 주거나 국내 체류가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은 2007년 접수됐지만 충실한 심리를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며 "미국, 일본과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연합 국가 사례를 확인한 결과 불법체류자의 고용을 제한하고 강제퇴거 등 행정적 조치는 취하면서도 노조 활동을 포함한 근로자의 권리는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국제적인 기준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2005년 5월19일 서울ㆍ경기ㆍ인천 이주노동자노조 조합원들과 학생들이 신정동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갖고 아노아르 위원장 석방과 이주노조 합법화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법원은 2015년 1월 기준으로 불법체류 외국인이 21만여명 정도로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는 현실 등을 고려할 때 시대적 변화에 맞춰 불법체류자의 노조 설립을 허용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부작용을 극복할만한 여건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일영 대법관은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의 경우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지위향상을 기대할 만한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기 어려운 만큼 노조법상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민 대법관은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제한하고 강제퇴거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그 노조의 활동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은 모순된다고 설명했다.

2003년 12월 7일 외국인노동자들이 경남 창원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 강제추방반대 결의대회'를 마친뒤 팬티만 입은채 "강제추방 반대" "노동비자 발급"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 91명은 2005년 4월 노조를 만들고 그해 5월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노동청은 조합원들의 취업자격을 확인해야 한다며 외국인 등록번호나 여권번호가 포함된 조합원 명부를 요구했다.

조합원 가운데 불법체류자가 포함된 이주노조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요구하는 필수적인 설립신고요건에도 외국인등록번호 등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노동청은 노조 가입 자격이 없는 불법체류자가 포함돼 있다며 설립신고서를 반려했고, 이주노조는 이에 맞서 2005년 6월 소송을 냈다.

1심은 불법체류자가 포함됐다면 노조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이주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이주노조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확인받는데 10년이나 걸렸다며 너무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주노조는 또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노조설립 소송 10년 일지>

<2005년>

▲ 4.24 =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조 창립

▲ 5.3 = 서울지방노동청에 이주노동자 노조 설립 신고

▲ 5.7 = 초대 노조위원장 아노아르 후세인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에 적발·청주외국인보호소 구금

▲ 6.3 = 노동청, 이주노조 설립신고 반려

▲ 6.20 = 이주노조, 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 제기

<2006년>

▲ 2.7 = 1심,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는 노동 3권 보장대상 아니라며 설립신고 반려 정당 판결

▲ 2.22 = 이주노조, 항소 제기

▲ 4.24 = 아노아르 초대 위원장 설립신고 반려처분 소송진행 및 건강상 이유로 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 일시 보호해제

<2007년>

▲ 2.1 = 서울고법,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도 노조 설립할 수 있고 노동3권 보장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

▲ 2.23 = 노동청 상고

▲ 11.27 = 이주노조 간부 3명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 적발

▲ 12.13 = 이주노조 간부 3명 강제추방

<2015년>

▲ 6.25 = 대법원 전원합의체, 불법체류 외국인도 노조설립 허용된다며 원고 승소 확정.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이주노조 #대법원 #사회 #불법체류자 #노동3권 #미등록 이주노동자 #청신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