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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박준우 "단언하건데, 제 요리 맛없진 않아요"[인터뷰]

  • 강병진
  • 입력 2015.06.25 09:53
  • 수정 2015.06.25 09:54

박준우를 보면 달달한 디저트와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요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수선’하거나 ‘덤벙’보다는 ‘차분’, ‘정교’라는 표현이 먼저 떠오른다. ‘차분’과 ‘정교’가 디저트와 어울리는 표현이기도 하다.

박준우는 실제 서촌에서 오쁘띠베르라는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너무 아쉽게도 6월까지만 영업할 예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직접 만나본 박준우는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차근히 자신의 얘기를 전했다. 그런 그의 태도는 상대방까지 편하게 해줬고 마치 친구를 만난 것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박준우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글 쓰는 것과 조각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정적인 움직임을 선호한다. 하지만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셰프들과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치열한 대결을 치르고 있다. 시간은 아주 짧지만, 박준우는 그 속에서 확실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낸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요리하면서 ‘나는 확실히 요리가 아니다’라는 걸 알았어요. 요리를 좋아하는 애호가이지 요리사가 아니라는 걸 알았죠. ‘마셰코’ 우승자 김승민 씨와 최현석, 이연복 셰프님이 먹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요리해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요리하면서 저에게 재미있는 요리를 하게 되더라고요. 15분 동안 할 수 있는 요리를 하다 보니 저만을 위한 요리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게스트들이 ‘독특하다’, ‘신기하다’, ‘처음 먹어 보는 맛이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요.”

박준우는 최현석, 정창욱, 이원일, 이연복 셰프들과 같이 정통 셰프가 아니다. 그가 ‘셰프’라고 불린 건 2012년 올리브TV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1’(이하 마셰코)에서 준우승을 한 후다. 사실 박준우는 푸드칼럼니스트로 요리 관련 글을 쓰는 것이 주된 일이다. 그 때문에 책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요리하는 편이다.

“제 요리를 받쳐주는 건 조합의 전통성이에요. 제가 먹었던 요리든, 서적에서 글로 경험했던 요리들의 조합을 내 앞에 있는 재료로 재구성해요. 그래서 감히 얘기하지만 제 요리가 맛이 없을 수 없어요.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한 4년 동안 독특한 요리는 해봤지만, 말도 안 되는 요리를 해본 적은 없어요. 그래서 제 요리에 정이 덜 가고 차가운 맛은 있을 수 있어요. 표본 같은 거죠. 그래서 기본은 할 수 있어요.”

박준우는 칼보다는 펜과 더 친하다.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적은 없고 오로지 책으로 요리를 접하고 요리 관련 글을 썼다. 하지만 요리 관련 책을 읽고 칼럼을 쓴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요리를 내놓는다. 요리에 대한 재능이 있는 건 확실한 듯하다.

“요리에 대해 정규교육 과정 받은 사람도 아니고 정식 요리사도 아니에요. 요리를 책으로 배웠어요. 칼과 불을 쓰는 걸 싫어하죠. 제 몸을 사리는 편이에요.(웃음) 일반적으로 요리를 좋아하면 칼에 손이 먼저 가는데 저는 최대한 손과 칼을 안 써요. 책을 보죠. 그렇다고 집에 레시피 북이 많이 없어요. 칼럼을 쓰기 위해 불어, 영어로 된 재료 사전만 있어요.”

그의 말대로 요리 정규교육 과정을 거친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요리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그가 ‘마셰코’에서 준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요리하는 ‘취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취해본 사람은 물론 가족의 끼니를 위해 요리를 해본 사람이라면 요리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박준우는 기자가 보기에 요리에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마셰코’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혼자 요리를 해먹는 취미 때문이었어요. 요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사람에게 베푸는 걸 좋아하는데 저는 제가 먹을 것만 해먹고 음식으로 장난치는 걸 좋아해서 제 나름대로 스킬이 생긴 거예요. ‘마셰코’에서 1시간 동안 1인분을 요리하는 프로그램이라 노크를 했던 거죠. 가족들한테도 요리를 안 해줬어요. 차라리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고 하죠.”

글을 쓰는 것은 물론 식재료 및 음식에 대한 지식이 굉장히 풍부해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다양한 얘기를 풀어놓고 요리까지 하는 박준우. 요즘 말로 ‘뇌섹남’, ‘요섹남’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남자다. 거기다 지적이면서 섹시한 매력을 부각시키는 안경까지 착용, 여성 시청자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다. 때문에 그의 이상형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잘 모르겠어요. SNS 팔로워가 느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긴 해요. 보통 길거리에서보다 서촌에 있으면 알아봐요. 요즘엔 갑자기 벽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담배 피우는 여성분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웃음) 사실 이상형은 마르고 하얗고 머리가 길고 수수한 옷차림의 여성을 좋아해요.”

이상형을 들어보니 예상했던 여성의 모습이었다. 박준우를 보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이상형이다. 이상형 얘기를 듣고 있으니 생뚱맞지만 셰프들 간에 분위기가 좋다고 소문난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누구와 가장 케미가 좋은지 궁금해졌다.

“김풍 작가와 잘 맞아요. 서로 성향이 굉장히 다른데 서로에게 기본적인 호감은 가지고 있어서 케미스트리가 나오는 것 같아요. 2012년 올리브쇼 패널로 처음 만났고 그전부터 ‘폐인가족’ 웹툰 팬이었어요. 최현석 셰프님과 이연복 세프님과도 친분이 있어요. 최현석 세프님은 2013년 같이 취재 갔다가 인연이 시작됐어요. 허세가 없지 않아 있지만 진솔한 면이 있죠. 그리고 이연복 셰프님은 제가 워낙 좋아하고 존경하는 어른이에요.”

박준우는 방송에서 매주 셰프들과 대결하는 모습 때문에 요즘 가장 많이 듣는 호칭이 ‘셰프’다. 하지만 그의 본업은 글을 쓰는 거라 정체성에 고민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떻게 불리느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사석에서 셰프라고 부르지 말라고 해요. 칼럼을 쓰고 있으니까 작가라고 불러달라고 해요. 절 사장님이라고 부르고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셰프라고 하기에도 미천한 사람이에요. 기자라고 하기에도 필드를 떠났고 가장 좋은 건 박준우죠. 이름 불러주세요. 박준우라는 건 뭘 해도 안 바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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