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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달린 공룡을 보고 싶었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4번째 영화인 <쥬라기 월드>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이번엔 깃털 달린 공룡이 나오느냐였다. 벨로시랩터가 이빨 달린 칠면조처럼 생겼다면 스타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깃털 공룡 이론이 이렇게 보편화된 시대에 아직도 우리가 영화에서 깃털 공룡을 볼 수 없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 듀나
  • 입력 2015.06.24 12:06
  • 수정 2016.06.24 14:12

듀나의 영화 불평 | 쥬라기 월드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4번째 영화인 <쥬라기 월드>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이번엔 깃털 달린 공룡이 나오느냐였다.

깃털 달린 공룡은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문제였다. 첫 번째 <쥬라기 공원> 영화가 나올 무렵에도 사람들은 몇몇 공룡들에게 깃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공룡들은 깃털없이 나왔고 그건 당시에 그렇게 이상한 선택은 아니었다. <쥬라기 공원 2> 때 그 가설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졌고, 적어도 주력 공룡 중 하나인 벨로시랩터에게 깃털이 있는 건 분명해졌다. 하지만 갑자기 랩터에 깃털을 달아줄 수는 없는 일. 결국 몇몇 랩터들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장식 깃털을 덧붙이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심지어 티라노 사우르스에게도 깃털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시대에 만들어진 <쥬라기 월드>는 어떠냐고? 깃털 달린 공룡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쥬라기 월드>의 세계에서 이건 얼마나 당연한가. 논리적으로 아주 이상하지는 않다. 유전공학으로 만든 하이브리드 공룡이 탈출해 깽판을 친다는 내용이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공룡들은 다 하이브리드이기 때문이다. 호박 속 모기에서 발견된 유전자(DNA)는 모두 파손된 것이라 이것들을 채우기 위해 다른 동물들의 유전자가 들어간다. 그런 과정을 통해 깃털을 만드는 유전자가 누락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게다가 설정에 따르면 영화 속 티라노 사우르스는 1편에 나왔던 바로 그 공룡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제 공룡에게 깃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학자들이 일부러 조류의 유전자를 결합해 의도적으로 깃털이 있는 공룡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쥬라기 월드>에는 여전히 깃털 공룡이 없다.

오스트리아 국립 비엔나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깃털달린 공룡의 모형.

공룡의 이미지는 꾸준히 변해왔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거대한 탑처럼 우뚝 서서 걷는 티라노 사우르스를 상상하며 좋아했다. 그런 식으로 서면 척추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결국 그런 공룡의 자세는 <쥬라기 공원> 때 수정되었지만 그래도 많은 공룡팬들은 아쉬워했다. 레이 브래드버리와 같은 사람은 그런 공룡들이 변비에 걸린 거 같다며 껄끄러워 했다나. 물론 자세 논쟁 뒤에 이어진 깃털 논쟁은 그보다 더 심각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좋아했던 공룡의 모습을 완전히 뒤집어놓는 발견이 아닌가. 벨로시랩터가 이빨 달린 칠면조처럼 생겼다면 스타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깃털 공룡 이론이 이렇게 보편화된 시대에 아직도 우리가 영화에서 깃털 공룡을 볼 수 없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디자이너가 재능이 있다면 얼마든지 무시무시한 깃털 공룡이 나올 수 있는데. 물론 그 깃털 공룡이 실제 벨로시랩터를 닮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와 깃털 공룡의 관계는 날로 발전하는 과학과 그 과학을 이야기와 이미지 속에 녹여내어 재창조하는 에스에프(SF)와의 관계가 얼마나 복잡한가를 보여주는 예이다. '사이언스 픽션'이라니 당연히 과학이 먼저여야 하겠지만, 많은 경우 사람들은 새로운 과학보다 익숙해진 이야기와 이미지를 택한다. 심지어 사이언스 픽션의 영역도 그러하니 그 영역 밖의 사람들이 어떤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서 6000년 전에 공룡들이 인간들과 함께 뛰놀았다고 아직까지 굳게 믿고 있는 어떤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냥 시간낭비일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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